정책
가습기살균제 성분 치약부터 한미 사태까지 ‘국민 불안' 국감 질타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산하기관의 국정감사가 7일 국회에서 열렸다. 이번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 국정감사에서는 식품과 의약품, 관련 생활용품(치약, 화장품 등)에 대한 총체적인 식약처의 관리 부실에 대한 국회의 질타가 이어졌다. 특히 ‘올리타정’의 부작용 보고를 은폐·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집중질의가 쏟아졌다. 이로 인해 의약품 조건부허가제도도 도마에 올랐다.
가습기살균제 성분 'CMIT·MIT'…'허술 관리' 질타
가습기살균제사건, 물티슈사건에 이어 최근 CMIT·MIT(메칠클로로이소치아졸리논·메칠이소치아졸리논)가 함유된 149품목의 치약을 회수하여 국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는 가운데, 현재 식약처의 허술한 화장품 보고제도로는 가습기살균제 화장품을 막을 수 없다는 지적이 제기되었다.
김광수 국민의당 의원이 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화장품의 제조·판매업자의 생산실적(생산·수입·원료보고) 미보고 과태료 처분업체’ 자료에 따르면, 과태료처분업체는 2013년 170개에서 2014년 353개로 늘어났다. 2015년은 아직 실태조사중이지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생산, 수입, 원료 보고를 누락하여 과태료를 처분받는 업체가 늘어나는 것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수십억에서 수백억의 화장품을 제조 판매하는 업자들이 화장품 원료목록을 보고하지 않으면 50만원의 과태료만 부과하도록 하는 현행제도에 있다.
지난 9월 9일 식약처는 “가습기 살균제 사건 등을 통해 문제성분으로 알려진 CMIT, MIT성분을 함유한 화장품 총 2,469품목을 조사하였다”고 보도자료를 발표하였지만 2,469품목 선정 역시 업체의 입장에서 제출한 원료목록을 기준으로 뽑은 것으로 드러났다.
업체에서 제출한 원료목록에 미원상사의 원료 MICOLIN (MIT, CMIT)성분이 실수든, 의도적이든 누락되어 있었다면 이번 조사대상에서 빠졌다는 것.
또, 최근 어린이와 청소년 사이에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는 틴트 제품에 대표적인 계면활성제인 소듐라우릴설페이트가 쓰이고 있어 규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었다.
윤소하 정의당 의원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받은 국정감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소듐라우릴설페이트를 함유한 화장품은 총 1,238종이었다.
목욕, 인체세정용이 571개 품목, 두발용이 436개 품목으로 상당수가 씻어내는 제품에 사용되고 있었지만, 기초화장품 103개 품목, 색조화장품에도 104개 품목에도 사용되고 있었다. 이 중 문제가 되는 것은 기초, 색조, 눈 화장용으로 쓰이는 경우이다.
올리타정 사태, 조건부허가 논란…안전성 vs 신약개발 지원
임상시험 도중 사망자가 발생한 한미약품의 ‘올리타정’으로 인한 사회적 논란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규제완화 정책의 일환으로 제정을 추진하고 있는 '의약품의 개발지원 및 허가특례에 관한 법률' 이 제2, 제3의 한미약품 사태를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의약품의 개발지원 및 허가특례에 관한 법률(이하 조건부허가)'은 3상 임상시험을 완료하지 않은 치료제에 대해서도 조건부 허가를 하겠다는 규제완화 정책이다. 현행 '약사법'과 '의약품의 품목허가·신고·심사 규정'은 신약의 허가를 위해서는 1상부터 3상까지의 임상시험 결과를 제출해야 한다.
다만, 항암제와 희귀의약품, 자가연골(피부) 세포치료제는 2상 임상시험 결과가 있으면, 3상 임상시험을 조건으로 허가할 수 있다. 올리타는 조건부허가를 받아 출시된 사례다.
이에 당시 정부는 알츠하이머, 뇌경색 등 질환에 사용하는 치료제에 대해서도 허가 후 사용성적 조사 실시 등을 조건으로 2상 임상시험 자료로만으로 조건부 허가를 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 또는 비가역적인 질환에 사용하는 치료제를 조건부로 허용할 경우 시장진입을 2~3년 단축시킬 수 있다는 것이 이유였다.
이에 대해 윤소하 의원은 “한미약품의 ‘올리타정’ 사례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안전성이 확인되지 않는 의약품에 대한 무조건적인 규제완화는 결국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것은 물론 시장질서를 유린할 수 있다”며, “정부는 기업의 이윤을 앞세울 것이 아니라 국민의 안전을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상희 의원은 식약처가 한미약품 '올리타정' 사용을 제한한다는 내용의 안전성·유효성 재평가 결과를 발표했음에도 중앙약심 이후 상반되는 내용을 발표한 것을 지적했다.
식약처는 올리타가 유익성 대비 위험성이 큰 것을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중앙약심 이후 ‘한미약품 올리타정 말기암 환자 치료 고려 제한적 사용’을 허용했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말기폐암 환자들의 생명을 연장한다는 미명하에 약물부작용으로 희생되는 일이 더 이상 생겨서는 안 된다. 신규환자에게 시판하는 것은 심각하게 제고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반대 의견도 제기됐다. 새누리당 박인숙 의원이 한미약품 '올리타정'과 조건부허가에 대한 성급한 결론을 내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의사출신인 박인숙 의원은 "한미약품에서 취소 발표를 늦게 해 주식문제로 개미들에게 손해를 보게 한것은 잘못된 일이지만, 임상 중 사망환자에 대해서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식약처는 임상시험 중 올리타정과 관련이 있는 ‘중대한 이상약물반응’으로 사망한 사례(2016년 4월)는 기존에 식약처가 발표한 사례와 동일한 것으로써 한 건 뿐이라고 밝혔다.
2015년 10월에 발생한 중증이상약물반응은 간질성 폐질환으로 폐암이 진행되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으며, 2016년 6월 중증이상약물반응 사례는 패혈증으로 최종조사 결과 약과 인과관계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는 설명이다.
박 의원은 올리타정으로 인해 사망한 사례가 1건 발생했으나 한명은 회복했다는 부분을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인숙 의원은 "말기암환자들이 임상시 약을 사용하는 것은 마지막 선택지로 사용하는 것인데 회복이 됐다는 것은 중요한 부분"이라며 "임상 시 사망으로 모두 결론을 내리는 것은 너무 성급한 결론"이라고 말했다.
이어 "신약개발을 하고도 마지막에 이렇게 된 것은 개인적으로 안타깝다. 신약 개발의 타이밍과 스피드가 중요한데, 영국 기업에서 이 약과 같은 경쟁 신약이 먼저 개발돼 취소된 것이지 사망 때문에 취소된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박 의원은 "조건부 승인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은데, 어쨌든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으니 대책이 필요하다"며 식약처의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김명연 의원도 "공매도 문제는 확인이 된다면 처벌받아야 하는 문제지만 이번 논란으로 인해 한미와 같이 공격적인 투자를 하는 기업의 신약개발 의지가 꺾여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의약품 허가·관리 허술, 유나이티드 관계자 증인 출석
한국유나이티드제약이 약가우대정책을 악용해 53억여원의 보험급여 부당이득을 취했다는 의혹이 또다시 제기된 가운데 식약처 국정감사에서 당사자들이 직접 입장 발표에 나섰다.
윤소하 정의당 의원은 7일 식품의약품안전처 국정감사에서 유나이티드제약이 1998년 7월부터 2012년 3월까지 약가혜택을 받기 위해, 중국으로부터 밀수입한 덱시부프로펜과 독시플로리딘의 원료의약품을 직접 생산한 것처럼 제조기록서등을 허위로 작성, 부당하게 높은 약가를 책정 받았다고 밝혔다.
문제가 제기되자 유나이티드제약은 원료생산시연 등을 진행해 의혹을 해결했고, 일부는 무혐의 처분을 받았고 유죄판결을 받은 사항은 과징금 지급도 완료됐다고 반박했다.
이에 윤소하 의원은 "문제를 제기한 덱시부프로펜과 독시플로리딘에 대한 시연은 시행된 적 없다"며, "식약처 등에서도 재조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재조사가 진행되고 건보공단도 환수소송을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다. 식약처에서 빠른 조치를 취해달라"고 지적했다.
유나이티드제약을 고발한 최성조 전 유나이티드제약 연구원은 "회사는 본인이 금전적 이득을 이유로 계속 고발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는 유나이티드가 강제적으로 두고간 돈으로 경찰조사로 확인됐다. 이후에도 유나이티드 측으로부터 5년간 고통받았다"고 말했다.
증인으로 참석한 유나이티드제약 강덕영 사장은 "최성조 전 연구원의 고발로 유나이티드제약도 5년간 재판을 받아왔다. 식약처가 약사법에 의해 더 조사할 내용이 있다고 하여 조사를 받고 있는것이다"라며 "문제가 있다면 환수조치를 받는 것은 당연하다"고 입장을 밝혔다.
양 측의 충돌이 계속되자 윤소하 의원은 강덕영 사장이 최성조 전 연구원에게 사과할 것을 권유하기도 했으나, 사과는 이뤄지지 않았다.
강덕영 사장은 "직원관리를 잘못해 고발인이 공직자들을 괴롭힌 것이 죄송하다. 참고인(최성조 전 연구원)에 대해 사과요구가 있으나 어떤 것을 사과해야 할 지 모르겠다"며 "대화를 통해 사과할 부분이 이다면 해결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부작용 우려 의약품 처방 수만건, 관리 필요
임산부나 모유 수유 산모가 복용 시 신생아에게 부작용이 주의되는 '돔페리돈'이 식약처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산부인과서 7만 8천여건 투약된 것으로 나타났다.
전혜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식약처는 2015년 1월 돔페리돈의 허가사항을 '투약 후 모유 수유시 산모와 신생아에게 부작용, 특히 심장 문제 발생 우려 경고'로 변경했다.
그러나 식약처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전국의 산부인과에서 2015년 3월~12월까지 10개월 동안 78,361건 돔페리돈이 처방된 것으로 확인됐다.
'돔페리돈'은 오심과 구토증상의 완화 효능의 의약품으로 미국 FDA는 급성 심장사 등 부작용이 심각하다고 판단하여 2004년 6월부터 생산 및 판매를 법적으로 금지했다.
국내는 2016년 10월 현재, 59개업체가 79품목의 돔페리돈 성분 함유 의약품(전문의약품 74품목, 일반의약품 5품목)을 제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재근 의원(더불어민주당, 보건복지위원은 “의료기관에서 급성 신장질환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의약품을 처방하고 있어 국민건강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며 해당 의약품 사용에 주의를 기울일 것을 촉구했다.
인재근 의원에 따르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09년 대장내시경 검사 시에 복용하는 장세척제 중 경구용 인산나트륨 제제에 대해 장세척제로의 사용을 금지했다.
문제가 된 제품은 콜크린앤(태준제약), 포스파놀액(동인당제약), 프리트포스포소다액(유니메드제약) 등 9개회사 11개 제품이다.
이들 의약품을 장세척제로 사용할 경우 급성 인산신장병증이 발생하여 신장 기능의 영구적 장애가 오거나 장기 투석이 요구될 가능성도 있다. 이와 관련해 미국 FDA도 급성 인산염신장병증이 발생하는 사례를 보고한 바 있다.
최재경, 신은진
2016.1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