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병원, 의약품 부작용 보고 댓가로 연간 1억 챙겨
대형 대학병원들이 의약품 부작용 보고를 댓가로 연간 1억원의 국가예산을 지원받고 있으나 부작용 보고 건수는 미미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최동익 의원이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3년 상반기(1월~6월)에 전국 22개 지역약물감시센터가 의약품안전관리원에 보고한 의약품 부작용 건수는 총 44,271건으로 기관당 평균 2,012건의 부작용을 보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각 센터별로 살펴보면, 부작용 보고 건수가 가장 많은 상위 5개 센터는 서울대병원 4,523건, 연세대 세브란스 병원 4,146건, 서울아산병원 4,125건, 삼성서울병원 3,170건, 중앙대병원 2,865건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평균 2,000건이 넘는 의약품 부작용 보고 중 지역 내 부작용 보고 건수는 매우 작아, 지역약물감시센터가 실제로는 지역의 의약품 부작용 모니터링 역할을 다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최동익 의원의 주장이다.
최동익 의원은 지역약물감시센터로 지정된 21개 병원이 보고한 43,347건 중 병원 이외의 지역에서 발생한 부작용은 3.7%인 1,615건에 불과했으며, 나머지 41,732건은 센터로 지정된 병원 내에서 발생한 의약품 부작용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이중 삼성서울병원, 한양대병원, 단국대병원, 전북대병원의 경우, 원외 보고 건수가 단 한 건도 없었으며, 부산백병원과 국립중앙의료원을 제외한 19개 병원의 원외 보고 비율이 10% 미만이었다고 지적했다.
사실상 지역약물감시센터가 지역 내의 의약품 부작용 사례를 수집하기 보다는 병원 내에서 발생한 부작용을 정리해서 보고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댓가로 국가예산을 연간 1억씩이나 지원받고 있다는 것이 최동익 의원의 주장이다.
이와 관련, 최동익의원은 "국민이 일반적으로 복용하는 의약품은 병·의원에서 처방받는 항생제나 약국에서 구매하는 감기약, 소화제, 심지어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안전상비의약품까지 다양하다. 실명에까지 이르는 스티브존슨 증후군도 감기약 복용 후 부작용으로 발현하는 사례가 많다"며 "따라서 원내외 의약품 부작용 사례가 다양하게 수집되어야 하는데 현재 지역약물감시센터는 대형병원에 편중된 의약품 부작용만 보고하고 있어, 의약품 부작용 사례의 전체적인 추이를 왜곡시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지역약물감시센터 사업은 대형병원보다 지역민과 밀착된 기관이 담당하는 것이 다양한 의약품 부작용 사례수집에도 도움이 되고, 국민혈세 낭비를 막을 수 있는 길이다"고 강조했다.
한편, 식품의약품안전처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은 전국 8개 지역에 지역약물감시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지역약물감시센터는 지역별로 사무실과 전담인력을 갖추고 지역 내 의원, 약국, 기타 공공의료조직 등과 소통하며 지역에서 발생하는 의약품 유해사례 모니터링, 노인·소아 등 취약계층의 의약품 사용 집중모니터링, 의약품 부작용 보고자/소비자 상담, 교육 및 홍보를 수행하고 있다.
현재 지역약물감시센터로 지정된 기관은 서울대병원 등 상급종합병원 20개와 국립중앙의료원, 대한약사회(총 22개)로 구성되어 있고, 이들 기관에는 연간 약 1억원의 예산이 각각 지원되고 있다.
김용주
2013.1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