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의료
2기 직선제 사실상 종료...'문제 많다'
제 2기 직선제가 사실상 투표용지 발송이 완료되면서 파장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실제 상당 수 후보들이 약국을 일일이 방문하는 선거운동을 접고 한 숨 돌리는 형국이다.
그러나 이번 직선제에 대해 출마후보들은 물론 유권자들도 상당한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지난 2003년 사상 처음으로 치뤄진 1기 직선제에 이어 두 번째로 치뤄진 직선제이지만 여전히 많은 문제점만을 양산했기 때문이다.
많은 숙제를 남긴 채 사실 상 완료된 직선제의 문제를 되짚어 보고 앞으로의 해결방안을 모색해 봐야 할 듯 하다.
△투표기간 중 선거운동 허용
이번 직선제는 1기와 동일하게 우편투표의 형식을 빌어 진행됐다.
약국의 현실을 감안할 때 유권자들의 참여를 최대한 끌어내기 위한 가장 현실적인 방안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우편투표는 그 자체로 부정선거의 의혹을 살 수 있는 몇 가지 문제점을 양산해 냈다.
우선 투표용지가 선거운동 기간 중에 발송됐다는 것이다.
대한약사회 선거의 경우 29일 발송된 용지가 대부분 지역에 단 하루만에 배달됐으며 몇몇 지역 약사회도 지난 주 배송이 완료됐다.
그러다 보니 투표기간 중 후보들이 버젓이 선거운동을 지속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연출했다.
실제로 모 지역에서는 모 후보가 투표기간 중 약국을 방문해 '약국업무에 바쁘니 투표용지를 주면 잘 처리해 주겠다'고 종용하는 사례가 목격됐다.
또 투표기간 중 동문들을 방문해 책상 위에 투표용지가 있는 상황에서 자신의 지지를 호소하기도 한단다.
굳이 비유를 들자면 대통령 선거를 위해 방문한 기표소가 전면 개방되어 있고 정당 관계자들이 나의 선택을 버젓이 지켜보고 있는 꼴이다.
반면 일부 약사회는 이처럼 부정선거의 개연성을 사전 차단하기 위해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기도 했다.
실제 울산지역의 경우 두 후보간 합의를 통해 4일부터는 선거운동을 하지 않기로 해 모범적인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짧은 선거운동 기간
짧은 선거운동 기간은 모든 후보자가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직선제의 최대장점이 전 유권자를 직접 찾아볼 수 있는 것 임에도 선거기간이 짧아 이같은 장점을 활용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실제 단위가 적은 제주와 울산 등 몇몇 지역을 제외하고 단 한달안에 한 후보가 전 약국을 방문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특히 전국을 대상으로 하는 대약은 편법을 사용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대약 후보들은 하루에 적게는 1백여곳에서 많게는 2백여곳의 약국을 방문했다고 하지만 대두분 별다른 대화 없이 가벼운 인사와 악수정도만 했을 뿐이다. 크게 약국을 방문하는 의미가 없다.
이런 탓에 사전 선거운동에 대한 시시비비가 생겨났고, 현직 회장 프리미엄 논란이 후보등록 이전부터 심심찮게 불거졌다.
더구나 우편투표용지가 일찍 발송되는 바람에 사실상 개표일 이전 1주일은 선거운동도 하지 않은 채 유야무야 넘어가고 있다.
유권자들은 선거 직전까지 후보간 정책대결을 선택을 고심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선거이전에는 동문 담합과 사전 선거운동 논란에 제대로 된 선택을 할 수 없었고, 불과 한달에 불과한 공식 운동기간 중에는 가장 치열해야 할 마지막 1주일이 사실상 사라져 버려 김이 새버리는 어이없는 직선제가 치뤄졌다.
△과다한 비용지출
이번 직선제를 치루면서 가장 세간의 관심을 끄는 대목은 과연 선거비용이 어느만큼 소요되느냐 하는 것이었다.
사실 선거비용은 선거캠프의 최측근이 아니고서는 정확한 파악이 불가능하다.
약사회 선거의 경우 각 후보들의 선거비용 사용내역에 대한 보고의무화가 없는 데다, 비공식 비용(?) 또한 상당해 후보자들 사이에서도 대외비밀에 속하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다만 여러 가지 정황을 종합해 볼 때 지난 1차 직선제와 비교해 볼 때 다소 늘어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선거 비용은 선관위에 내는 공식 기탁금 및 등록비와 별도의 선거사무실 운영을 비롯해 인건비, 홈페이지 개발 및 관리, 정책자료집, 개인홍보물 제작, 광고 필름 작업, 명함제작, 기념회 등 이벤트성 프로그램 개최, 광고비, 후보 등록비 등을 비롯해 기타 교통비와 식대, 회의비 등에 주로 사용된다고 한다.
일단 선거비용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기탁금은 대약의 경우 각 후보별로 3,000만원이며 등록비는 2,000만원으로 총 5,000만원을 선관위에 납부해야 한다. 이중 기탁금은 득표율이 15%를 넘을 경우 반환 받게 된다. 선관위에 제출하는 공식 인쇄물 제작비용 및 발송비용도 무시하지 못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또 개인적인 DM발송비용은 1회당 약 3천만∼5천만원, 자체적인 여론조사 비용 역시 1천만∼3천만원이 소요돼 선거비용의 큰 부분을 차지한다.
특히 이번 선거의 경우 상당 수 후보들이 지난 선거보다 고급화 된 홍보물제작과 책자발간, 호텔 등에서 개최한 다양한 이벤트 개최가 대폭 늘어났다는 점을 감안하면 비용이 크게 늘어났을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정황과 각 후보진영의 추측을 종합했을 경우 대약의 경우 최소 3억원에서 최대 10억원까지 사용됐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시도약사회의 경우 지역별로 큰 차이가 있지만 약 1∼3억원의 비용이 쓰여졌을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과다한 비용 지출은 직선제의 최대 폐단 중 하나이다.
이에 따라 일부에서는 직선제와 간선제를 혼합한 형태의 유권자 선정, 토론회 위주의 후보홍보방식 등이 논의되어야 할 것으로 지적하고 있다.
△상호비방·흑색선전 과열
선거 막판 대약을 비롯해 몇몇 시도약사회 선거는 상대 후보에 대한 비방과 흑색선전, 약점들추기 등으로 얼룩졌다.
대약은 '용천성금'을 둘러싼 의혹이 난무하고 이와 관련한 정체불명의 문자메세지로 인해 고소·고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또 서울에서는 상대 후보의 약국 매출을 일방적으로 공개해 법적 갈등이 빚어질 가능성이 남아있다.
경남지역에서도 '우황청심원' 사건과 '문자메세지'로 인해 후보간 공방이 벌어졌다.
이밖에도 크고 작은 비방과 상호 헐뜯기로 인해 약사사회가 '선거 후유증'에 시달릴 것으로 보인다.
△유명무실한 선관위
그렇다면 이 같은 문제의 원인과 해결책은 무엇일까.
가장 큰 원인은 유명무실한 선관위의 역할에 있다.
애초부터 중앙선관위는 현직 회장과의 유착설에 대한 오해를 받아왔으며, 기자회견을 통해 이를 해명하기도 했을 정도로 시작부터 그 권위를 잃어왔다.
게다가 사전 선거운동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마련하지 못했고, 세부적인 선거운동 방법을 구체화하지 못해 선거 초반 많은 후보들이 유권해석을 받느라 정신이 없었다.
또한 앞서 제기한 투표기간 중 선거운동 허용에 대해서도 투표에 미칠 영향에 대한 아무런 예측을 하지 못했다.
더구나 후보들간의 상호비방과 불법운동 논란이 불거짐에도 단순 경고조치에 그쳤을 뿐 이를 제제할 아무런 구체안도 제시하지 못했다.
이에 각 후보진영은 다음 선거에서는 선관위의 역할을 강화하는 한편 특히 선관위 경고 조치를 위반했을 경우에 대한 패널티 조항을 삽입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아울러 투명선거를 위해 후보자들의 선거비용을 의무적으로 공개하거나 아니면 선관위 내부적으로라도 확인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선동문 후약사 여전…새 인물 등장은 '긍정적'
이번 선거에서 역시 '선약사 후동문'의 정신은 뚜렷하게 나타나지 못했다.
특히 일부 약대 동문회는 이념이나 정책의 유사성을 입증하지도 못하면서 단지 당선을 위해 연대를 하는 구태를 나타냈다.
일례로 중앙대와 부산대 약대 동문회는 자체 선거를 치러 후보를 단일화 하고 이에 대한 정당성을 다각도로 주장했지만, 일선 약사들에게 '선동문'의 전형이라는 비판을 감수해야 할 듯 하다.
또 지난 2003년 선거에서 후보단일화를 이룬 전영구, 문재빈 후보는 이번 선거에서 또 다시 동문간 연대를 이루고 동문의 지지를 호소해 지난 선거에서 지적받았던 '동문간 야합'이라는 비난을 재차 받을 수 밖에 없게 됐다.
다만 이번 선거에서는 경기 이진희 후보로 대표되는 탈동문, 탈서열, 비주류의 후보가 출마해 선거 마지막까지 당선의 가능성을 높이며 직선제의 긍정적인 면을 부각시키고 있다는 점에서는 향후 직선제의 밝은 전망을 가능케 하고 있다.
어찌됐든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보다 업그레이드 된 직선제는 또 다시 3년 후로 숙제를 미룰 수 밖에 없게 됐다.
감성균
2006.1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