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美, 임상시험 피험자 충원난 "거기 누구없소"
과거에 비해 효능이 훨씬 뛰어난 첨단 항암제들이 미국시장에 줄이어 발매되고 있음에도 불구, 암 전문가들의 시름은 오히려 깊어만 가고 있다.
항암제 개발이 붐을 이루고 있지만, 정작 개발과정에서 반드시 진행되어야 하는 임상시험에 자원하는 피험자 숫자는 전체 환자들 가운데 5~10% 남짓한 수준에 머문 채 수 년째 정체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
특히 이 같은 현실로 인해 임상시험이 종료되기까지 지나치게 오랜 시일이 소요되거나, 미처 충분한 자료가 확보되기도 전에 시험이 조기중단되는 결과를 낳고 있다는 지적에 무게가 실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의학의 위기'를 거론하는 목소리까지 불거지고 있을 정도라는 것.
시카고大 의대의 리차드 쉴스키 박사는 "더 많은 신약이 개발되어 나올수록 기존의 임상시험 시스템은 정상궤도를 이탈할 더 큰 위험성에 직면케 되는 셈"이라고 비유했다.
그 같은 진단이 나올만도 한 것이 암은 오늘날 심장병에 이어 미국 2위의 사망원인으로 자리매김되어 있는 형편이다. 또 항암제를 투여하는데 매월 수 천 달러의 약값이 소요되고 있음을 감안하면 이 분야가 제약기업들에게 대단히 매력적인 연구파트라는 평가도 따르고 있다.
실제로 오는 2009년에 이르면 미국의 항암제시장 매출규모가 지난 2004년에 비해 2배 이상 급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바도 있다.
문제는 항암제시장이 커질수록 임상시험 피험자도 더 많이 필요로 할 수 밖에 없는 현실.
이와 관련, 미국 암학회(ACS)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05년 한해 동안 유방암 치료제 한 분야에서 수행된 총 259건의 임상시험을 원활히 진행하기 위해 12만4,000여명의 피험자들을 필요로 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것은 2005년 유방암을 진단받았던 전체 환자수의 58.7%에 해당하는 수치.
메릴랜드州 볼티모어에 소재한 노인암 컨소시엄의 제니퍼 탬 맥데비트 박사는 "전립선암의 경우 전체 환자의 20% 정도가 임상시험 피험자로 필요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그러나 연령이나 성별, 암의 전이도, 치료전력 등의 요인들을 감안해야 하므로 실제 충원에는 엄격한 제한이 따를 수 밖에 없어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맥데비트 박사는 분석했다.
임상 1건을 완료할 때까지 피험자 1인당 소요비용이 4,000~6,000달러에 달하는 현실도 상대적으로 큰 걸림돌이 되지 못할 정도라는 것이다.
맥데비트 박사는 "따라서 관련 임상시험들을 중요도에 따라 우선순위를 매기고, 피험자들을 적절히 배분하기 위한 시스템이 정부 차원에서 적극 강구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는 별도로 피험자 충원을 위한 의사들의 노력이 한층 배가되어야 할 것이라는 지적도 예전에 비해 한층 설득력을 얻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캔자스州의 주도(州都)에 소재한 캔자스시티 암센터의 로버트 플루네크 박사는 "대부분의 암환자들이 임상시험에 대한 정보를 얻는 으뜸채널로 손꼽히는 의사들부터 먼저 인식을 바꿔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플루네크 박사의 지적은 일부 의사들이 과중한 업무부담을 이유로 환자들을 임상시험에 참여토록 권유하는데 소극적인 경향을 보이고 있는 현실을 의식해 제기한 것이다.
지난 3월 진행형 직장결장암을 진단받았던 빌 루트 씨(48세)는 캔자스시티 암센터에서 임상시험 참여를 권유받았을 당시 무척 주저했었다고 말했다. 처음 얘기를 들었을 때 자신이 플라시보나 모르모트(guinea pig)로 취급받게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앞섰기 때문이라는 것.
플루네크 박사는 "임상시험에 대해 잘못된 편견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면서 "하지만 임상시험에 피험자로 등록하면 아무래도 참여하지 않았을 때보다는 더 나은 결과를 접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무래도 의사들이 일반환자보다 피험자들에게 더 많은 관심을 기울 수 밖에 없는 것이 당연한 이치이기 때문이라는 것.
게다가 대부분의 항암제 임상시험은 신약과 기존의 표준요법제를 놓고 약효를 비교평가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으므로 무작위 추출과정에서 특정그룹으로 분류된 이들에게 플라시보만 투여되는 일을 걱정할 필요도 전혀 없다고 덧붙였다.
펜실베이니아州 필라델피아에 소재한 비영리 단체로, 활발한 임상시험 참여를 독려하고 있는 항암기구연대(CCCG)의 로버트 코미스 총장은 "임상시험에 대한 인식이 제고되면 참여율도 한층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피력했다.
이덕규
2006.07.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