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의료
"藥 개발보다 사후평가가 더 중요"
이달 중순, 국내최초 임상약리와 역학 문제에 대해 현직 의약사가 힘을 합한 약물 위해 관리 학회가 탄생했다.
대한약물역학위해관리학회(이하 KoPERM)는 지난 13일 창립총회를 열고 본격적인 학회로서의 행보를 걷기 시작했다.
KoPERM이 주목을 받고 있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우선 외국에 비해 병용금기약물의 처방실태와 약물사용 연구 및 평가의 필요성에 비해 연구실태와 전문적인 학술단체가 미비한 국내 현실 속에서 최초로 탄생한 학회라는 점이다. 두 번째는 직접적인 직능단체인 약사·의사, 유관기관인 복지부·식약청, 그리고 업계인 제약업계와 연구소 등 관련 단체 현직 종사자들이 모두 힘을 합심했다는 점이다.
KoPERM 창립에 중추적인 가교 역할을 한 인물, 박경호 학회 총무(서울대학교병원 약제부 소아조제과장, 한국병원약사회 부회장)를 만나 국내 약물 위해와 부작용 연구의 중요성을 들어봤다.
약물 부작용 관리, 근본적인 기틀 필요
박경호 KoPERM 총무는 약물 부작용에 대한 의약사 실무자들의 고심을 현장에서 절감한 산 증인이다.
"사실 알려진 부작용(labeled)에 이상이 생기면 이는 의약사의 책임입니다. 하지만 의약사는 알려지지 않은 부작용(unlabeled)에 관한 책임까지 전가 받고 있지요. 이러한 현실은 너무 가혹하다고 봅니다."
실제로 우리나라에는 약물 부작용에 대해 1차적인 책임이 의사와 약사에게 전가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환자가 처방과 조제를 받고 약물을 복용했으나 환자의 특이체질로 인해 부작용이 발생했을 때 이러한 의료사고를 환자는 의약사의 탓으로 돌리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
"예를 들어 한 병원에서 약물 부작용에 대한 보고를 하게 되면 언론사들은 너나할 것 없이 '00병원 약물 부작용 최다' 등의 제목으로 병원 관계자들과 업계 종사자들을 송두리째 매도하기 십상이었어요. 이런 풍토 아래 어느 누가 약물 부작용에 대해 쉽게 거론할 수 있었겠습니까."
이러한 처지에서 약물 부작용으로 고통을 당한 환자에 대한 보상에는 누구도 손을 쓸 수가 없었던 것이 국내의 현실이었던 것. 박 총무는 의료 선진국인 외국의 사례를 들어 정부 보상에 대한 규명도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제약사들은 매출의 일정부분을 할애해 사후 부작용 피해자 구제 기금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약물 부작용에 대해 덮어 버리기에 급급해합니다."
밝혀지지 않은 특이체질 환자에 대한 부작용에 대한 학계 논의와 보고를 통해 정책을 반영하는 것이 드문 국내 상황에서 부작용 보상에 대한 근본적인 접근이 요원할 수밖에 없는 것은 '사필귀정'일 수밖에 없다.
궁극적인 목표는 국민 보건 향상
앞서 말한 바와 같이, KoPERM은 약사와 의사, 유관기관과 업계의 힘을 모은 약물 부작용 전문 학회이다. 이는 특히 의약분업 이후 대칭구도로 치닫는 약계와 의계, 두 직능단체가 힘을 모아 약물 위해에 관한 입장을 같이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창립총회 세미나에서 보셨듯이 의사와 약사는 처방검토권에 대한 법률 인식의 필요성을 서로 확인하고 궁극적으로 약물 부작용과 직능상의 문제를 상호 인식했습니다."
박 총무는 KoPERM의 궁극적인 목표가 국민보건 향상이라고 강조한다.
"약은 절대적인 것이 결코 아닙니다. 음식이 아닌 화학물질인 만큼 분명 '양날의 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약이 만병통치를 위한 절대도구로 인식되고 있는 국민들의 인식을 바꿔야합니다."
만병통치로 인식되는 약에 대한 국민인식을 계도함으로 약을 더 잘 사용하는 것은 결국 국민 보건 향상에 이바지한다는 논리이다.
"약물은 개발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사후평가가 더 중요합니다. 개발된 약을 잘 사용해야한다는 것입니다."
꾸준한 연구 보고로 정책에 제안·반영할 터
KoPERM은 분과(SIG)는 현재 약물감시, 시판 후 조사, 약물사용 평가, 성과연구, 제도 및 정책, 통계로 분리,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학회 분과는 스터디를 통해 각기 약물에 대한 위해와 평가 연구를 통해 지속적으로 국민 계도를 실시하고 정부 정책에 대한 문제점을 토론 및 지적해 제안을 통해 차후 정부 정책에 반영한다는 계획입니다."
이를 위해 KoPERM은 의학, 약학, 관, 산에 각기 부회장을 선정하고 약계와 의계에 위원장을 고르게 배치, 효율적인 학회 운영 시스템을 구축한 상태다.
"학회가 이 같은 정책 반영에 이바지하는 학회로 정착되면 차후 간호사와 한의사까지 모두 아울러 학회의 폭을 더 넓힐 방침입니다."
세계적 학회로 도약 '숨고르기'
KoPERM 실상, 급작스럽게 만든 '반짝 학회'가 아니다. 병원약사로 25년을 지낸 박경호 총무 또한 무수한 연구와 모임을 통해 고민해왔던 문제인 것.
서울대학교 병원 약제부에 병원약사로 몸담을 무렵, 같은 병원 의사인 박병주 회장과 연이 되어 정기적인 스터디를 통해 현안 해결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다.
"KoPERM은 급작스럽게 만든 학회가 아닙니다. 아주 오래 전부터 현장의 의약사들이 절감하고 있는 문제였던 것입니다. 초대회장이신 박병주 회장님을 비롯해 국내 의약사들도 세계학회에서 꾸준히 활동해오고 있습니다."
KoPERM은 올해 창립에 이어 내년에는 세계대회를 한국에서 개최하게 된다. 이는 KoPERM의 국제위상이 높아지는 초석이 되는 셈이다.
박 총무는 "신약에 대한 정부의 투자와 업계의 연구 열의는 가히 높지만 약물의 위해성에 대한 보고는 적었다"며 내년 국제대회를 계기로 약물 위해성과 부작용에 대한 국내의 심층적인 연구보고가 탄력을 받게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정주
2007.0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