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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 M&A ‘가속화 vs 시기상조’
최근 일부 국내 제약사들이 잇따라 중소제약사에 대한 인수합병의지를 밝히면서, 국내 제약 산업 구조개편에 대한 논의가 수면위로 급부상하고 있다.
현재까지 제약사 인수 의지를 공식적으로 밝힌 곳은 삼양사, 광동제약 등 두 곳. 삼양사는 올 초 “제약부문 강화를 위해 국내 제약사 인수를 모색하고 있으며, 영업망 등 삼양사가 부족한 부분을 보완할 기업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며 인수합병의지를 밝힌 바 있다.
또한 광동제약 역시 지난 3월 기자회견을 통해 “매출 700억원 규모의 전문의약품 위주의 회사를 인수할 것이며 올 연말까지는 인수 작업을 완료하겠다”고 밝혀, 국내 제약업계의 M&A 분위기는 한층 고조되고 있다.
◆ FTA, ‘약제비 적정화’…구조조정 동기 부여
사실 제약 산업 구조조정 이야기는 어제 오늘 거론됐던 사안이 아니다. 국내 제약 산업의 취약성 분석에서 항상 제기되는 ‘영세성’과 함께, 제약업계 안팎으로 구조조정의 필요성이 끊임없이 제기된 바 있다.
이러한 와중에 한ㆍ미 FTA 협정 채결과 ‘5ㆍ3 약제비 적정화 방안’은 국내 제약 산업 구조조정에 대한 새로운 대내외적 모멘텀으로 작용하고 있다.
우선 ‘약제비 적정화 방안’은 보험약 등재의 포지티브 전환으로, 영세한 국내 제약사들에게 ‘품목퇴출’이라는 대내적인 압박을 가하고 있다.
또한 한ㆍ미 FTA 협정은 제네릭 중심의 국내 제약 산업 구조를 개량신약 혹은 혁신적 신약 등 연구개발 중심의 구조로 채질개선을 유도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압박에 대해 업계가 별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면 구조조정에 대한 논의 역시 적정선에서 봉합될 것이지만, 현재 국내 제약업계는 현 상황에 대해 상당히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제약업계가 최근 CP 도입 추진방안 발표 기자회견에서 “현재와 같은 체제로는 국내 제약업계가 모두 공멸할 수도 있다”고 발언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 인수합병, ‘가속화 vs 시기상조’ 의견 팽팽
그간 국내 제약사 간 인수합병에 대해서는 업계의 의견이 찬반으로 나뉘는 경향을 보여 왔다.
우선 국내 제약사 간의 인수합병이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라는 주장을 펴는 쪽은, 국내 제약사 간의 M&A가 활성화되기 위한 전제조건인 오너 십(Ownership)의 약화와 시너지효과의 확보 가능성이 낮다는 가정에서 출발한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국내 제약사의 M&A’란 대략 매출기준 상위 20개 업체 간의 인수합병을 말한다.
이러한 가정 하에서 이야기를 풀어보면, 현 상황에서 상위 제약사들 간의 인수합병은 사실상 어렵다는 주장이다. 우선 제약사 오너들의 경영권 지배가 아직까지는 강하게 남아있는 상태고, 더군다나 국내 제약사들의 품목이 모두 ‘비슷비슷’하기 때문에 인수합병을 하더라도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 대우증권 임진균 애널리스트는 지난 1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인수합병은 오너 십 약화와 제약사 상호간 차별화가 전제될 때 가능한 것”이라며 “여건이 완전히 성숙되기까지는 긴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다만 임 애널리스트는 “제약업계 구조재편 압력은 내외부적으로 계속 확대될 전망”이라며 “품목별 GMP 도입, 생동성실험 의무화 확대 등에 따른 설비투자 부담과 신제품 출시비용 급증은 제네릭 제약사 간의 차별화를 유도할 것이고, 일본과 같은 선례가 만들어진다면 그 시기는 크게 앞당겨질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연구개발 중심의 혁신형제약사로 거듭나기 위한 일환으로, 인수합병을 통한 파이프라인 강화를 시도하는 것 역시 신중을 기해야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이들은 다국적 제약사의 사례를 언급하며 “다국적 제약사들이 인수합병을 통해 경영, 마케팅 등의 분야에 있어서는 성과를 보이고 있지만 연구개발 분야에 있어서는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며 “다국적 제약사들의 자체적인 분석 결과를 보더라도, 인수합병 이후 연구개발 분야에서 효과를 보려면 최소한 1년 이상의 기간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하고 있다.
반면 인수합병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쪽은 말 그대로 그 ‘필요성’에 무게를 싣고 있는 형국이다. 최근 일련의 국내 제약 환경 변화는 국내 제약사들에게 M&A를 ‘당위’가 아닌 ‘필요’ 차원에서 검토토록 강제하고 있다.
즉 국내 제약사들은 제약 환경의 변화로 ‘경쟁력 없는 기업은 시장에서 퇴출 된다’는 시장경제의 원리에 따라, 수백 개가 난립해 있는 국내 제약 산업의 구조조정이 임박해 있음을 감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국내 제약 산업이 거대 제약사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연구개발을 위한 ‘임계 연구비 및 인력 확보’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도 무시 못 할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빠른 시일 내에 인수합병 등을 통한 매출 1조 규모의 제약사가 탄생해야 신약개발을 위한 규모 있는 투자가 실현되며, 이를 바탕으로 세계적인 제약사 탄생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또한 정부에서조차 ‘선택과 집중’을 통해 ‘가능성 있는’ 제약사에게만 연구개발 예산을 지원하겠다고 공언하고 나서는 등 사실상 국내 제약 산업 구조조정을 유도하는 정책을 펴고 있어, 어떤 형태로든 국내 제약 산업의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 국내 제약 산업 구조조정…‘이미 진행 중’
제약사 간의 인수합병 가능성 여부를 떠나, 현재 중요하게 눈여겨 봐야하는 점은 제약 ‘산업’에 있어서의 구조조정은 이미 시작됐다는 점이다.
먼저 시장점유율 면에서 국내 상위그룹 제약사들이 국내 의약품시장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등 시장 내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제약 산업의 파이가 한쪽으로 쏠리는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는 셈.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될 경우 중소 제약사들은 ‘약제비 적정화 방안’ 등으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고, 따라서 시장에서 퇴출될 것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다.
또한 향후 진행될 품목별 GMP 등 ‘GMP 선진화 방안’은 국내 제약 산업 구조조정의 일차적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선진화된 GMP 도입을 위해서는 제약사 1개社 당 300억의 자금이 필요한데(제약협회 추정), 자금력에 따라 살아남을 제약사와 살아남지 못할 제약사 간의 명암이 엇갈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의약품정책팀 박 실비아 팀장은 “앞으로 제약사들은 인정받는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느냐의 여부에 따라 시장퇴출까지도 각오해야 할 것”이라며 “경쟁력 있는 제품 생산을 위해 cGMP 등 선진화된 GMP시설 도입이 필수적이며, 여기에서 밀려난 제약사들은 자연히 경쟁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손정우
2007.06.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