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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DA 신속심사制 빠름 빠름 빠름! 하지만...
FDA의 신속심사 제도가 검토과정에서 중대한 안전성 이슈가 제기된 경우에도 별다른 해답을 내놓지 않은 채 섣부른 허가결정을 남발하는 장치로 오‧남용될 수 있음을 지적한 보고서가 공개되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미국 버지니아州 알렉산드리아에 소재한 의약품안전사용연구소의 토머스 J. 무어 박사 연구팀은 ‘미국 의사회誌’(JAMA) 5일자 최신호에 게재한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이 주장했다.
이 보고서의 제목은 ‘혁신에 수반되는 안전성 위험: FDA의 의약품 개발 신속심사 경로’.
보고서는 “바이오메디컬 분야의 혁신 드라이브가 오바마 정부와 FDA의 간판격 플랜의 하나로 부각됨에 따라 신약에 대한 FDA의 신속한 심사절차 진행 프로그램(Expedited Drug Development Pathway)이 부각되고 있다”는 서언으로 분위기를 띄웠다.
덕분에 환자들이 각종 신약을 신속하게 복용할 수 있게 된 것은 신속심사제도가 갖는 칭찬할 만한 목적이라고 인정했다.
그럼에도 불구, 문제는 안전성에 관한 의문이 해소되지 못한 채 허가를 취득한 신약들로 인해 자칫 공중보건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이라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이와 관련, 보고서는 지난 2011년에 허가결정을 내린 35개의 신약 가운데 46%에 해당하는 16개의 신약들에 대해 허가 유무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한가지 이상의 발빠른 심사 프로그램을 적용했음을 상기시켰다.
다시 말해 16개 신약 모두 예외없이 신속심사(Priority Reviews) 지위를 부여했을 뿐 아니라 13개 신약들에 대해서는 패스트 트랙(Fast Track) 프로그램을 적용했고, 3개 신약들의 경우 잠정승인(Accelerated Approval) 결정을 내렸을 정도라는 것이다.
‘신속심사’는 치료의 관점에서 괄목할만한 진전을 가능케 할 것으로 기대되는 신약후보물질들에 대해 지위를 부여하는 제도이고, ‘패스트 트랙’은 아직까지 충족되지 못한 의료 니즈에 부응할 것으로 기대되는 신약후보물질들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이 완료되기 이전에 허가 검토절차에 착수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을 말한다.
또한 ‘잠정승인’은 일단 치료효과가 인정되면 승인을 결정하되, 시판 후 조사 과정에서 안전성 이슈가 돌출할 경우 승인을 취소할 수 있도록 하는 조건부 허가제도이다.
보고서는 신속한 심사절차를 거쳐 허가된 신약들 가운데 안전성 이슈가 불식되지 못하고 있는 사례들로 다발성 경화증 치료제, 항암제, 뇌졸중 예방제 등 3가지를 꼽았다.
이 중 ‘카프렐사’(Caprelsa; 반데타닙)은 331명의 말기 수질(髓質) 갑상선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1건의 임상시험 결과를 근거로 FDA의 허가관문을 통과한 케이스이다.
보고서는 ‘카프렐사’가 환자들의 무진행 생존기간 연장에 효과를 발휘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총 생존률이 플라시보 대조群과 별다른 차이가 눈에 띄지 않을 정도의 독성 또한 수반했다며 신속심사 대상으로 선정될 수 있었던 배경에 의문을 제기했다.
즉, 지속적인 QT 간격 연장, 심실빈맥, 심실부정맥, 돌연사 등을 유발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용량을 낮출 경우 독성을 감소시키면서 효능은 유지될 수 있는지 여부도 불확실하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지난 2010년 9월 승인된 재발완화형 다발성 경화증 치료제 ‘길레니아’(Gilenya; 핑골리모드)의 경우에도 장점과 단점이 확연히 대비된다며 주장을 이어갔다.
즉, 새로운 작용기전으로 면역계를 억제할 뿐 아니라 주사제인 인터페론 β-1a와 달리 경구복용이 가능하다는 점은 충분히 어필할만 하지만, 제한없이 1차 선택약으로의 적합성에 대해서는 물음표를 던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물음표를 제시한 사유로 보고서는 심장박동에 미칠 수 있는 부작용, 감염증 가능성, 폐 기능 감소, 간 독성, 최기형성, 황반부종, 발암 개연성 등을 지목했다. 아울러 신장이식 환자들을 대상으로 ‘길레니아’ 5.0mg, 2.5mg 및 1.25mg을 매일 복용토록 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던 연구사례의 경우 안전성 우려로 중단됐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이 때문에 가장 낮은 1일 0.5mg 용량의 경우에만 FDA의 심사절차를 밟을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이덕규
2012.09.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