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 제약·바이오
CSL, '헴제닉스' 5년 장기추적서 유효성·안전성 확인
글로벌 바이오제약기업 CSL(대표 폴 매켄지, Paul McKenzie)는 지난 7일 성인 중증 및 중등도 혈우병 B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3상 임상연구 ‘HOPE-B’의 5년(60개월) 장기 추적 결과를 발표했다고 30일 밝혔다.이번 연구 결과는 세계적 의학 학술지인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신(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NEJM)에 게재됨과 동시에, 미국혈액학회(ASH) 연례학회에서 공개됐다. 이를 통해 단회 유전자치료제 헴제닉스(HEMGENIX, 성분명 에트라나코진 데자파르보벡, etranacogene dezaparvovec)의 장기적인 유효성과 안전성이 입증됐다.헴제닉스는 현재 시판 중인 유일한 성인 혈우병 B 유전자 치료제로, 아데노관련바이러스 5형(AAV5) 중화항체 보유 여부와 관계없이 투여가 가능하다.미시간대학교 소아과 및 병리학과 교수이자 혈우병·응고장애 연구소 소속인 스티븐 파이프(Steven Pipe) 박사는 “HOPE-B 연구의 5년 추적 결과는 혈우병 유전자 치료 분야에서 중요한 이정표”라며 “헴제닉스가 성인 혈우병 B 환자의 치료 방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음을 보여주는 장기 데이터”라고 평가했다.이어 그는 “빈번한 예방치료에 의존해 온 환자들이 단 한 번의 치료로 출혈을 지속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는 점은, 일상생활의 자유를 확대하고 치료 부담을 줄이는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강조했다.HOPE-B 연구는 3상, 오픈라벨, 단일 용량, 단일군 임상으로 설계됐으며, 중증 또는 중등도 혈우병 B 성인 남성 환자 54명(AAV5 중화항체 유무 무관)에게 헴제닉스 단일 용량이 투여됐다. 이 가운데 50명이 5년간의 추적 관찰을 완료했다.주요 결과에 따르면, 모든 출혈에 대한 평균 연간 출혈률(ABR)은 치료 전 리드인 기간 평균 4.16에서 주입 후 5년차 0.40으로 약 90% 감소했다. 관절출혈은 93%(2.34 → 0.16), 자연발생성 출혈은 94%(1.52 → 0.09) 각각 감소했다.또한 주입 후 1년차부터 5년차까지 평균 혈액응고 제9인자(FIX) 활성 수준은 36% 이상으로 안정적으로 유지됐다. 예방요법 측면에서는 전체 환자의 94%가 일회성 유전자 치료 후 외인성 제9인자제제의 정기적 예방치료로 돌아가지 않았으며, 주입 후 30개월 시점에서 단 1명만이 예방치료를 재개했다.안전성 측면에서도 우수한 결과가 확인됐다. 헴제닉스 치료와 관련된 중대한 이상반응(SAE)은 보고되지 않았으며, 전반적으로 내약성이 양호했다. 총 100건의 치료 관련 이상반응(TRAE)이 발생했으나 대부분은 주입 후 첫 4개월 이내에 나타났고, 4~5년차 사이에 보고된 TRAE는 5건에 불과했다. 가장 흔한 이상반응은 간 효소(ALT) 수치 증가였으며, 이에 대해 9명(16.7%)의 환자가 평균 81.4일간 반응성 코르티코스테로이드 치료를 받았다.CSL 수석부사장이자 의료부문 책임자인 데보라 롱(Deborah Long) 박사는 “헴제닉스가 혈우병 B 성인 환자를 위한 일회성 치료 옵션으로서 지속적인 효과를 입증한 HOPE-B 연구의 5년 결과를 공유하게 돼 매우 자랑스럽다”며 “이번 결과는 헴제닉스가 지속적 예방치료 대비 출혈 횟수를 줄이고, 정기적인 치료 부담에서 환자들을 해방시키는 데 있어 유의미한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HOPE-B 연구는 이번 5년 장기 추적 결과를 통해 최종 분석을 완료했으며, 환자 동의 시 최대 15년간 추적 관찰하는 ‘IX-TEND 222-3003’ 연구가 이어질 예정이다.헴제닉스는 현재 미국, 캐나다, 영국, 스위스, 호주, 사우디아라비아, 대만, 한국, 싱가포르, 홍콩에서 허가를 받았으며, 유럽연합(EU)·유럽경제지역(EEA)에서는 유럽위원회(EC)로부터 조건부 시판 허가를 획득했다. 현재까지 8개국에서 75명 이상의 환자가 실제 임상 환경에서 헴제닉스를 투여받았다.한국에서는 2024년 9월, 혈액응고 제9인자 억제인자가 없는 성인의 중증에 가까운 중등증 및 중증 B형 혈우병(선천성 혈액응고 제9인자 결핍) 치료에 대해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았다.대구가톨릭대학교병원 소아청소년과 최은진 교수는 “혈우병 B는 평생 출혈 위험을 관리해야 하는 선천성 유전질환으로, 국내 환자들 역시 지속적인 예방요법과 출혈에 대한 불안으로 시간적·심리적 부담이 큰 희귀난치질환”이라며 “이번 연구는 헴제닉스가 단회 투여만으로 장기간 안정적인 제9인자 활성도를 유지해 정상적인 지혈 작용이 가능함을 입증했다”고 말했다.이어 그는 “이는 국내 혈우병 B 치료 패러다임의 변화와 발전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며, 이를 위해 한국에서도 임상 경험의 지속적인 축적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권혁진
2025.1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