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점검하는 올해의 핫이슈 <5> 지속가능경영의 열쇠 CSR
내가 구입하고 이용하는 상품과 서비스가 환경에 악영향을 주는 것은 아닌지, 비윤리적인 기업의 제품을 사는게 아닌지 걱정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이른바 ‘배려소비자’다. 지난해 미국의 트렌드 분석 연구기관 트렌드와칭은 ‘죄책감을 덜 느끼는’ 소비가 새로운 트렌드로 뜨고 있다고 발표했다. 보험연구원이 2012년 실시한 ‘국내소비자의 CSR(Corporate Social Responsbility·기업의 사회적 책임) 관련 인식조사’에 따르면 ‘상품구매 시 모든 조건이 동일할 때, 사회적 책임을 잘 이행한 기업의 상품을 구매하는 편인가?’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85.9%가 ‘그렇다’고 답변했다. ‘상품구매 시 사회적 책임 이행에 대해 부정적 기업의 상품을 일부러 구매하지 않은 적이 있는가?’를 묻는 질문에 ‘있다’고 응답한 비율도 73.1%에 달했다. 가격, 품질 등이 동일하거나 비슷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다해도 소비자는 일상생활에서 윤리적 소비행동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소비자의 사회적 책임인 셈이다.기업도 CSR에 적극적이다.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은 자금, 시스템, 인재 등을 갖추고 오래전부터 CSR을 펼치고 있다.이제는 중소기업도 CSR에 나서고 있다. 토니모리(사장 정의훈)는 사회공헌 프로그램 ‘희망열매 캠페인’을 통해 적립된 장학금을 대입을 앞둔 수험생에게 전했다. 스킨79(www.skin79.com)로 잘 알려진 위즈코즈(대표 김동광)는 홀트아동복지회에서 진행된 자선바자회에 참여했다. 제닉(대표 유현오)은 화장품 기업의 특성과 기부 활동을 접목한 영·유아 전용 베이비 기부 제품을 내놓았다. 앞서 제닉은 기부전용 제품 '퓨어트리 사랑 샴푸'를 선보였다.기업들은 해외로도 눈을 돌려 CSR을 펼치고 있다. 코리아나화장품(대표 유학수)은 지구촌 어린이들의 전염병 예방 백신을 지원하기 위해 국제백신연구소 한국후원회(IVI)에 후원금을 지원하고 있다. 로가닉 스킨케어 브랜드 세븐드롭스(대표 노해영)는 밀알복지재단(이사장 홍정길)과 아프리카 희망교육지원을 위한 기부금을 전달했다.화장품기업에 맞춤한 CSR 모델도 나왔다. 새로운 기부 플랫폼인 ‘리얼굿박스(www.realgoodbox.com)’는 화장품기업이 정품을 현물로 기부하면, 온라인 판매를 통해 고객은 저렴한 가격으로 정품을 구입하고, 매출액의 5%를 사회적 배려 대상자에게 지원하는 모델이다. 이 프로그램에는 엘앤피코스메틱, 동성제약, 네이쳐앤바이오, 닥터앵거스, 마더스팜, 에스쁘아, 이니스프리, 스킨79, 지베르니 등 다수의 국내 화장품기업이 참여하면서 소비자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기업들이 CSR에 나서는 이유중의 하나는 지속가능한 경영을 위해서다.실제로 CSR은 기업 경영에 도움이 된다. 곽용신씨가 지난해 8월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은 논문 ‘기업의 CSR 활동이 기업성과에 미치는 영향’에서 “CSR이 기업 성과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확인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 논문은 대기업의 중심의 연구결과라는 점에서 한계점이 있지만 2004년~2009년 동안 1,068개 기업을 통해 실증적으로 분석한 결과다.CSR 활동을 잘 하는 기업에 투자하는 사회책임투자(SRI·Social Responsibility Investment)가 확산되고 있다는 점도 중요한 요인 가운데 하나다. 국내 기업의 CSR은 아쉬운점도 있다. CSR에 대한 개념 조차 잡혀 있지 않은 상태다.최근 ‘2013 CSR 100대 기업 평가’ 보고서를 낸 넥스트소사이어티재단 김성택 이사장은 “아직도 많은 기업들은 무엇이 진정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인지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단순히 기업의 자선 혹은 사회봉사나 기부활동으로 해석하고 CSR을 홍보나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즉, CSR을 ‘핵심 경영 전략’이 아니라 이벤트성으로 본다는 의미다.화장품업계의 한 관계자도 “국내 기업은 다른 기업이 하면 철학도 없이 따라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전 세계적으로 CSR에 대한 글로벌 가이드라인, 공시제도, 평가방식이 세분화, 의무화되면서 CSR보고서 발간을 권유하고 있지만 국내 화장품기업 가운데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정도만 CSR보고서를 발행하고 있다.이같은 국내 상황에서 마이클 포터 하버드대 교수가 주창한 상생 경영이론인 ‘공유가치창출’(CSV·Creating Shared Value)은 이를 수 밖에 없다. 즉, ‘책임’에서 ‘조화’로 흘러가는 ‘경영철학’은 국내 기업이 아직 ‘수용’하지 못하고 있는게 현실이다. <착한 기업의 불편한 진실>(21세기북스)를 쓴 김민조 씨는 이 책에서 “우리가 찾아야 하는 것은 하나뿐인 정답이 아니라 다양성과 열린 결말을 가진 모범 답안”이라면서 “사회공헌을 얼마나 많이, 눈에 띄게 하는가에서, 어떻게 하는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기업이 사회에 미치는 해악을 줄여나가는 대응적인 CSR에서 사회적 여건을 개선함으로써 기업의 전략을 강화하는 전략적 CSR로 발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용찬
2014.03.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