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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김신권 한독 명예회장님 삼가 명복을 빕니다"
제가 평생을 두고 존경해왔던, 김신권 명예회장님의 곁을 떠나게 되는 오늘, 먼저, 고 김신권 명예회장님의 명복을 삼가 빕니다.
저는 1959년 1월, 명예회장님을 처음 뵈었던 그날을 잊을 수 없습니다. 대학 졸업하고 얼마 후, 저는 한독의 전신인 연합약품에 입사하기 위해, 면접장에 들어섰습니다. 반듯하고 강직해 보이는 눈매, 커프스 버튼과 멋스러운 넥타이 차림의 명예회장님의 모습이, 신사의 전형과도 같았고, 그날의 김신권 명예회장님의 모습이 50여 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눈앞에 선합니다.
특히 남보다 한발 앞선 명예회장님의 생각과, 불굴의 정신에는 감탄을 금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1940년, 열아홉의 나이로 약종상 시험에 한국인 최연소로 합격한 일, 6·25전쟁 당시 부산으로 피난하여 개점한 점포가 국제시장 약품골목의 효시가 된 일.. 이처럼 그분의 선구적 역량은 누구보다 앞서 있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독일 훽스트와의 업무제휴 과정은, 한 편의 드라마와 같았습니다. 고민은 신중하게, 행동은 과감하게 하기로 유명한 명예회장님은, 결심이 굳자, 추호의 망설임 없이, 혈혈단신 독일 프랑크푸르트로 날아가셨습니다. 당시만 해도 한국은 전쟁과 빈곤으로 대표되는 나라였기 때문에, 작고 가난한 나라에서 홀로 온 그분을, 사업 파트너로 생각하기에는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명예회장님은 세계적인 기업인 훽스트와, 당당하게 어깨를 나란히 하며, 계약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내셨습니다. 이 순간은, 약업인으로 70여 년을 걸어온 명예회장님의 인생을 통틀어, 손가락 안에 꼽을 만한 명장면으로 기억될 것입니다. 꿈을 향한 도전, 불굴의 의지와 끈기는, 우리들이 본받아야 할 덕목입니다.
지난해는 명예회장님이 ‘구순’을 맞는 해이자, 제약 외길을 걸어오신지 70년이 되는 해였습니다. 회사에서는 이를 기념하기 위해, 명예회장님의 사진집 자서전을 제작하였고, 저 역시 내용 감수를 위해 제작에 참여했습니다. 사진집 작업을 하며, 옛날 기억을 떠올리고 흐뭇해 하시던, 명예회장님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빛 바랜 흑백 사진을 보니, 과거 명예회장님 밑에서 일했던 40년의 기억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습니다. 명예회장님은 아무리 힘든 고난과 역경이 있더라도, 불굴의 개척정신과 리더십으로, 한독은 물론 우리나라 제약산업의 위상을 세계적으로 드높이신 분 이었습니다.
지난 세월, 명예회장님과 함께 할 수 있었던 것이, 제겐 기쁨이고 자랑이었습니다. 오늘, 명예회장님을 떠나보내게 되는 것이 너무도 아쉽지만, 가시는 길을 붙잡을 수 없기에, 부디 하늘나라에서도 당당하고 강직한 모습이 번치 않으시고 평안하시기를 기원하겠습니다. 삼가 명예회장님의 명복을 빕니다.
2014년 5월 3일 한독 2대 사장 김조형
약업신문
2014.0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