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인 경쟁 그만, 서비스 강화하라!
소비자에게 최저 가격 경쟁 효과 보다 서비스 효과가 더 클 경우 제조사가 유통사의 판매가격을 제한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소비자 서비스에 도움이 될 경우에 한해서다. 19일,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노대래, 공정위)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분야의 15개 개선 과제를 발표했다.이 방안에 따르면, 공정위는 일률적으로 금지했던 최저재판매가격 유지행위를 일부 허용한다고 밝혔다. 상표간 경쟁 활성화 및 비(非)가격 서비스 경쟁촉진 등으로 인한 소비자 후생증대 효과가, 가격경쟁 제한으로 인한 소비자 후생저해 효과보다 큰 경우다. 즉, 제조사가 유통업자에 대해 자신의 제품에 일정 가격을 정해 그 가격 밑으로는 판매하지 못하도록 하는 행위를 무조건 위법하다고 보지 않고, 그 행위가 발생한 시장 상황, 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하겠다는 의미다. 최저재판매가격 유지행위는 비록 가격경쟁을 저해하는 측면이 있다 하더라도, 실제로는 가격 이외의 서비스 경쟁 등 유익한 경쟁을 촉진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2011년 대법원은 당해 상표내의 경쟁을 제한하는 것으로 보이는 경우라도 상표간 경쟁을 촉진하여 결과적으로 소비자 후생이 증대하는 경우와 같이 사안에 따라 정당성을 판단해(‘합리의 원칙’) 허용해야 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 2007년 미국 연방대법원도 구두 제조업체 A사는 많은 브랜드가 경쟁하고 있고, 소비자들이 다양한 상품을 선택할 수 있는 구두시장에서 최고급 구두를 만들어 판매하면서 소매상들에게 높은 수준의매장 환경과 애프터서비스를 고객들에게 제공하도록 하고, 그 대신 고급 브랜드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해 할인판매를 금지하는 가격정책에 대해 ‘합리의 원칙’을 적용해 위법하지 않은 것으로 판결(일명 Leegin 판결)했다. 현행 규정은 최저재판매가격 유지행위를 일률적으로 금지하고, 공정위가 지정한 상품에 대해서만 적용 예외를 인정((법 제29조, 제30조)하고 있다. ‘재판매가격유지행위’는 제조사가 유통사에게 제조사가 정한 판매가격대로 판매할 것을 강제하는 행위를 말하며, ‘최저재판매가격유지행위’는 일정 가격수준을 정해서 그 이하로는 판매하지 못하도록 하는 행위다. 다만 공정위는 최저판매가격 유지행위로 인한 소비자 후생증대 효과보다 가격 경쟁제한 효과가 큰 경우에는 공정거래법 위반행위가 되고, 과징금(관련매출액의 2/100 이내), 형벌(2년 이하 징역, 1억5천만원 이하 벌금) 등의 제재 대상이라고 밝혔다. 또 공정위는 시장지배적사업자(시지사업자)의 가격남용행위 판단기준도 개선했다. 공정위는 공급비용 요건을 삭제해 가격남용행위 판단기준을 보다 엄격히 할 방침이다. 그러나 공정위는 시지사업자가 ‘수급의 변동’에 비해 가격을 현저히 인상하는 행위는 여전히 가격남용 행위로 금지된다고 설명했다. 즉, 원가변동이 없는 상황에서 가격을 인상한 시지사업자의 모든 행위가 제재대상에서 배제되는 것은 아니며, 원가변동이 없으면서 수요측면에서도 별다른 수요의 증가가 없는 가운데 가격을 인상한 시지사업자의 행위는 여전히 공정거래법에 따른 제재대상이 된다. 시지사업자는 가격·생산량 등을 자신의 뜻에 따라 결정할 수 있는 힘(시장지배력)을 보유하고 있어 이러한 행위의 남용을 방지하는 것이 공정거래법상 ‘시장지배적지위 남용 규율’로 이 중 상품의 가격을 경쟁적 시장에서의 가격보다 높은 수준으로 결정·유지·변경하는 것이 ‘가격남용’이다. 현행 시행령 제5조 제1항에는 가격남용을 판단함에 있어 수급 변동 요인 외에 사업자가 해당 상품을 공급하는데 소요되는 비용으로 판단하게 되어 있다. 공동 연구개발·기술협력은 담합심사 대상에서 제외된다. 그동안 기업 간 공동 R&D 협정이나 기술이전 협정이 담합 심사 대상이 되어 제재를 받을 가능성이 있어 혁신유발 효과가 큰 공동 R&D, 기술이전이 위축될 우려가 있어 왔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공동행위 심사기준 개정해 시장점유율이 일정비율 미만인 경우 공동 연구개발·기술협력을 담합 심사 대상에서 면제한다. EU도 기술이전 협정 등에 대해 경쟁법 적용제외를 인정하는 규정(Block Exemption Regulation)을 운영하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공정거래법이 1981년 도입·시행된 지 33년이 지나 일부 규정은 도입 당시의 시장상황과 다른 환경에 직면하여 이를 개선할 필요가 있었다”고 밝혔다.이를 위해 공정위는 지난 3월말 사무처장을 단장으로 3개 분야(공정거래, 하도급, 소비자) 7개 팀으로 구성된 규제적정화 태스크포스(TF)팀을 통해 공정거래·소비자·기업거래 등 법령 전반에 걸쳐 개선과제 발굴 및 개선방안을 마련했다.한편, 공정위는 올해 안에 법 개정(11개) 및 고시·지침 개정(3개) 추진을 완료하고, 시행령 개정이 필요한 사항(시지사업자 가격남용행위 판단기준)은 법 개정 후 2015년 상반기에 추진할 예정이다.
안용찬
2014.06.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