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북 가로수길 ‘삼청동’은 화장품 백화점
서울 가로수길에 이어 삼청동이 화장품의 새로운 핵심상권으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 삼청동에는 이니스프리, 키엘을 비롯해 10여개의 화장품 로드숍이 자리 잡고 있으며, 이달에는 YG엔터테인먼트의 화장품 브랜드 문샷의 첫 오프라인 매장이 문을 연 상황. 특히 2~3년 전부터 중국 관광객들이 몰려들면서 앞으로 삼청동 상권에서는 국내외 화장품 브랜드들의 각축전이 펼쳐질 전망이다.이달 초 문샷은 강남역과 가로수길에서 토끼 인형을 행인들에게 나눠주는 등 홍보를 위한 대대적인 이벤트를 진행했다. 이와 함께 논현동의 한 복합문화공간에서 화려한 런칭 파티를 개최했다. 하지만 브랜드숍 1호점은 삼청동으로 낙점했다. 문샷 관계자는 “앞으로 다른 상권에도 당연히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할 계획이지만 최근 삼청동이 스타일·뷰티 거리로 급부상하고 있어 첫 번째 오프라인 매장의 적격지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삼청동은 경복궁 동북 방면에서 북악산으로 연결되는 도로를 따라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갤러리숍과 이색적인 디자이너 상점, 전통 음식점과 찻집 등이 모여 있는 서울의 대표적인 문화 거리였다. 그런데 2011년 국내 원브랜드숍 더샘과 미국 브랜드 키엘이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한 이후 중국을 비롯한 해외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잦아지면서 화장품·뷰티 관련 로드숍은 10개를 넘어섰다. 삼청동에는 이니스프리, 에뛰드하우스, 아리따움, 빌리프, 더샘, 키엘, 러쉬, 닐스야드 레머디스 등의 화장품 매장이 중앙로와 골목 상권 곳곳에 위치해 있다.삼청동이 화장품의 새로운 요충지로 떠오른 이유는 크게 2가지다. 먼저 경제력을 갖춘 20대 후반에서 30대의 소비층이 신촌, 이대, 홍대 상권에서 이탈하면서 삼청동은 ‘강북의 가로수길’로 자리매김했다. 또 중국, 일본, 동남아 등지에서 온 해외 관광객들이 기존의 명동과 인사동에 익숙해지면서 새로운 관광명소를 찾게 됐는데, 이때 포착된 게 도심 및 북촌 한옥마을과 인접한 삼청동이었던 것. 요즘 삼청동에서는 중국인들을 태운 대형버스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플래그십 스토어는 핵심상권에 위치하고 있지만 매출을 높이기 위한 곳이라기보다는 브랜드의 성격과 위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마케팅적인 공간에 가깝다. 이런 면에서 서울에서 유일한 브랜드 체험관인 이니스프리 제주하우스 삼청점, 크고 작은 문화 이벤트가 주기적으로 열리는 삼청동 키엘 부티크, 한국적인 이미지가 강조된 더샘 삼청점은 이 지역의 화장품 명소로 꼽힌다.그러나 ‘전통’과 ‘예술’, ‘문화’ 등 이전에 갖고 있던 이미지로 인해 삼청동의 이런 변화를 탐탁지 않게 보는 시선도 존재한다. 수년 만에 삼청동을 찾았다는 김모 씨는 “과거의 삼청동은 상업적이지 않으면서 여유로운 분위기가 넘쳤는데 지금의 삼청동은 일반적인 서울 중심지 번화가와 비슷한 느낌마저 든다”면서 “이미 변해버린 인사동에 이어 삼청동에까지 대기업 프랜차이즈 커피숍과 화장품 매장들이 즐비한 모습을 보니 왠지 모르게 서글퍼진다”고 말했다.이에 대해 화장품업계 관계자는 “중국인 관광객들이 나날이 늘어나면서 매장 매출이 해마다 20~40%씩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삼청동 상권에 로드숍을 입점시키려는 업체들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면서 “하지만 삼청동은 지역적인 특색이 있는 데다 매장 자체의 마케팅 효과도 큰 만큼 단순히 화장품을 팔려고 하지 말고 넓은 틀의 브랜딩 차원에서 접근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전통을 지키는 것은 물론 중요하지만 K-뷰티가 글로벌 화장품시장의 중심으로 진입하고 있는 상황에서 인사동 상권처럼 무조건 반대하고 규제하는 것보다는 관계부처와 업계가 뜻을 모아 이상적인 대안을 도출해야 한다”면서 “획일적인 인테리어를 지양하고 각 매장에 고유의 정서와 문화·체험·휴식이라는 요소를 이입할 경우 삼청동 화장품 상권은 그 어느 곳과도 차별되는 매력적인 공간으로 자리 잡게 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임흥열
2014.10.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