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전국시대는 옛말, 이제는 무한경쟁시대
2015년 화장품시장이 춘추전국시대를 넘어 무한경쟁시대에 접어들고 있다. 대기업과 브랜드숍, 방문판매 등 기존의 굵직한 업체들이 사활을 건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제약, 병원, 의료, 패션, 유통, 식품, 주얼리, 도자기, IT 등 업종을 초월한 다양한 업체들이 잇따라 시장에 뛰어들면서 ‘화장품 비즈니스’는 국내 산업계 전반의 핫이슈로 떠올랐다.
수많은 업체들이 화장품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먼저 지난 10여년 간 국내 화장품시장을 장악해온 원브랜드숍의 권세가 서서히 무너지고 있기 때문이다. 유통업계는 특히 에이블씨엔씨 등 브랜드숍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대표 업체들이 지속적으로 고전 중인 상황을 그 신호탄으로 보고 있다.
이와 함께 중소·신생업체들이 1~2개의 제품으로 중국에서 ‘화장품 잭팟’을 터뜨린 것도 핵심적인 동인이다. 즉 진입 장벽이 그 어느 때보다 낮아진 상황에서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일종의 자신감이 생긴 셈이다.
최근 화장품이 주력이 아닌 이종업계 중에서 가장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쪽은 제약업계다. 한미약품과 대웅제약, 오츠카제약, 일동제약, JW중외제약, 동성제약 등 대형 제약사들이 멀리는 수년 전부터 화장품 브랜드를 내놓고 있는 상황에서 올 들어 국제약품, 삼성제약, 동국제약, 오스템임플란트 등이 화장품시장에 출사표를 던졌거나 진출을 검토 중이다.
이런 가운데 화장품업계 1위 아모레퍼시픽도 계열사인 태평양제약의 제약사업을 접고 사명을 에스트라로 바꿔 코스메슈티컬 전문업체로 재탄생시켰다. 2011년 태평양제약 내에 메디컬뷰티사업부를 신설, 코스메슈티컬 시장에 진입했던 아모레퍼시픽은 에스트라를 통해 2020년까지 아시아 메디컬 화장품 점유율 1위를 차지한다는 계획이다.
화장품시장의 문을 두드리는 피부과와 성형외과도 급격하게 늘고 있다. 지난달에 열린 ‘제17회 대한피부과의사회 춘계학술대회’에서는 예년과 다른 진풍경이 펼쳐졌다. 총 98개의 부스 가운데 20여개 업체가 화장품을 전면에 내세운 것. 이에 따라 학술대회에 참여한 피부과의사회 회원들의 관심도 화장품 부스에 쏠렸다. 현재 피부과의사회는 화장품에 대한 회원들의 높은 관심을 반영해 화장품 관련 마스터 인증제도를 시행하는 한편 시술 후 사용되는 화장품에 대한 강의를 대폭 확대하고 있다.
성형외과의 화장품시장 진출이 두드러지면서 ‘플라코스메틱’(Plastic Surgery+Cosmetic)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플라코스메틱은 성형수술을 위해 한국을 찾는 중국 관광객을 주요 타깃으로 빠르게 세를 넓혀가고 있다. 국내 한 OEM·ODM 업체 관계자는 “요즘 화장품 OEM·ODM에 대한 수요가 가장 많은 곳은 성형외과”라며 “아직 화장품사업을 런칭하지 않은 성형외과에 제안서를 넣으면 10군데 중에 8~9곳은 계약이 성사된다”고 말했다.
한편 브랜드숍의 헤게모니가 약화되면서 멀티숍의 성장세도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를 기점으로 벨포트, 므아므아, 올마스크스토리, 로얄스킨, 마스크다이어리, TCM, 다빈네이처 등 각기 다른 컨셉의 멀티숍들이 속속 등장한 가운데 특히 벨포트는 공격적인 투자와 사업 전개로 국내 화장품시장의 지형도를 바꾸고 있다.
이미 전국에서 5개의 플래그십 스토어를 운영 중인 벨포트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카테고리별, 이슈별, 브랜드별로 세분화해 다양한 형태의 로드숍, 백화점 숍인숍 등을 연다는 계획으로, 이런 비즈니스 모델이 가맹사업과 연계되면 연내 100개 매장 오픈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이밖에 CJ올리브영도 1999년 런칭 이후 역대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며 화장품 무한경쟁시대를 주도하고 있다. 올초 리뉴얼 오픈한 올리브영 명동 본점은 1,190㎡ 규모에 1만 여종의 제품을 취급하며 K-뷰티 트렌드를 가장 빠르게 확인할 수 있는 명동의 핫플레이스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온라인 패션 쇼핑몰로 시작한 스타일난다가 메이크업 브랜드 쓰리컨셉아이즈를 앞세워 연매출 1,000억원을 돌파하는 등 성공신화가 잇따르면서 앞으로 화장품시장을 둘러싼 경쟁은 더욱 복잡하고 치열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한국화장품, 한불화장품, 코리아나, 엔프라니, 피어리스, 참존, 라미화장품 등이 자웅을 겨루던 1980~90년대 화장품 전성기가 춘추전국시대 양상을 띠었다면 이제는 분야를 막론한 크고 작은 업체들이 시장에 뛰어들어 혼전을 펼치고 있다”면서 “무엇보다 중국 특수, 온라인·모바일 채널 확대, SNS 마케팅 확산 등과 맞물려 화장품시장의 패러다임이 빠르게 바뀌고 있어 어느 업체가 뜨고 질지는 어느 누구도 확신하거나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임흥열
2015.04.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