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약대‘2+4체제’, 기초학문 붕괴 주범"
6년제 약대 체제가 기초학문 붕괴 주범으로 지목됐다.
박경미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여성가족위원회)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화학이나 생명과학 등 기초학문 분야의 학생이탈비율이 최고 46%까지 이르며, 신약 개발 등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연구인력을 배출해야 하는 약학대학원 진학 비율이 급격히 줄어드는 등 학문 연구 기반이 붕괴되어 가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반면, 학생들은 약대 편입학을 위한 의무시험인 ‘약학입문자격시험(PEET, 이하 ‘PEET’로 표기)’ 준비를 위해 재학생 절반 이상이 수백만원대의 사교육을 받는 것으로 드러났다.
◇기초과학교육의 황폐화, 전체 약대 입학생의 55% 자연과학계열 출신
기초과학 인력의 블랙홀이었던 의학전문대학원과 치의학전문대학원이 단계적으로 폐지되면서, 그 자리를 최근 약학대학이 대체하고 있다. 교육부가 박경미 의원실에 제출한 “2016학년도 약학대학 입학자 전공별 현황”에 따르면, 전체 약대 입학생의 55%가 자연과학계열 출신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수도권대학의 화학계열, 생명과학계열의 총 재적학생 중 휴학생과 중도탈락학생(자퇴생, 제적생) 등 ‘이탈학생비율’이 비정상적으로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가톨릭대의 생명과학전공 ‘이탈학생비율’은 46%로 절반에 육박하고 있고, 다른 수도권 자연대학들의 ‘이탈학생비율’도 37%~45%에 달하고 있다.
이들 대학의 평균 이탈학생비율이 15%~29%인 것과 비교하면 굉장히 높은 수치다. 이는 해당학과 학생들이 입학 때부터 약대입시준비를 위해 휴학을 반복하다가, 나중에는 약대 입학을 위해 학교를 자퇴하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약학 연구인력 감소, 대학원 진학률 1/3 줄어
‘2+4체제’는 약대 입학생들의 평균연령을 높이기 때문에 학제 개편 이후 졸업생들이 대학원 진학 등 연구 영역보다는 직업약사의 진로를 선택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한국약학교육협의회(이하 약교협)가 지난해 9월 발표한 “6년제 약학교육의 학제 변화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약학대학원 진학률은 2010년 20.1%에서 2015년 13.2%으로 5년만에 1/3이 줄어들었다.
◇과도한 사교육 유발, 한 달 수강료 200만원
한편 ‘PEET’가 자격시험 역할보다는 변별력 확보에 초점을 두면서 난이도만 턱없이 높인 결과, 이 시험을 준비하는 학생들은 고액의 사교육 부담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PEET’ 준비 사교육 비용은 M학원의 ‘기초종합반’ 한 달 수강료가 회원가입비 포함 약 200만원이며, ‘Pre-Gold 휴학반’ 6개월 수강료는 약 550만원에 달한다. 인터넷강의의 경우 1년 통합수강권은 약 260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2014년 약교협 조사에 따르면, 전국 약학대학 학생들 중 53%가 6개월 이상 ‘PEET’ 전문 학원을 이용했다고 답변했다. 이 중 2014학년도 입학생들의 25%는 1년 이상 사설 강좌를 수강한 것으로 드러났다. ‘PEET’를 준비하는 학생들은 비싼 대학 등록금을 부담하면서, 동시에 대학 평균 등록금보다 높은 수준의 사교육비를 또 지출하고 있는 것이다.
◇약교협 방만한 운영, 응시료 20만원씩 거둬 시험감독 일당 28만 원씩 퍼줘
한국약학교육협의회(이하 약교협)는 교육부 소관 비영리법인으로, 2010년 ‘PEET’ 시행기관으로 지정됐다. 교육부의 2014년 보고서에 의하면, 약교협의 2013년 수입의 98.8%는 PEET 응시수수료 수입이다.
약교협은 2013년 교육부 현장점검 과정에서 목적외 사용, 과다 지출 등 방만한 회계 운영이 지적되어, 이사장, 이사 등이 고발까지 당한 바 있다. 하지만 박경미 의원실이 약교협의 2014년 “PEET 원가검토 및 추정예산안 검토”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여전히 응시수수료 수입을 방만하게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약교협의 2014학년도 ‘PEET’ 시행 비용 세부내역을 검토한 결과, 인건비 과다 지출, 중복 지출 등이 다수 발견됐다. PEET 시험감독관의 평균수당은 중식, 간식비까지 포함해 28만원이었다. 이는 중식, 간식비까지 포함한 수능 시험감독관의 평균수당 13만원의 2배를 넘는 금액이다. 책임자에게는 일당 60만원까지 지급했다.
또한 보고서에는 중식비, 특근매식비, 간식비 또는 소모품비, 문구비 등 같은 용도이면서 상이한 이름으로 기재된 부풀려진 수입 사용내역이 드러났다. 1인당 20만원이 넘는 고액의 응시료를 받으면서 퍼주기식 지출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약교협에 대한 교육부 현장점검은 2013년이 유일하고, 향후 현장점검 계획도 없다고 답변해, 교육부가 관리감독기관으로서의 역할을 방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박경미 의원은 “약학대학의 개방형 2+4체제는 기초과학교육계를 고사시키면서 약학교육계의 발전를 가로막고 과도한 사교육까지 유발하는, 그야말로 ‘공공의 적’이 되고 있다”면서 “지금이라도 시급히 약학대학 ‘2+4 체제’를 재검토하고 현장과의 소통을 통해 새로운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신은진
2016.09.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