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美 BT 리더 166명 反이민자 행정명령 “안돼”
“7개국 이민자들의 미국 입국금지 행정명령에 강력히 반대합니다.”
미국 생명공학업계의 최고위급 경영자 166명이 과학저널 ‘네이처’誌의 자매지인 ‘네이처 바이오텍’誌 7일자 최신호에 게재된 반박문을 통해 도널드 J. 트럼프 대통령의 지난달 27일 7개국 이민자 입국금지 행정명령에 비토의 뜻을 천명하고 나서 화제다.
강력한 비토 입장이 담긴 ‘미국 이민자 행정명령 생명공학업계에 심각한 타격’(US immigration order strikes against biotech) 제목의 이 게재문 작성 및 서명작업은 테바 파마슈티컬 인더스트리스社의 최고경영자를 역임한 후 현재는 신경계 질환 전문 제약기업 오비드 테라퓨틱스社(Ovid Therapeutics)를 이끌고 있는 제레미 레빈 회장이 주도했다.
서명자들 가운데는 앨나이램 파마슈티컬스社(Alnylam), 온코메드 파마슈티컬스社(OncoMed), 아코다 테라퓨틱스社(Acorda), 아이언우드 파마슈티컬스社(Ironwood), 시애틀 제네틱스社, 자프젠社(Zafgen) 및 오렉시젠 테라퓨틱스社(Orexigen) 등 국내에서도 낯설지 않은 BT업체들의 최고경영자와 고위급 임원 등의 이름이 눈에 띈다.
서명에 동참한 이들은 게재문에서 “생명공학기업들의 창업자이자 최고위급 경영자들인 우리는 7개국 이민자들의 미국 입국을 금지한 트럼프 대통령의 지난달 27일 행정명령에 심각한 우려와 반대의 뜻을 표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게재문은 “미국은 세계 최대의 신약개발국가이자 난치성 질병을 개선하고 치유할 새로운 혁신의 창조국가이고, 이 같은 지위는 민‧관기업과 학계의 아낌없는 투자 및 연구‧개발을 통해 성취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이룩한 성공의 밑바탕에 우리의 가장 소중한 자산이라 할 수 있는 수많은 사람들의 창의력과 헌신이 존재했다는 사실이라는 점을 게재문은 상기시켰다.
그리고 여기서 언급된 “사람들”은 세계 각국 출신의 연구자들과 임상시험 진행자들, 그리고 기업종사자들을 포함하는 개념임을 분명히 했다. 우리의 동료이기도 한 이 사람들에 의해 개발된 각종 치료제들이 비단 미국 뿐 아니라 지구촌 전체에 의료혁신을 가져온 데다 다양한 신약들의 환자공급을 가능케 했다는 것이다.
이들은 또한 기업을 창업해 경제성장과 고용창출을 이끌었고, 생명공학은 그 가운데서도 눈에 띄는 업종이라고 언급했다.
그리고 세계 각국에서 온 우리의 동료들은 결국 미국시민이 되어 미국에 커다란 이익을 안겨줬다고 단언했다.
이와 관련, 게재문은 지난 2014년 이루어졌던 한 조사결과를 인용하면서 6만9,000여명에 달하는 미국 내 생물의학(biomedical) 분야의 연구자들 가운데 52%가 외국 출생자들인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며 유념해 줄 것을 요망했다.
제약산업과 관련, 게재문은 오늘날 미국기업들이 유럽기업들에 비해 10배나 많은 수의 사람들을 고용하고 있고, 지난 10년 동안 총 984억 달러가 벤처캐피털, 기업공개 및 상장(上場)을 통해 떠오르는 미국 내 치료제 개발 전문 제약기업들(US emerging therapeutic companies)에 의해 투자됐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미국기업들이 라이센스 제휴를 통한 자산확보 또는 글로벌 연구‧개발 이머징 컴퍼니들을 인수하면서 총 1,380억 달러 이상을 성사금을 지불했다고 밝혔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미국 제약기업들에 의해 지난 10년 동안 총 1,617억 달러가 M&A에 지출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뒤이어 게재문은 미국이 신약개발에 필요한 자금을 동원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을 뿐 아니라 다른 어느 국가보다 국적(borders), 성별, 민족, 성적(性的) 취향 또는 정치적 입장 등과 무관하게 기회를 보장하는 나라였기 때문에 지난 10년 동안 전 세계의 의약품 생산을 주도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바꿔 말하면 미국 제약산업은 국적을 불문하고 능력을 가장 중요하게 여겨왔다는 의미이다. 그리고 이 점이 바로 미국이 제약업계에서 독보적인 강점을 구축할 수 있었던 핵심적인 사유였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불구, 새로운 정부는 우리의 동료들을 불안과 자신의 지위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노심초사케 하고 있다며 게재문은 문제를 제기했다.
무엇보다 트럼프 정부의 이민자 입국금지 조치가 7개국만을 겨냥하고 있지만, 사실상 미국은 더 이상 국적을 불문하고 이민자들을 환영하지 않는다는 메시지가 이번 조치에 담겨 있다고 게재문은 꼬집었다.
이 때문에 트럼프 정부의 조치는 생명공학업계에도 깊은 불안과 우려를 낳게 하고 있다며 게재문을 핵심을 짚었다. 미국 내 의약품 파워하우스들에 의해 창출될 다양성, 그리고 아이디어 및 사람들의 자유로운 왕래가 더 이상 불가능해질 수 있을 것이라는 걱정을 증폭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잘못된 이번 정책이 철회되지 않을 경우 미국은 21세기를 주도할 가장 중요한 산업분야의 한곳에서 선도주자의 위치를 잃어버릴 위험에 직면하게 될 것입니다. 소규모 기업과 신생기업들에 의해 주도되어 왔던 산업의 한 분야에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해 보이기 때문입니다.”
게재문은 “이렇게 될 경우 수많은 질병과의 전쟁이 더디게 진행될 뿐 아니라 미국경제 전체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미치게 될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이덕규
2017.0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