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청’에서 ‘처’로 식약처 승격 100일
우리나라는 아기가 출생한 지 100일이 되면 이를 기념한다. 과거에는 아기가 출생해 100일 전에 사망하는 영아 사망률이 높았다. 그래서 건강히 잘 자라는 것을 기념하고 평안을 기원하며 100일을 의미있게 보냈다.
7월 1일은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처로 승격된 지 100일째 되는 날이다. 그동안 조직이 개편되고 대대적인 인사가 이뤄지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는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는 모양새다.
◆식의약 안전관리 콘트롤 타워 '식약처'
식약처는 2013년 3월 25일 정부조직법상 청에 처로 승격됐다.
승격과 함께 조직 구조가 개편됐다. 기존에 1관 5국 1정책관 4부, 평가원(3부), 6개 지방청, 8검사소였던 조직이 개편 후에 1관 7국 1기획관, 평가원(6부), 6개 지방청, 13검사소로 확대 개편됐다.
기존에 없던 식품영양안전국과 농축수산물안전국이 신설됐다. 식품기준기획관도 새롭게 만들어졌다.
위해예방국이 소비자위해예방국으로 이름을 바꾸고 식품안전국도 식품안전정책국으로 바뀌었다.
인력도 277명을 증원하며 처 승격의 취지대로 식의약 안전관리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국민의 먹을거리 안전을 책임지는 컨트롤 타워로서의 역할을 강화하고자 했다.
소관 법령도 정비됐다. 약사법과 약사법 시행령은 복지부와 공동으로 소관이다. 약사법 시행규칙은 복지부령이며 의약품 등의 안전에 관한 규칙이 총리령으로 식약처가 담당하게 됐다.
기존에 식약처가 수행하던 업무는 변함없이 그대로 수행하면서 독자적인 약사법령 제개정 업무를 수행할 수 있게 됐다.
식약처는 의약품과 관련해 의약품의 제조 및 수입, 표시광고, 출입·검사, 회수 폐기 ,의약외품 범위 지정, 의약품 분류,중앙약심 운영 등의 업무를 담당한다.
무엇보다도 가장 큰 변화는 식약처가 입안이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식약처 안전관리 '시험대'
식약처로 승격된 이후에도 식의약 관련 이슈는 끊이지 않았다.
천연물 신약 안전성 논란
국내 허가받은 천연물신약 6종에서 발암물질인 벤조피렌과 포름알데히드가 검출됐다는 소식과 함께 천연물신약의 안전성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다.
식약처와 한국제약협회 등은 해당 의약품의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내놓았고 한의계는 당장 해당 제품에 대한 허가를 취소해야 한다며 팽팽히 맞섰다.
식약처는 중앙약심위원회와 자체 위해평가를 통해 검사한 결과 검출된 물질은 미량으로 인체에 해가 없는 것으로 판단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제약협회 역시 한약재를 건조하는 과정에서 발생된 소량이라고 강조했다.
한의계는 전문 의약품에서 발암물질이 검출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해당 의약품의 허가를 취소토록 촉구하며 안전성 논란이 일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식약처는 비의도적으로 발생하는 유해물질을 저감화 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돌입하게 됐다.
한국얀센의 타이레놀 리콜 사태
4월 들어 사회를 들썩이게 한 이슈는 어린이타이레놀현탁액 리콜사건이다.
한국얀센의 어린이타이레놀현탁액은 전문의약품, 일반의약품, 안전상비약 각각 분류된 제품으로 그 안전성을 인정받아 편의점에서도 판매되는 품목이다.
4월 23일 식약처는 한국얀센의 어린이타이레놀현탁액에 대한 판매정지 처분을 내렸다.
한국얀센이 해당 제품의 포장공정에서 GMP기준을 준수하지 않아 함량이 초과된 제품이 생산된 사실을 알고 자체 조사 후 식약처에 해당 사실을 보고한 이후 이뤄진 조치다.
안전성이 확보돼 안전상비약으로도 판매되고 있던 어린이타이레놀현탁액이 함량이 초과됐다는 사실은 어린 자녀를 키우는 부모들에게 충격적인 소식이었다.
식약처는 즉각 한국얀센에 판매정지처분을 내렸고 한국얀센은 자발적인 리콜 조치에 들어갔다. 그러나 강제 회수 명령이 필요하다는 여론의 지적에 따라 식약처는 강제 회수 명령을 내렸다.
이후 식약처는 공장 실사 등을 통해 어린이타이레놀현탁액 외에 울트라셋, 니조랄액, 파리에트정10mg, 콘서타OROS서방정18mg 등 5품목에 대해 제조업무 5개월 정지 처분을 내렸다.
또한 식약처는 한국얀센을 약사법 위반 등으로 검찰에 고발했다.
GMO(유전자변형) 밀 수입 사건
4월이 의약품의 안전성 논란이 문제였다면 5월은 유전자 변형 밀의 수입 논란으로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국제적으로 승인된 적 없는 유전자변형 밀이 미국 오리건주에서 발견됐다. 미국 정부는 한국에 해당 밀이 수출됐을 가능성을 통보했다.
식약처는 해당 밀을 공급받은 것으로 의심되는 CJ, 대선제분, 대한제분, 동아원, 삼양밀맥스, 삼화제분, 한국제분 등 7개 업체에 즉각 조사를 실시했다.
식약처는 미국 오리건주에서 선적·수입돼 보관 중인 밀(40건)과 밀가루(5건)을 수거·검사한 결과, 미승인 유전자재조합 밀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더불어 미국 정부에 미승인 유전자재조합밀에 대한 표준물질과 검사방법을 요청해서, 그 검사법을 검증하고 이후 모니터링 검사와 수입검사에 사용하도록 권고했다.
◆정책 방향 ‘식품 안전’에 치우쳤다 지적도
박근혜 정부가 부정불량식품 척결에 나서겠다고 한 만큼 식약처의 업무도 식품의 안전관리에 더욱 신경쓰는 모습이다.
실제 처장과 차장이 농축산물 관리 시찰에 직접 나서는가 하면, 국정과제인만큼 업무 보고 등에서도 식품에 대한 정책이 쏟아지고 있다.
조직 개편을 하며 식품쪽 부서를 늘린 것도 이를 반영하고 있다.
그러나 식약처 승격 이후, 식품 정책에만 치중하고 의약품 안전관리에는 관심이 줄어들었다는 점이 계속 지적되고 있다.
실제 식약처에서는 의약품과 관련된 보도자료나 이슈가 현저히 줄었다.
식약처로 승격되며 식품쪽 정책에만 치우치지 않겠냐는 우려가 현실이 되어 가는 것으로 풀이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식약처 복수의 관계자들은 “그동안 의약품의 안전관리를 강화해왔기 때문에 의약품 안전관리는 안정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상대적으로 식품에 대한 관심도가 집중돼 그렇게 보이는 것일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여전히 업계에서는 의약품 정책의 소홀함이 지적되고 있다.
◆“처 승격 걸맞는 위상과 책임 의식 보일 것”
식약처는 최근 내년도 사업계획과 예산안을 수립하기 위한 첫 처장 보고를 실시했다.
처로 승격한 이후 처음으로 시작하는 사업과 예산안인만큼 심혈을 기울였다는 후문이다. 사업계획과 예산 수립을 위해 식약처 직원들은 5월 한달 밤샘근무를 하기 일쑤였다.
식약처 고위 관계자는 “국정과제인 식품 안전 정책과 의약품 안전 정책을 위해 중점 과제들을 내년도 사업과 예산에 반영했다. 국민 식의약 안전 관리를 위해 계속해서 노력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국회 법안소위에서 식약처 소관의 8개 법안이 통과됐으며 조만간 해당 법안 마련을 통해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식약처 안만호 부대변인은 “100일 이전에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100일이 지나는 기점으로 모든 것이 새롭게 정비될 것이다. 그간 추경예산으로 140억정도 확보하고 6월 초에는 대통령 단독보고도 이뤄졌다”며 식약처의 달라진 행보에 대해 언급했다.
또한 “7월부터 내년도 예산과 관련한 업무와 5개년 중장기 업무계획을 짜야 한다. 지금까지가 준비기간이었다면 앞으로는 그에 걸맞는 위상과 책임을 가지고 국민들이 식약처 승격을 ‘잘한 일’이라고 여기고 국민들로부터 신뢰감을 얻을 수 있도록 노력해나갈 것이다”라며 앞으로 식약처가 식의약 안전관리 콘트롤 타워로서 기능을 다 할 것을 강조했다.
식약청에서 식약처로 승격된 지 100일.
조직을 정비하고, 처로 승격되며 식의약 안전관리의 콘트롤 타워로서 기능하기 위한 기틀을 마련하기 위한 정비를 한 기간이다.
국민들이 식약처가 식의약 안전관리 콘트롤 타워라는 점을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하는 일과 국민 신뢰를 얻어내는 것이 앞으로 식약처가 해결해야 할 과제다.
이혜선
2013.07.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