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日 제약산업, 미래전망 밝다"
최근들어 일본 제약기업들은 자국시장의 침체로 인해 어려움을 겪어 왔었다.
이로인해 갈수록 R&D 투자비를 확대하고 있는 외국의 경쟁업체들과 보조를 맞추는데도 힘껴운 싸움을 계속해 왔다. 내년도에 단행될 약가인하 조치로 인해 이같은 상황이 더욱 악화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기도 하다.
이같은 분석은 레만 브라더스社가 '일본의 제약산업-새로운 기회의 가능성?' 보고서에서 제시한 내용이다.
일본 제약시장은 지난 97년 3% 마이너스성장, 98년 제로성장을 보인 데 이어 올해에는 2~3%의 소폭성장이 가능할 전망이나, 이는 약가인하가 없었기에 그나마 가능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그러나 2000년에 약가인하가 이루어지면 평균 10% 정도의 수치를 좌우하는 등 상당한 영향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미국시장은 두자릿수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이는 신제품들의 잇따른 발매와 함께 소비자를 직접 겨냥한 광고(direct-to-consumer advertising)의 영향으로 일반대중의 인지도가 개선된 데에 따른 것이다. 레만 브라더스측은 이같은 추세가 오는 2005년까지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보고서는 이같은 상황이 미국 제약업계로 하여금 유전자(genomics), 첨단화학(high-speed chemistry), 첨단 스크리닝(high-throughput screening) 등에 대한 대대적 투자를 가능케 함으로써 장기간에 걸쳐 지속적으로 업계에 큰 이점을 제공해 줄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반해 유럽 제약업계는 한자릿수 수준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어 미국과 일본의 사이에 자리하고 있는 형국이라고 지적했다. 정부측의 정책에 따라 유럽시장 자체에만 지나치게 집중하고 있어 높은 성장이나 전폭적인 R&D 지출을 어렵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유럽기업들은 이같은 상황을 타개해 나가기 위해 기업합병에 적극 나서고 있으나, 일본기업들은 이같은 추세에서 한걸음 뒤로 물러서 있다.
보고서는 그러나 국제적으로나 일본 제약산업계의 현실로 미루어 보더라도 급격한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어 일본 제약기업들 사이에서도 M&A가 활발히 진행될 것으로 전망했다.
일본 제약기업들 중 R&D에 가장 많이 투자하고 있는 다께다社(매년 약 6억달러를 지출) 조차 연평균 20억달러를 지출하며 세계적으로도 R&D 투자비가 으뜸으로 꼽히는 아스트라제네카, 화이자, 노바티스 등에는 크게 미치지 못하며 20위권에 겨우 턱걸이하고 있는 형편이다. 지난 90~97년 기간 중 국제적 제약기업들의 R&D 예산은 2배 이상 증가한 반면 같은 기간 중 일본 제약기업들의 R&D 예산은 50%가 늘어나는데 그쳤다.
일본기업들이 이처럼 R&D 투자에 인색한 이유에 대해 그들은 자신들이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치료제 분야에 치중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한예로 후지사와社의 염증치료제, 대사제, 항감염제 등을 꼽을 수 있겠다. 머크社가 운영중인 전 세계 8개의 R&D센터 중 한 곳인 반유社도 이같은 경우에 해당된다.
다께다社의 경우 스미스클라인 비챰이나 머크 KGaA, 신테라보, 쉐링프라우 등과 제휴관계를 맺고 있으며, 야마노우찌社도 염증치료제, 항감염제 등의 분야에 투자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 제약기업들은 유전자학 기술확보 등 가능성이 높은 분야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는 추세이다.
일본의 한 유명한 유전자학 전문가는 "일본은 날로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유전자 분야의 연구에 보조를 맞추지 못한 채 뒤쳐지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제약기업들 중 인사이트(Incyte) 데이터베이스나 SNP 컨소시엄에 참여하고 있는 곳은 전무한 형편이다.
보고서는 그러나 서양의 유전자 지도(SNP map)는 일본인들과는 연관성이 적기 때문이라는 점도 감안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정부는 지난 7월 휴먼 게놈프로젝트에 대한 연구비 증액 등을 포함하는 5개년 플랜을 발표한 바 있다. 이는 유전자학 연구비를 2배로 늘리고, 2001년까지 인간 유전자 배열 암호의 30%를 해독해 내며, 일본인들의 체질에 맞는 유전자 지도를 작성한다는 내용 등이 담겨있다.
일본의 선도적 제약기업들은 유전자학이 약물개발에 매우 중요한 새로운 정보들을 제공할 수 있으며, 다른 기술의 개발도 가능하게 할 것이라는 점을 긍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레만 브라더스측은 수많은 기업들이 약물 테스트 능력을 개선하기 위한 첨단 스크리닝 기술 확보를 목적으로 제휴를 추진하고 있다는 루머가 떠돌고 있다고 언급했다. 90년대 이전까지 일본 제약기업들은 당국의 시장보호정책 및 지원에 힘입어 눈에 띄는 성장세를 이어올 수 있었다. 이에 뒤이어 경제 붐이 제약기업들의 상승세를 뒷받침했다.
그러나 90년대 이후로 시장침체가 계속되면서 이같은 시나리오를 종막을 고했다. 일본시장의 국제화로 인해 이같은 분위기는 더욱 악화일로를 치달았다. 규제철폐는 외국기업들로 하여금 보다 자유롭고 독자적으로 일본시장을 개척할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해 주었다.
레만 브라더스측은 지난 96년의 경우 非 일본계 다국적 제약기업들이 일본 처방약 시장(prescription market)에서 점유하는 비율이 26%였으나, 2001년에는 29%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보고서는 이같은 현실이 일본 제약기업들로 하여금 그들의 생존이 신약을 개발하고 이를 세계시장에 내놓을 수 있는가 여부에 달려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도록 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일본기업들은 '미투전략'에서 탈피, 혁신성을 갖춘 세계적인 제품을 내놓는데 주력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들이 국제적인 제약기업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규제가 철폐된 자국시장에서 다국적기업들과 어떻게 경쟁할 것인가 ▲세계시장에 발매한 신약의 개발비용 보전을 어떻게 극대화할 것인가 하는 2가지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자국시장에서 경쟁하기 위해 일본 제약기업들은 그들의 경쟁상대자인 다국적기업들과 동일한 방식과 효율성을 갖춰야 할 필요성이 갈수록 절실해질 것이다. 다국적사들과 손을 맞잡는 것도 이를 달성하기 위한 한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나, 일본 제약업계에서 기업합병은 매우 드물게 이루어져 왔던 데다 최근에는 다국적사가 일본기업들 인수한 사례도 거의 찾아보기 어려운 형편이다.
레만 브라더스는 "그럼에도 불구, 다국적사와의 합병 또는 부분적인 기업인수 가능성은 과거 어느 때 보다 높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방식은 일본제품의 세계시장 진출은 물론 R&D 투자 측면에서도 많은 이점을 안고 있다.
일부 일본 제약기업들의 경우 기업규모가 비슷한 다국적사들과 합병 또는 인수를 단행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여지고 있다. 이는 일본 제약기업들에게 연구개발력과 함께 마케팅 인프라스트럭쳐를 구축한다는 측면에서도 확실한 디딤돌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일본과 유럽의 일부 중견기업들의 경우 '규모의 경제' 효과를 도모하기 위해 컨소시엄을 구성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보고서는 "R&D 투자비 보전을 극대화하고자 하는 일본 제약기업들은 전통적인 아웃-라이센싱 방식을 채택하기 보다는 세계시장에 진출하는데 주력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고서는 그러나 다께다社와 산쿄社는 해외시장에서 다이렉트 마케팅 활동을 펼칠 것으로 진단했다. 다께다는 수차례에 걸친 제휴관계를 경험한 후 당뇨병 치료제 '악토스'(피오글리타존)의 마케팅을 위해 미국에 독자적인 영업망을 구축했다.
이는 유망한 몇가지 블록버스터 약물들의 마케팅에까지 손길을 뻗치기 위한 다단계 전략의 일환이다. 일라이 릴리社가 미국시장에서 '악토스'의 마케팅을 위해 제휴관계를 맺고 있다. 다께다는 그러나 핵심적인 유럽 일부국가 시장에서는 독자적으로 마케팅 활동을 펼치고 있다.
전문가들은 "다께다가 앞으로도 미국시장에서 독자적인 행보를 보일 가능성이 높으며, 이는 일본 제약산업에 자극제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면역억제제 타크롤리무스를 확보한 후지사와社 등 전문분야에서 독자적인 입지를 구축하고 있는 일부 기업을 제외한 대부분의 일본 제약기업들은 다께다의 국제화 전략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
비용절감을 위해 일본정부가 취할 또 다른 조치로는 구조조정이 꼽히고 있다. 한예로 비효율적인 조직이 문제시되어 왔던 다나베社의 경우 조기퇴직과 함께 지난 96년 3월 현재 5,216명에 달했던 관리자 수(headcount)를 올해 3월까지 4,579명으로 감축했었다.
이와 관련, 일부 기업들의 영업인력 중 3분의 1 이상은 새로운 마케팅 방식에 익숙치 못한 구세대층에 속하는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이밖에 성과급 제도의 도입과 비용을 낮출 수 있는 지역으로의 이전 등의 조치가 취해지고 있다.
한예로 韓國은 임상시험을 대행하는 국가로 각광받고 있다. 이와 관련, 최근 한국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한 한 임상시험대행기관(CRO)은 韓國이 ▲日本과의 인종差가 거의 없고 ▲임상시험 비용을 35~50% 절감할 수 있으며 ▲한국정부가 신약개발과 관련, 국제적인 기준에 부응해 나가기 위해(international harmonization efforts) 매우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 등 3가지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결론적으로 일본 제약시장의 성장은 정체를 면키 어려울(anemic) 것이나, 시장 자체는 잇따라 발매될 신약들이 기존 제품들을 대체하면서 엄청난 변화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장을 움직이는 원동력이 쇄신되고 있는 가운데 자국시장에서 약세를 보이고 있는 제약기업들은 다국적사에 기회를 넘겨준 채 안팎의 도전에 대처하지 못하고 고전을 거듭할 것으로 분석했다. 레만 브라더스는 "그럼에도 불구, 국제적으로 경쟁관계에 놓여있는 기업들에 비해 평가절하되어 왔던 일부 제약기업들은 매력적인 투자대상으로 부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덕규
1999.09.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