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美, 필수의약품 공급난 심화
"전에도 약이 부족할 때는 종종 있었지만, 요즘처럼 상황이 심각했던 적은 없어요."
혈우병을 앓고 있는 10살짜리 아들을 둔 버지니아州의 가정주부 패트리샤 디라토는 약국에서 도무지 필요한 약을 구입할 수 없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최근 몇 개월 동안 미국의 의사와 환자들은 뱀독 해독약물·수술용 마취제·파상풍 백신·미숙아 치료용 스테로이드·항생제 등 일부 의약품들의 공급부족이 심화되면서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 6월 말에는 질병관리센터(CDC)가 지난해에 이어 2년째 인플루엔자 예방백신 공급이 지연되어 충분한 양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최근 샌디에이고 소재 해군병원에서는 훈련병 2명이 아데노바이러스에 감염됐으나, 생산이 중단된 백신을 구하지 못해 사망했는가 하면 캘리포니아州에 있는 바이엘 제약공장의 생산공정 결함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혈우병 환자들의 수술이 미뤄지고 있다.
지난 봄에는 일부 기종(氣腫) 환자들이 병의 악화를 억제하는 약물인 프로라스틴(prolastin)을 공급받기 위해 한 달 이상을 기다려야 했다. 5~6월에는 뱀독 해독약물의 수요가 공급을 크게 앞질러 등산객들은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했다.
보건당국은 파상풍 백신의 경우 응급용 보관분 확보를 위해 가급적 내년까지 접종을 연기해 줄 것을 권유하고 있다. 올초에는 일부 병원에서 모르핀 부족으로 인해 다른 진통제들을 대체투약해야 했다.
이 같은 현실에 대해 제약업계 관계자들은 "일부 품목들에서 공급이 수요를 충족하지 못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문제가 빚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美 제약협회(PhRMA)의 제프 트레휘트는 "현재 시장에 발매 중인 2만5,000여종의 의약품들 가운데 공급이 부족하거나 생산이 중단된 품목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의약품 부족현상이 갈수록 악화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정부나 제약업계가 문제해결을 위해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일각에서 일고 있다.
美 공직약사회에서 의약품 부족문제를 모니터링하고 있는 조셉 디펜바우는 ▲비용절감을 위한 병원측의 소량주문 및 보관 ▲갈수록 복잡해지는 의약품 생산공정 ▲의약품원료 구득난 ▲FDA의 품질기준 강화 ▲제약업계의 인수·합병에 따른 공장수 감소 등을 공급위축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이밖에도 일부 약사와 의사들은 제약기업측이 주요 품목이나 백신에 대한 생산을 중단할 경우 보건당국이 조사를 강화해야 할 것이라며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美 공중보건협회의 모하마드 아크터 회장은 "공익을 위해서는 필수적이지만, 제약기업의 입장에서는 별다른 이익창출을 기대할 수 없는 품목일 경우 생산을 중단하는 사례가 적잖은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아메리칸 홈 프로덕트社는 생산설비 보강에 너무 많은 비용이 지출될 것이라는 이유로 몇 개월 전 파상풍 백신과 수술환자들에게 투여되는 약물인 '와이다제'(Wydase), 수술용 진통제 펜타닐(fentanyl) 등의 생산을 중단키로 결정했다.
파마시아社는 임질환자들과 다른 항생제에 알러지 반응을 보이는 환자들에게 투약되어 온 스펙티노마이신의 매출실적이 부진을 면치 못하자 지난달 생산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반대로 바이엘社는 지난해 제 3세계권에서 빈발하는 기생충 감염질환에 쓰이는 '빌트리사이드'(Biltricide)의 생산을 중단한 바 있으나, 미국 관광객과 이민자들에게서 발병사례가 속출함에 따라 열대의학자들의 권유를 받아들여 최근 생산을 재개했다.
또 상피증(象皮症)을 유발하는 기생충을 퇴치하는 데 사용돼 오다 생산이 중단됐던 'DEC'의 경우 CDC가 아이오와大 약대에 위탁해 소량이나마 생산키로 합의했다. 이는 의약품 부족문제를 해결할 한가지 방안으로 주목되고 있다.
한편 미국의 현행 식품·의약품·화장품법은 필수의약품을 생산하는 제약기업들이 생산을 중단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6개월 동안 그 같은 사실을 고지토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이 법은 실행에 어려움이 노정되고 있는 형편이다. 필수의약품 부족이 발등에 불로 떨어지기 전까지는 FDA가 조사에 착수한다는 것이 사실상 무리인 데다 생산공정상의 문제점 돌출이나 원료부족으로 갑자기 생산이 중단될 수도 있기 때문.
게다가 이 규정을 어겼다고 해서 징계권을 행사한다거나 생산을 계속하도록 강제할 수 있는 권한이 FDA에 부여되어 있지 못하다는 점도 한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FDA에서 부족의약품조정관으로 재직 중인 마크 골드버거는 "우리는 의약품 생산을 허가할 수 있을 뿐이며, 제약기업은 원한다면 언제든 시장을 떠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M. 아크터 회장은 "제약기업이 필수의약품의 생산을 중단할 수 있으려면 최소한 1년간의 유예기간을 두도록 해야 생산기업을 다른 곳으로 대체하는 등 대책마련이 가능케 될 것"이라고 피력했다. 골드버거도 "제약기업의 생산중단 문제에 대한 정책적 논의가 의회 차원에서 이뤄져야 할 것"이라며 공감을 표시했다.
헨리 왁스만 하원의원(민주당·캘리포니아州)은 "백신 메이커들은 당국으로부터 별도의 인센티브와 법적 보호를 보장받고 있으면서도 이에 상응하는 책임을 다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하지만 제약기업들도 나름대로 할 말은 있다는 반응이다. PhRMA에서 법무담당 부회장으로 있는 앨런 골드해머는 "의약품은 평균적인 사용량을 근거로 적기적량 공급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며 업계를 옹호했다.
PhRMA의 연구조사 책임자 사라 래드클리프는 "약가상한제도(Price caps)가 적정량 생산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CDC에서 백신구입 프로그램을 총괄하고 있는 로버트 스나이더는 "지난 1998년까지 정부는 파상풍·디프테리아 백신을 1회 접종분당 17센트에 구입했지만, 민간기관들은 2달러를 지불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백신구입은 연방정부가 정한 상한선 보다 높은 수준에서 州 정부가 관장하고 있지만, 문제의 소지는 여전하다"고 덧붙였다.
백신가격에 대한 상한제도는 신제품을 제외한 가운데 ▲비 활동성(inactive) 소아마비 ▲헤모필루스 인플루엔자 ▲홍역·유행성 이하선염·풍진(MMR) 백신 등에 적용되고 있다.
▲ 美, 공급부족 의약품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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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 목 명...........적응증......제조업체......부족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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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상풍 백신...........파상풍 예방....다수......주요메이커 생산중단
이슈프렐(Isuprel).....심장마비 치료..애보트....제조곤란
스펙티노마이신........임질 치료......파마시아..생산중단
노르에피네프린........심장마비 치료..애보트....제조곤란
코게네이트(Kogenate)..혈전 치료......바이엘....제조곤란
안티베닌(Antivenin)...뱀독 해독....와이어스..수요팽창,메이커 생산중단
세레스톤 솔루스판.....항 염증........쉐링......제조곤란
나르칸(Narcan)........마약중독 완화..사벡스....제조곤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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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규
2001.07.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