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美 약국 서비스 質 갈수록 저하
"조제된 처방약이 나오기까지 최소한 2시간은 기다리셔야 합니다. 차라리 내일 오시죠."
뉴저지州에 소재한 체인 드럭스토어 '라이트 에이드 파마시' 지점을 찾았던 한 환자는 아직 폐문시간이 3시간이나 남았는데도 이 같은 말을 듣고는 발길을 돌려야 했다.
10년 전에 비해 처방건수는 50% 이상 늘어난 30억건에 도달했음에도 불구, 약사부족 현상이 해소되지 못함에 따라 정작 이를 조제해 줄 드럭스토어는 날로 감소하고 있는 오늘날의 미국 개국가에서 흔히 접하게 되는 광경이다.
그 결과 한 때는 편의점에서 우유 한 통을 사는 것 만큼이나 손쉬운 일이었던 처방약 구입에 소요되는 시간이 갈수록 지체되고 있다. 이 약국 저 약국을 찾아 발품을 더 많이 팔아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이에 따라 투약용량에 착오가 발생하거나 아예 잘못된 약을 건네받는 일도 다반사로 일어나고 있다.
美 개국약사회(NCPA)의 토드 댕크마이어 부회장은 "서비스의 질 문제가 모든 약국이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고민거리지만, 드럭스토어型 대형약국에서 좀 더 확연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월그린에 이어 미국 2위의 드럭스토어 체인업체인 CVS는 "2/4분기 이익규모가 당초 예상치를 밑돌았다"며 "서비스의 질 문제가 한 원인을 제공했을 것"이라고 풀이했다.
실제로 로드 아일랜드州에 거주하는 보니 이스트햄 부인은 최근 자녀의 전염성 결막염 치료제를 구입코자 한 CVS 드럭스토어를 찾았으나, 약국측에서는 처방전 접수사실이 없다는 황당한 대답 뿐이었다. 알고 보니 담당의사는 2시간 전 약국에 주문을 접수해 둔 상태였다.
예전에는 조제약 리필이 필요할 때면 비록 1~2일이 더 소요되기는 했지만, 대기시간을 허비하지 않기 위해 CVS의 자동화 시스템을 애용해 왔던 그녀였다. 이스트햄 부인은 "요사이는 주문을 한 뒤 찾아가도 5번 중 3번은 펑크가 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CVS의 대변인 토드 앤드류는 "대기시간을 최소화하기 위해 관리약사들에게 전화주문을 수시로 체크하도록 강조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일리노이州에 거주하는 퇴직자 조이스 마테이 부인은 몇 달전 월그린 약국에서 이 보다 더한 일을 겪어야 했다.
의사는 관절염으로 고생하는 자신의 남편이 복용할 프레드니손 1㎎ 정제를 처방해 주었는데, 정작 건네받은 조제약은 프레드니손 5㎎이었던 것. 부부는 몇 일이 지나서야 이 같은 착오가 있었음을 발견했고, 결국 마테이氏는 복용하던 녹내장 치료제까지 다른 약물로 바꿔야 했다.
얼마 전에는 병용해 오던 관절염 치료제 '엔브렐'을 건네받는 데 이틀을 기다려야 했으나, 그나마 약국에서는 냉장보관을 요하는 이 주사약을 일반용기에 담아 주었다. 2주가 지난 뒤 리필을 받고자 약국을 다시 찾았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착오가 있었음은 나중에야 발견됐지만, 이미 약은 모두 주사되고 난 뒤였다.
월그린측 대변인 마이클 폴진은 "시험결과 상온에서 하루가 지나더라도 효능에는 변함이 없음이 입증되기는 했지만, 우리가 '엔브렐'을 부적절하게 취급했음을 인정한다"고 실토하고 "처방약 주문내역의 저장기능을 보강한 컴퓨터 시스템을 구축 중에 있다"고 덧붙였다.
라이트 에이드社의 대변인 사라 다츠는 "올해 상반기의 경우 고객불만 접수건수가 전년동기 보다 30%나 감소했을 정도로 눈에 띄는 서비스 향상을 실현했다"면서도 "아직 개선의 여지는 많이 남아 있다"고 인정했다.
체인 드럭스토어업계는 최근들어 자동화·컴퓨터 시스템 업데이트·관리약사 충원과 연수교육 강화 등을 통해 서비스 향상에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환자들이 만족하고 있다는 징후는 아직까지 엿보이지 않고 있다.
주당 약 10,000여건의 e-메일을 접수받고 있다는 'www.PlanetFeedback.com'은 "상반기에 접수된 환자 불만사례들 가운데 72%가 체인 드럭스토어와의 커뮤니케이션에 관한 것이어서 전체 평균치 54%를 상회했다"고 공개했다. 오하이오州 신시내티에 본사를 둔 이 사이트는 "투약대기시간 연장·약국 종사자들의 불친절·부정확한 접수 등이 환자들의 불만을 사는 주된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윌슨 헬스 인포메이션社가 지난 봄 1만8,000여명의 가정주부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자영약국의 환자만족도가 체인약국 또는 슈퍼마켓이나 대형매장內 처방조제실의 그것에 비해 훨씬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전문가들은 "자영약국의 경우 식품이나 화장품·생활용품 등 다양한 품목들을 취급하고 있는 체인 드럭스토어에 비해 처방약의 매출점유도가 높고, 업무부담도 적은 만큼 좀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美 체인드럭스토어협의회(NACDS)의 필 슈나이더 부회장은 "자영약국들도 의료보험회사의 급여비 삭감 등으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영세한 약국들은 문을 닫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NACDS 통계에 따르면 진열대가 4개 이하인 자영약국은 지난 1990년의 3만1,900곳에서 지난해 20,900곳으로 격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98년 감소세가 바닥을 친 이후에는 소폭이나마 증가세로 되돌아서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후문이다.
반면 체인 드럭스토어는 90년의 2만7,800곳에서 지난해 3만4,100곳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자영약국 감소에 따른 갭을 메우기에는 아직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이덕규
2001.09.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