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美 생명공학 2006년까지 年 14% 성장
"생명공학기업들은 헤게모니(driver's seat)를 쥐고 있는 데다 유망한 약물들을 다수 보유하고 있고, 다양한 신약들이 블록버스터 대열로 발돋움하고 있다. 또 투자가 몰리면서 재정적으로도 탄탄한 구조를 유지하고 있을 뿐 아니라 메이저 제약기업들이 앞다퉈 생명공학기업들과 라이센싱 계약을 맺거나 베스트-셀링 품목들을 사들이려 하고 있다."
美 펜실베이니아州 필라델피아에서 7·8일 양일간 열린 연례 생명공학 학술회의에서 참가자들이 입을 모아 생명공학업계의 미래 기상도를 "쾌청"으로 전망하며 제시한 근거사유들이다.
이번 학술회의에는 800여명에 달하는 제약관련 연구자, 영업관계자, 경영자들이 자리를 함께해 성황을 이루었다는 후문이다.
제약관련 통계의 선도주자로 꼽히는 IMS 헬스社의 더글러스 M. 롱 부회장은 이번 학술회의에서 "오늘날 생명공학산업은 제약시장에서 가장 괄목할만한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분야"라며 "생명공학의 미래는 낙관적(bright)"이라고 결론지었다.
그는 "미국의 생명공학 매출실적이 오는 2006년까지 연평균 14%의 성장세를 지속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생명공학기업들이 내놓은 각종 신약은 현재 발매 중인 전체 의약품의 20%를 차지하고 있으며, 지난해 발매되었던 순수(truly) 신약 37종 가운데 16종이 이들 생명공학기업들에 의해 개발된 제품들일 정도이기 때문이라는 것.
롱 부회장은 또 "이미 미국의 10대 베스트-셀링 의약품들 중 '프로크리트'와 '에포젠' 등 2종이 생명공학제품"이라고 언급했다. 각각 존슨&존슨社와 암젠社가 발매하고 있는 빈혈 치료제인 이 제품들은 모두 한해 30억달러에 육박하는 매출실적을 올리고 있다.
그는 "지난 1992년도에 70억달러 수준에 불과했던 세계 생명공학 의약품 시장규모가 올해에는 310억달러에 육박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시장조사기관 에른스트&영社에서 파트너로 일하는 키쓰 L. 브라운리는 "지난해의 경우 미국의 생명공학기업들은 141종에 달하는 다양한 제품들로 총 207억달러의 매출을 올린 바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로열티와 라이센싱 수입까지 포함할 경우 실제 수익(revenues)은 285억달러에 이르며, 이는 2000년도에 비해 11%가 신장된 수준의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의 경우 세계 제약시장 매출규모가 4,000억달러 수준으로 위축되었음을 감안할 때 눈에 띄는 성장세라 아니할 수 없는 대목인 셈. 실제로 미국의 제약기업들은 2006년까지만 연간 총 630억달러치에 달하는 각종 의약품들이 제네릭 제품들과 경쟁에 직면하리라 예상되고 있는 형편이다.
이처럼 제약기업들이 처해 있는 급박한 현실은 그러나 생명공학기업들에게는 '남의 나라 얘기'일 뿐이라는 지적이다.
이밖에도 제약기업들은 개발 도중에 실패로 귀결되는 사례가 많은 편이어서 후보신약을 내놓기가 궁핍한 실정이고, 잇따른 제품회수와 법적다툼, R&D 비용의 상승, 경쟁심화 등 악재가 겹쳐 주가마저 약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전통적으로 '경기방어株'라는 제약업종의 특성을 무색케 하는 대목.
L.E,K, 컨설팅社의 피터 맥켈비 부회장은 "제약기업들이 생명공학기업들에게 손을 벌리며 라이센싱이나 품목인수 계약에 나서고 있는 것은 그럴만한 이유가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맥켈비 회장은 "제약기업들이 라이센싱 계약을 맺고 로열티를 지급하는 단기승부적 방식에 안주할 경우 장기적으로는 경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에 유의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브라운리 파트너는 "제약기업들의 러브콜 공세로 많은 생명공학기업들은 짧은 연륜과 볼륨에도 불구, 재정적 여유를 확보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이 같은 추세는 지속될 것"이라고 피력했다.
그는 "벤처 자본가들이나 투자자들도 생명공학업계의 미래를 밝게 보고 장기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지난해의 경우 생명공학산업에 대한 투자규모가 2000년도의 절반 규모로 급감했음에도 불구, 장래는 희망적이라는 것.
2000년 당시 미국의 생명공학업계에는 378억달러라는 막대한 투자가 몰린 바 있다.
생명공학기업들에 투자가 집중된 사례로 브라운리 파트너는 뉴저지州에 소재한 배리어 테라퓨틱스社(4,600만달러)와 메모리 파마슈티컬스社(4,000만달러), ESP 파마社(2,800만달러), 이뮤니콘社(2,900만달러) 등을 예로 들었다.
특히 브라운리 파트너는 "생명공학업계에 몰리고 있는 투자 붐은 일장춘몽으로 끝나버린 '닷컴社'들과는 분명 궤를 달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맥켄지社의 컨설턴트 제시카 홉필드는 "이제 비교적 수월한 방법을 거쳐 개발될 수 있는 신약은 이미 고갈상태에 접어들었다"며 "미래의 투자성향에 주의가 요망된다"고 언급했다.
인간의 유전자 지도가 완성된 현재의 과학발전 단계는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준 측면이 있지만, 그만큼 올바른 선택이 중요하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이덕규
2002.1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