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비아그라'가 공격적 행동 유발?
'비아그라'가 공격적인 행동을 유발할 수 있다는 주장이 일부에서 제기됨에 따라 논란이 일고 있다.
논란에 불을 지핀 장본인은 美 메릴랜드州에서 활동하는 독성학자 해롤드 A. 밀만 박사.
美 환경보호국(EPA)에서 18년간 고문으로 활동했고, 美 국립보건연구원(NIH)에서도 항암제 전문가로 10여년 동안 관여했던 밀만 박사는 '약물치료학 연보'誌 7월호에 공개했던 논문을 통해 '비아그라'가 복용자의 심리나 정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한 바 있다.
이 논문은 '비아그라'을 복용했던 1만2,000여명의 남성들 중에서 부작용이 나타난 사례들에 대해 조사한 내용을 담고 있다.
밀만 박사는 "FDA가 현기증, 방향감각 상실, 건망증 등 270여건에 달하는 부작용 발생사례들을 보고받아 관련자료를 축적하고 있는데, 이 중 22건이 '비아그라'가 공격적인 행동을 유발한 케이스가 아닌가 하는 궁금증을 증폭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많은 학자들과 화이자社는 이에 대해 "근거가 불충분하다"는 입장을 보이며 맞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FDA측도 "밀반 박사의 견해를 수용해 '비아그라'의 라벨 표기내용을 개정할 계획은 갖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그러나 FDA에 과학담당 고문으로 관여하고 있는 버나드 슈웨츠 박사는 "최소한 '비아그라'의 공격적 행동 유발 가능성에 대해 보다 구체적인 검토작업이 뒤따라야 할 필요성은 있다고 사료된다"고 피력했다.
밀만 박사는 "보고된 부작용은 우연의 산물(anecdotal evidence)일 수 있음을 인정한다"고 말했다. 다만 문제가 발생한 남성들의 행동이 정상적인 범위를 벗어났던 것은 확실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비아그라'가 공격적 행동을 유발할 수 있다는 주장은 지난 1998년 이래 불거졌던 이른바 '비아그라 변론소송'(Viagra defense) 12건에 이론적 근거를 제공했다는 지적이다.
특히 지난 99년 이스라엘에서는 한 폭행 혐의자에 대한 재판과정에서 '비아그라'가 문제의 발단을 제공했음이 참작되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화이자측은 "실데나필을 주원료로 하는 '비아그라'는 뇌에 작용하기 보다는 페니스의 혈관에 직접적으로 작용하는 기전의 약물"이라고 해명했다. 8,000여명의 남성들을 대상으로 진행되었던 임상시험 결과에 따르면 전체 사용자들의 2% 이하에서 중추신경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이로 인해 공격적인 행동이 나타난 사례는 전무했다는 것.
많은 학자들도 보고된 부작용 사례들이 '비아그라'와 공격적 행동의 연관성을 명확히 입증하는 자료로 보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견해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즉, 문제가 발생했던 환자들이 다른 약물을 복용했거나, '비아그라'를 복용했을 당시의 정신건강 상태 등에 문제가 있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화이자社의 대변인 제프 쿡은 "공격적인 행동과 '비아그라'의 상관성을 뒷받침할만한 믿을만한 학술적 증거가 없으며, 보고된 사례들은 우연의 일치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밀만 박사는 "뇌 내에까지 '비아그라'가 유입되어 뇌가 性的 반응이나 공격성을 조절하는 생물학적 경로에 부분적으로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다"고 피력했다.
반면 美 뉴저지大 의대에서 정신의학을 강의하는 레이먼드 C. 로젠 교수는 "밀만 박사의 주장은 근거가 매우 박약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노스웨스턴大의 케빈 E. 맥케나 박사와 함께 '약물치료학 연보'誌 12월호에 밀만 박사의 주장에 반박하는 논문을 게재했다.
맥케나 박사도 "비록 '비아그라'가 시상하부나 수질(髓質)과 같이 性的 행동을 조절하는 뇌내 부위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은 인정하지만, 마우스를 대상으로 진행한 시험결과 이 약물이 공격적 행동을 유발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밀만 박사 역시 그의 논문에서 좀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함을 강조하기 위한 의도일 뿐, 자신이 제기한 가설이 최종적인 결론은 아니라는 점을 인정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덕규
2002.1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