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美 올해 제약업계 고용전망 불투명
신약개발에 필요한 소수의 핵심인력을 제외하면, 올해 미국 제약업계에서 일자리를 구하기란 쉽지 않을 전망이다.
헤드헌팅 업체 콘 페리社(Korn Ferry)에서 북미 제약 부문을 담당하고 있는 스티브 이스라엘 국장은 "획기적인 신약을 개발하기 위한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짐에 따라 제약기업들이 저마다 정예인력을 선발하기 위해 활발히 움직이고 있지만, 문제는 여기에 해당되는 자리가 극히 일부에 국한되어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이같은 채용동향은 미국에서 '제약산업의 메카'로 꼽히는 뉴저지州에서도 두드러지게 눈에 띄고 있다는 분석이다. 뉴저지州는 머크社·존슨&존슨社·노바티스社 등 메이저 제약기업들이 몰려 있는 데다 줄잡아 60,000여명이 이들 업체에 재직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상황이 그리 절망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새로운 프로젝트에 필요한 인력을 뽑거나, 퇴직에 따른 결원분을 대체하려는 수요는 항상 열려 있기 때문이라는 것.
그러나 영업직·법무직·마케팅 전문직·비서직·기술직 등의 분야에서는 신규채용을 계획 중인 제약기업을 찾기 어려운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아무래도 과거와 같은 '고용 붐'(hiring binge)은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뉴저지州 뉴틀리 소재 호프만-라 로슈社의 브래드 스미스 인사부장은 "제약업계의 채용인력 규모는 점진적인 증가세를 보이거나, 순환주기를 나타내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고용규모 등이 신약개발 동향에 따라 좌우되기 때문이라는 것.
즉, 제약기업은 유망한 신약이 발매를 앞두고 있는 시점이 아닌 한, 증원에 나서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로슈社는 최근 새로운 C형 간염 치료제가 FDA의 허가를 취득한 후 일부 인력을 확충한 바 있다.
이와 관련, 현재 미국 제약업계의 현실은 정부의 의료비 감축압력 고조, 새로 허가를 취득하는 신약의 감소, 제네릭 제형과의 경쟁 가열, 처방약 약제비 상승추세의 정치쟁점화 등이 두드러지고 있는 형편이다.
올해 제약기업들이 인력규모 축소에 주안점을 둘 것임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한 예로 쉐링푸라우社는 베스트-셀링 항알러지제 '클라리틴'의 특허만료를 앞둔 시점이었던 지난해 여름 영업인력 규모를 감축했다.
좀 더 최근에는 와이어스社가 본부인력 75명을 포함해 총 3,150명의 인력을 감원했다. 그 이유는 각종 암 발병과의 관련성 우려로 호르몬 대체요법제의 매출이 크게 감소하고 있어 허리 졸라매기가 불가피했기 때문이었다.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퀴브社도 일련의 전략실패(strategic blunders)에 따른 부담을 덜고자 뉴저지州 프린스턴 지역에서 재직했던 113명을 정리했다.
머크社의 경우 조만간 인사업무 부문에 대한 아웃소싱을 단행할 예정으로 있다. 그 동안 인사업무를 담당해 왔던 200명 가까운 인력의 향배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는 대목.
화이자社와 파마시아社가 합병을 단행함에 따라 파마시아측 본부에서도 4자리 단위의 인력이 회사를 떠나야 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편 이같은 상황 속에서도 '메디컬 디렉터'(medicaql director) 자리는 오히려 스카웃 열풍까지 예상된다는 것이 헤드헌터들의 지적이다. 메디컬 디렉터는 임상시험과 신약개발 과정 전반에 걸쳐 풍부한 경험을 필요로 하는 직책.
머크社의 대변인은 "연구직 분야에서 최소한 10% 정도의 충원을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이밖에도 일부 제약기업들은 마케팅 프로그램을 총괄할 의사 자격증 소지자나 일부 특수업무 분야의 유경험자를 물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쉐링푸라우社의 대변인은 "제조공정상 노정되었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품질관리 전문가를 원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이언스 레지스트리社라는 이름의 헤드헌팅 업체를 경영하는 도날드 트러스는 "올해 대부분의 제약기업들은 지난해에 비해 채용규모를 줄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덕규
2003.0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