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진통제와 생약 병용 '위험한 만남'
현재 다빈도로 처방되고 있는 각종 진통제들과 생약(herbal remedies)을 병용하는 것은 자칫 위험한 약물상호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심지어 일부 생약들은 오히려 편두통을 유발하거나, 증상을 더욱 악화시킬 수도 있는 것으로 사료될 정도라는 것이다.
美 유타大 의과학센터의 카를라 루빙 박사팀은 21일 일리노이州 시카고에서 열린 美 두통학회 연례 학술회의에서 이 같이 밝혔다.
오늘날 전체 미국인들의 40% 정도가 각종 생약을 함유한 이른바 '허벌요법제'를 과거에 복용했거나, 현재 복용 중 또는 앞으로 복용을 고려 중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 것이 현실임에 비추어 볼 때 매우 주목되는 대목인 셈이다.
이와 관련, 현재 미국에서는 약 3,000만명이 편두통으로 고통받고 있으며, 군발성 두통 증상을 경험한 이들도 약 25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루빙 박사는 "각종 생약의 작용기전과 약물상호작용 가능성을 관찰한 20여건의 연구결과들을 분석한 뒤 이 같은 결론에 도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은행잎 추출물, 인삼, 에키나세아(echinacea), 선물레나물(St. John's wort), 마늘, 쥐오줌풀(valerian) 뿌리 추출물 등이 트립탄系를 비롯한 편두통 약물이나 삼환系 항우울제와 상호작용을 유발할 수 있으리라 사료된다는 것.
루빙 박사는 "이 생약들이 편두통 치료제를 대사시키는 간 효소들과 상호작용해 독성작용을 수반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피력했다.
특히 삼환系 항우울제와 선물레나물을 병용했을 경우 가장 심각한 수준의 약물상호작용이 뒤따를 수 있으리라 사료된다고 덧붙였다.
더욱이 문제가 되는 것은 많은 환자들이 생약은 약이라기 보다 천연물일 뿐이라는 생각에 의사와 약사에게 복용사실을 털어놓지 않거나, 복용을 계속하는 사례가 많다는 점에 있다고 루빙 박사는 지적했다.
그러나 의료용 천연약물 사용을 권장해 온 美 식물학자문위원회(ABC)의 설립자이자 총장을 맡고 있는 마크 블루멘탈은 이에 대해 "추상적일 뿐 아니라 근거도 미흡하다"며 반론을 제기했다.
루빙 박사도 "생약과 진통제의 약물상호작용으로 인해 사망에 이른 사례는 없었으며, 약물상호작용과 관련한 구체적인 통계자료도 부재한 것이 현실"이라며 블루멘탈 총장의 지적을 일부 인정했다.
그럼에도 불구, 루빙 박사는 "은행잎 추출물이나 인삼, 선물레나물, 쥐오줌풀 뿌리 추출물 등이 편두통을 유발 또는 악화시키거나, 일부에서 군발성 두통 발생의 원인을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 사실을 유념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밖에 선물레나물과 쥐오줌풀 뿌리 추출물의 경우에는 두통 완화작용이 없는 것으로 입증된 바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은행잎 추출물은 기억력을 제고하는 효과가 있으며, 인삼은 정력을 증가하는 효능이 널리 알려져 있다. 또 에키나세아는 감기, 선물레나물은 우울증, 쥐오줌풀 뿌리 추출물은 수면장애와 우울증에 각각 효과가 있다는 연구사례들이 보고됐었다.
마늘의 경우 항암작용과 혈압강하 효과 등이 입증된 바 있다.
이덕규
2003.06.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