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美 고령층, 부적절한 처방에 무방비 노출
미국의 65세 이상 고령층 그룹이 의사들로부터 건네지는 위험하고 부적절한 처방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음이 재확인됐다.
연방질병관리센터(CDC)는 9일자 '내과의학誌'에 공개한 처방동향 보고서에서 "지난 2000년도의 경우 고령층에 전달되었던 처방 12건당 1건 꼴로 문제의 소지가 있는 약물들이 포함되어 제공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 보고서는 "2000년 한해 동안 고령층 그룹의 전체 의사 방문건수 총 2억1,500만건 가운데 8%에 육박하는 1,670만건의 사례들에서 문제의 소지를 안고 있는 처방약들이 건네졌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결론은 동일한 내용으로 지난 1995년 진행되었던 조사결과와 비교할 때 그 동안 별다른 개선조치가 강구되지 못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CDC측은 지난 1995년부터 2000년에 이르는 기간 동안 수집된 환자들의 병원방문 관련자료(응급실 방문건수는 제외)와 외래환자 현황을 면밀히 분석한 끝에 이번에 보고서를 공개한 것이다.
보고서 작성을 총괄했던 CDC의 통계 전문가 마지 굴딩 박사는 "이번 연구결과의 공개가 의료보험회사, 제약기업, 의사, 환자 등이 문제의 심각성을 되새기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연구의 참여자들은 이처럼 문제의 소지를 안고 있는 약물들이 고령층 그룹에 다빈도로 처방되어 건네지고 있는 사유를 속시원히 설명하지는 못했다.
다만 지금까지 CDC가 진행했던 관련 연구결과들에 따르면 노인의학 전문가들의 훈련부족, 의사와 약사의 협조체제 미흡, 환자들에 대해 적절한 약물정보 제공의 실패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임이 시사된 바 있어 대강의 원인을 가늠케 해 주고 있을 뿐이다.
여기서 "의사와 약사의 협조체체 미흡"이란 대상환자의 약물복용 전력을 속속들이 알고 있지 못한 가운데 처방과 조제가 이루어진 케이스를 주로 의미하는 개념이다.
CDC측은 이밖에 고령층 그룹에 한가지 이상의 약물들이 병용처방되었을 때 부적절한 약물이 건네질 가능성이 높으며, 여자가 남자에 비해 위험도가 2배 이상 높다고 보고 있다.
이번 연구결과에서도 2000년 당시 고령층 그룹의 전체 의사 방문건수 중 3분의 1에서 3종 이상의 약물들이 처방됐으며, 1~2종만이 처방된 사례는 30% 수준에 불과했던 것으로 나타나 그 같은 추정을 뒷받침했다.
이와 관련, 美 회계감사국(GAO)는 95년 공개했던 한 연구보고서에서 "고령층의 경우 각종 약물들을 처방받는 빈도가 다른 연령대에 비해 훨씬 높은 편인 데다 부작용을 수반할 확률 또한 상대적으로 높은 그룹"이라고 지적했었다.
한편 보고서에 따르면 부적절하게 처방된 비율이 가장 높은 부류의 약물들에는 진통제, 진정제, 항우울제, 항불안제 등의 중추신경계 약물들이 상위권(?)을 차지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노인의학 및 노인약물학 전문가들은 이 약물들이 정신착란(delirium), 환각(falls), 시력손상, 과도한 진정작용 등을 유발할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이덕규
2004.0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