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항우울제 메이커들 '우울한 나날'
영국 정부는 지난해 대부분의 항우울제를 소아환자들에게 처방하지 말도록 의사들에게 주의를 촉구한 바 있다.
이와 관련, FDA 자문위원회도 소아환자들의 항우울제 사용문제와 관련, 이번주 중으로 미팅을 갖고 뒤늦게나마 강력한 대책을 내놓을 예정이라고 'USA 투데이'紙 등 주요 신문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7개 항우울제 메이커들과 FDA 관계자들은 이에 앞서 지난 9일 미국 의회 에너지·상무 소위원회가 개최한 청문회에 출석해 증언해야 했다.
청문회는 소아환자들이 항우울제를 복용할 경우의 효능과 안전성에 대해 중요한 정보들이 공개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관련 연구결과의 3분의 2 이상이 효과를 입증하지 못했다는 비난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마련된 것이었다.
이날 청문회에는 와이어스, 화이자, 오가논, 글락소스미스클라인,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퀴브, 포레스트 래보라토리스, 솔베이 등에서 관계자들이 참석해 그들의 입장을 밝혔다.
7개 메이커들은 '이펙사'(벤라팍신; 와이어스), '졸로푸트'(서트라린; 화이자), '레메론'(미르타자핀; 오가논), '웰부트린'(부프로피온; 글락소), '설존'(네파조돈; BMS), '렉사프로'(에스시탈로프람; 포레스트), '루복스'(플루복사민; 솔베이) 등을 각각 보유 중이다.
특히 이날 청문회 석상에서는 심지어 FDA가 정보공개를 가로막아 왔다는 주장도 문서와 증언을 통해 제기되어 관심을 모았다. 일부 항우울제들의 경우 소아환자들에게 투여하는 것은 단순당의정(sugar pills)을 제공하는 것과 매한가지임을 입증한 임상시험 결과들이 도출됐지만, FDA가 오히려 의사와 환자들에게 그 같은 사실을 알리지 말 것을 종용했다는 것.
실제로 최소한 3곳의 항우울제 메이커들은 이날 "FDA가 관련내용의 제품라벨 주의문구 삽입을 막았다"고 공개했으며, 다른 1곳은 "FDA측이 표현수위를 낮추도록 했다"고 밝혔다.
와이어스社의 조셉 S. 카마도 부회장은 "우리의 '이펙사'가 소아환자들의 자살충동, 적대감, 자해행위 등과 관련이 있을 수 있음을 주의하는 내용을 제품라벨에 삽입코자 했지만, FDA가 표기수위의 완화를 요구했다"고 증언했다.
화이자社의 캐스린 M. 클라리 부회장도 "당초 우리는 '졸로푸트'가 소아환자들에 대해서는 플라시보에 비해 크게 나을 바 없음을 밝힌 2건의 임상시험 결과를 제품라벨에 삽입할 방침이었지만, FDA의 요구로 소아환자들에 대한 '졸로푸트'의 효능은 아직 입증되지 않았다는 요지로 완화된 표현을 사용했다"고 털어놓았다.
이날 공화당의 그렉 왈든 하원의원(오리건州)는 무슨 사유로 FDA가 그 같은 행태를 보였는지에 대해 강한 의구심을 표시했다.
FDA의 자넷 우드콕 副커미셔너는 이에 대해 "부정적인 임상시험 결과가 자칫 해당약물이 효과가 전혀 없다는 오해를 초래할 소지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메이커측도 "부정적인 내용의 임상시험 결과가 도출될 경우 정작 항우울제를 필요로 하는 소아환자에 대해서도 의사와 부모측이 처방을 꺼려하는 상황이 빚어질 것을 FDA측이 우려했기 때문으로 사료된다"고 피력했다.
그러나 일부 하원의원들은 "제약기업측이 소아환자들을 대상으로 임상을 진행할 경우 특허보호기간을 6개월 연장시켜 주자는 案을 의회가 통과시킨 바 있고, 이로 인해 결과적으로 엄청난 비용부담이 국민들에게 떠넘겨진 격"이라며 비난의 화살을 멈추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에너지·상무 소위에 소속되어 있는 민주당의 헨리 A. 왁스만 상원의원(캘리포니아州)은 "시험결과의 공개를 제한하는 제약기업들에게 특허보호기간을 연장시켜 주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잘라말했다.
이와 관련, 현재 소아 우울증 환자들에게 투여하는 용도가 허가된 항우울제는 일라이 릴리社의 '푸로작'(플루옥세틴)이 유일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 다른 항우울제들도 소아환자들에게 널리 처방되어 왔던 것이 그 동안의 현실이다. 대부분의 의사들이 부정적인 결과를 담은 임상시험 결과를 알지 못했던 데다 단지 항우울제들이 성인환자들에게서 효과가 입증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수많은 소아환자들에게 처방해 왔기 때문.
그러나 최근 FDA가 진행했던 2건의 내부 연구결과에 따르면 항우울제들이 소아환자들의 자살충동 증가와 무관치 않음이 시사되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 제품의 경우 소아환자들이 복용하면 단순당의정에 비해 자살충동을 무려 8.84배까지 끌어올렸다는 결론이 도출되기도 했을 정도라는 것이다.
이덕규
2004.09.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