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2004년 세계 제약업계 10대 뉴스
최근 미국 제약업계에서 '2004년은 재난의 해'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뉴스가 나온 것에서 알 수 있듯, 올 한해는 호재보다 잇단 악재의 돌출이 눈에 띈 한해였다. 블록버스터 드럭의 안전성 문제제기가 이어지면서 제약산업 자체의 신뢰성에 위기감이 조성되었던 것은 대표적인 사례. 가뜩이나 줄을 이은 특허만료와 제네릭 메이커들의 거센 도전으로 메이저 제약기업들의 주름이 깊어가고, 세계경제마저 불투명한 상황이 지속되었던 현실에서 이 같은 문제점들은 더욱 도드라져 보일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 같은 상황 속에서도 사노피-신데라보社와 아벤티스社, 야마노우찌社와 후지사와社 등의 빅딜이 성사되어 나오고, 복합제형의 도입을 통해 후속신약 개발 부진의 틈새를 메우려는 노력이 이어지는 등 재도약을 모색하기 위한 움직임도 활발히 전개되었다. 다음은 본지가 선정한 올해 세계 제약업계의 10대 뉴스이다.
1) 사노피-아벤티스 빅딜 성사
프랑스 사노피-신데라보社와 아벤티스社가 우여곡절 끝에 지난 4월 26일 빅딜 합의를 공식선언했다. 이로써 3개월여에 걸쳐 팽팽한 긴장 속에 계속되었던 공방은 세계 3위 거대 제약기업의 탄생을 예약하면서 막을 내렸다.
그러나 아벤티스측이 사노피의 적대적 인수시도에 줄곧 부정적인 자세로 일관함에 따라 최종순간까지 스위스 노바티스社 등이 백기사 역할을 자임하며 개입하고 나설 가능성이 제기되었는가 하면 이례적으로 프랑스 정부가 적극 개입하고 나서는 등 최종합의가 도출될 때까지 숨막히는 혼전이 거듭되었다.
일본 야마노우찌社와 후지사와社도 당초 '일본版 제약 빅딜'의 실현 가능성에 강한 의문이 일었던 현실에도 불구, 지난 2월말 "통합을 단행해 한해 매출 8,000억엔(77억6,000만 달러) 안팎에 달하는 일본 2위의 거대 제약기업으로 거듭난다는데 합의했다"고 발표해 놀라움을 안겨주었다.
2) '바이옥스' 전격 회수결정 '충격'
미국 2위의 메이저 제약기업 머크&컴퍼니社가 지난 9월 30일 블록버스터 관절염 치료제 '바이옥스'(로페콕시브)를 회수한다고 전격 발표해 엄청난 충격파를 던졌다.
발표가 나온 당일 뉴욕 증권거래소(NYSE)에서 머크의 주가가 한때 27%나 빠져나가는 공황상태가 나타났을 정도. 2003년 25억 달러의 매출을 올렸던 '바이옥스'가 심장마비·뇌졸중 발생률을 높일 수 있다는 임상결과가 도출됨에 따라 리콜이 결정되자 가뜩이나 기존 간판품목들의 특허만료와 후속신약 개발의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어 왔던 머크는 거센 구조조정 바람이 일고, 경영진 교체가능성이 고개를 드는 등 내우외환을 겪고 있다.
또 '바이옥스'의 리콜로 반사이득이 기대되었던 화이자社의 '쎄레브렉스'(셀레콕시브)마저 안전성 문제가 제기되면서 자칫 COX-2 저해제 전체로 불똥이 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3) 복합제형 개량신약 봇물 "퓨전바람"
2004년 한해 메이저 제약기업들은 주력제품들이 마치 릴레이를 펼치듯 속속 특허만료에 직면했던 반면 후속신약의 개발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고민거리를 공유하면서 이른바 '메이저 제약 신드롬'에 시달려야 했다. 이 같은 현실에서 눈에 띈 차선책이 바로 복합제형 신약을 내놓는 전술(?)이었다.
지난 7월 FDA의 허가를 취득한 머크&컴퍼니社와 쉐링푸라우社의 '바이토린'(Vytorin)은 '조코'(심바스타틴)와 '제티아'(에제티마이브)를 믹싱한 약물로 기존의 베스트-셀러 '리피토'(아토르바스타틴)의 아성에 도전장을 던져 향후 추이가 주목되고 있다. 화이자社도 지난 6월 항고혈압제 '노바스크'(암로디핀)와 콜레스테롤 저하제 '리피토'(아토르바스타틴)의 복합제형 '카듀엣'(Caduet)을 내놓고 퓨전바람에 동참을 선언했다.
일본 다께다社 북미 현지법인은 지난 11월 새로운 2형 당뇨병 치료제 '액토플러스메트'(Actoplus Met)에 대한 허가를 FDA에 신청했다. 이 제품은 항당뇨제 '액토스'(피오글리타존)와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퀴브社의 '글루코파지'(메트포르민)을 복합한 투-인-원 제형.
복합제형의 개발을 두고 일각에서는 포장만 바꿔 제네릭 메이커들의 도전을 피해가려는 얄팍한 편법이라며 폄하하는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지만, 복용의 간편성을 제고했다는 장점이 어필하면서 선전이 기대되고 있다.
4) '조코' OTC 제형 데뷔 "좋고"
머크&컴퍼니社의 콜레스테롤 저하제 '조코'(심바스타틴) 10㎎ OTC 제형이 지난 5월 영국에서 허가를 취득한데 이어 7월부터 시장에 공급되기 시작했다. 스타틴系 콜레스테롤 저하제 그룹이 2003년 한해 동안에만 세계시장에서 260억 달러 상당의 매출을 올린 최대의 베스트-셀러 단일품목群임을 상기할 때 눈길이 쏠리지 않을 수 없게 하는 대목.
'조코'의 OTC 스위치 결정은 제약기업측 입장에서 보면 매출상승을 기대할 수 있고, 정부측에서도 재정절감 효과를 기대케 하는 '솔로몬의 선택'으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같은 계열에 속하는 '바이콜'(세리바스타틴)이 리콜되었던 전례가 있는 탓에 의사측과 소비자단체 등으로부터 "환자를 모르모트 취급하려는 처사"라는 비난이 제기되었고, 반면 영국 왕립약사회는 "약사의 직능을 최대한 활용할 기회를 보장받게 됐다"며 환영하는 뜻을 밝히는 등 엇갈린 반응 속에 갑론을박이 오갔다.
5) 임상정보 투명성 제고 노력
글락소스미스클라인社가 지난 6월 자사가 발매 중인 약물들과 관련해 직접 연구비를 지원한 가운데 진행되었던 모든 임상시험의 개괄적인 요지와 결과를 인터넷을 통해 일반에 공개키로 결정했다고 발표해 신선한 충격을 안겨주었다.
당시 발표는 미국 의사회(AMA)가 항우울제의 소아환자 사용시 안전성 문제가 불거진 것과 관련, 불리한 결론이 도출된 연구결과라도 '대외비'에 부쳐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공개를 원칙으로 할 것을 제약업계에 권고한 직후 나온 것이었다.
이에 일라이 릴리社도 뒤를 이어 임상정보의 투명성 제고를 위한 노력에 동참을 선언했고, 11개 국제적 저널의 편집책임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별도의 등록절차를 거치지 않은 논문에 대해 게재거부를 결의했으며, 지난 9월 미국 제약협회(PhRMA)가 회원사들이 제출한 임상결과를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해 공개하겠다고 밝히는 등 '누드 열풍'(?)을 몰고 왔다.
그러나 임상정보를 낱낱이 공개하는 것이 경쟁사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소송이 남발되는 등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상반된 견해도 일각에서 고개를 들고 있다.
6) 다국적제약 vs 중국 특허 갈등
중국 국가지식산권국(SIPO)이 지난 7월 초 '비아그라'의 핵심성분인 구연산염 실데나필에 대한 자국 내 특허를 무효화하는 결정을 내려 세계 제약업계를 생뚱맞게 했다.
SIPO의 발표는 별도의 라이센싱料를 지불하지 않고도 카피제형을 발매할 수 있기를 요망해 왔던 자국 내 제네릭 메이커들의 진정을 수용한 결과로 풀이되었다. SIPO측은 신규성 요건충족 미흡과 실데나필의 제조법을 충분하고도 정화하게 설명하는 자료를 제출하지 않아 자국의 특허법을 어겼다는 등 표면적인 구실을 내세웠다.
중국 정부의 특허 무효화 시도는 블록버스터 항당뇨제 '아반디아'(로지글리타존)에까지 파장을 미쳤다. 그 근거는 1993년 이후부터 기본조성물 특허를 인정하기 시작했으므로 그 이전에 등록된 특허는 제한적으로만 허용할 수 있다는 논리였다. 중국 정부의 안하무인격 태도에서 비롯된 이 사안은 현재도 법적분쟁이 지속되고 있어 장차 본격적인 통상마찰로 확대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7) 발기부전 치료제 '삼국지' 점입가경
'비아그라'(실데나필), '시알리스'(타달라필), '레비트라'(바데나필) 등이 올 한해 펼친 발기부전 치료제 '삼국지'는 점입가경의 양상으로 전개되면서 줄곧 뜨거운 관심의 중심권에 머물렀다.
특히 오래 가는 효과를 표방한 '시알리스'와 빠르고 단단함을 내세운 '레비트라'가 차별성을 부각시키면서 컨셉 경쟁을 도입한 것이 많은 관심을 불러모으는 성과로 이어졌다. '시알리스'의 경우 발매 3개월여만에 국가에 따라 마켓셰어가 20% 안팎에서 최대 40%대까지 치솟는 등 약진이 두드러졌다.
8) '크레스토' 부작용 공방 '바이콜'의 망령?
아스트라제네카社가 자사의 콜레스테롤 저하제 '크레스토'(로수바스타틴)를 두고 소비자단체와 펼친 안전성 공방은 한해 내내 숱한 화제를 뿌리며 팽팽한 평행선을 유지했다.
양측의 줄다리기는 막강한 파워를 자랑하는 '미국版 참여연대' 퍼블릭 시티즌(Public Citizen)이 '크레스토'가 근육과 신장에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며 리콜을 요청하면서 점화된 것이었다. 이에 아스트라제네카측이 신문에 전면광고를 게재하는 등 적극적인 방어전에 나섰지만, 지난 11월 의회 청문회에서 FDA 고위관계자가 '크레스토'를 비롯한 5개 약물의 안전성 문제를 증언하면서 해를 넘긴 내년에도 논란이 지속될 전망이다.
9) '아큐탄' 최기형성 논란 또 도져
로슈社가 올초 자사의 여드름 치료제 '아큐탄'(이소트레티노인)에 대한 안전성 강화조치를 FDA에 제안하면서 잠재되어 있던 문제가 다시금 관심권으로 떠올랐다. 로슈측은 '아큐탄'이 처방되어 조제되고, 복용되는 일련의 과정에 관여하는 모든 환자들과 의사·약사들에 대해 의무적으로 등록절차를 거치도록 할 것을 제의했다.
지난 1982년부터 발매되어 온 스테디-셀러 '아큐탄'은 중증 여드름에 거의 유일하게 효과적인 치료제로 자리매김되어 왔지만, 임산부가 복용했을 경우 기형아 출산을 유발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FDA는 지난 11월 가임기 여성들의 경우 사전에 등록절차를 밟도록 하는 내용으로 '아큐탄'에 대한 처방 규제수위를 강화하는 조치를 내렸다. 12월 들어 로슈측이 제품라벨 표기내용 강화 필요성을 제기한 내부전문가들의 권고를 묵살했다는 의혹이 일부 신문에 보도되었던 것도 많은 관심을 모았다.
이와 관련, 우리나라의 식품의약품안전청도 12월 초 이소트레티노인 제제의 최기형성 부작용 위험성에 대한 주의를 재차 환기시키는 조치를 취했다.
10) 항우울제 소아환자 복용 안전성 이슈化
소아환자들이 항우울제를 복용할 경우 자살충동을 유발하는 등 문제가 뒤따를 수 있음을 일부 메이커들이 은폐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불거진 논란은 주요 항우울제 메이커들을 우울감에 빠드렸다.
사실 항우울제를 복용한 소아·청소년 환자들 가운데 자살충동 증가 부작용이 눈에 띄는 사례는 전체 복용자의 2~3% 남짓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외국에서도 예외가 없는 '자식사랑'과 맞물려 핫이슈로 부각된 논란의 대상은 현재 소아용도를 허가받은 유일한 항우울제인 '푸로작'(플루옥세틴)도 예외가 아니었다.
FDA는 항우울제들의 제품라벨 표기내용에 '돌출주의문'(black box)의 형태로 훨씬 눈에 띄기 쉽도록 하고, 표기 수위도 크게 강화토록 하는 등 주의를 환기시키는 조치를 취했다.
이덕규
2004.1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