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美, 약사 구하기 여전히 '하늘의 별따기'
올해 49세의 스티브 시박 씨는 1977년 의과대학 예과과정만 마친 채 지난 25년 동안 자신의 전공과는 전혀 무관한 직종에서 일했다. 2003년 약대에 늦깎이로 편입한 그는 졸업하려면 아직 10개월을 기다려야 한다.
하지만 시박 씨는 지난해 한 드럭스토어 체인업체로부터 5,000달러의 장학금을 받았고, 벌써 10,000달러의 상여금을 선불받는 등 입도선매된 귀하신 몸이다.
그런데도 예비약사인 시박 씨에겐 지금도 7곳에서 면접시험에 응시해 달라는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시박 씨는 그러나 자신의 거주지인 펜실베이니아州의 한 시골지역에서 출퇴근에 20분밖에 소요되지 않는다는 점을 들어 마음을 바꿀 생각이 없다고 잘라말했다.
캘리포니아州 샌프란시스코에서 좀 떨어진 지역에 약국을 열고 있는 로버트 존슨 약사는 2명의 약사를 뽑기 위해 6개월째 헛심만 낭비하고 있다. 광고도 내보고, 졸업을 앞둔 600여명의 예비약사들에게 e-메일을 발송했지만, 연락이 없었기 때문.
존슨 약사는 "이제 시골에서 약사를 충원하기란 하늘의 별따기와 다를 바 없다"며 한숨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미국에서 최근 수 년째 지속되고 있는 약사 구인난이 좀처럼 개선의 기미를 엿보이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일손이 딸려 약화사고가 속출하고, 서비스의 질이 저하될 것이라는 우려감도 높아가고 있다.
이와 관련, 미국 체인약국협회(NACDS)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 1월 현재 3만7,000여 약국에서 6,000명 가까운 약사직이 결원상태에 있는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NACDS측은 "결원 약사수가 7,700명을 상회해 피크를 이뤘던 2001년 8월에 비하면 상황이 다소 나아졌지만, 인구의 노령화 추세와 의약품 처방량의 증가 탓에 약사 구인난이 지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고 보면 지난 7월 일리노이州 시카고 지역의 월그린(Walgreen) 소속약사들이 3주 가까이 파업을 단행했던 것도 월그린측의 부인에도 불구, 약사충원난에 따른 과중한 근무시간이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지적이다.
헤드헌터로 일하고 있는 스티브 크로크 씨는 "구인난이 지속되고 있다고 해서 교과과정을 단축해 약대생들을 신속히 사회에 배출할 수는 없을 것이므로 지금의 문제가 빠른 시일 내에 해소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캘리포니아州에 있는 한 약대의 캐서린 내프 학장은 "그나마 최근들어 의약품 처방량 증가속도가 다소 둔화되고 있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지난해의 경우 처방건수가 2003년에 비해 1.8% 증가한 32억건에 달했는데, 한 때 4%를 웃돌던 처방건수 증가율 자체는 진정되었다는 것.
미국 약학대학협의회(AACP)에 따르면 현재 미국에는 총 92곳의 약학대학이 운영되고 있다. 지난 1985년의 72곳에 비하면 적잖이 늘어난 수치.
학생수 또한 올해의 경우 8,200여명에 달해 3년 전의 7,500명에 비하면 700명 정도가 증가한 상황이다. 오는 2007년에는 10,000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 골드만 삭스社의 존 하인보켈 유통부문 애널리스트는 "미국 전역의 드럭스토어와 할인마트, 대규모 유통센터 등에서 앞으로 2년 동안에만 2,200여곳의 약국을 추가로 개설할 예정이어서 인력난 해소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와는 별도로 1만8,000여곳의 개별약국과 병원약국, 장기요양기관, 의료보험사 등에서 약사충원을 원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하인보켈 애널리스트는 지적했다.
약국체인업체인 CVS는 "내년 1월이면 4,200만명의 고령자들이 의료보장(Medicare) 적용대상에 편입될 예정"이라며 처방건수가 당장 1,500만건 가량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로 인한 약사인력 부족으로 개문시간을 단축하는 약국도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CVS측은 덧붙였다.
또 다른 약국체인업체인 라이트에이드社(RiteAid)는 "뉴욕같은 대도시 지역은 별 문제가 없겠지만, 이제 시골지역에서는 2~3시간 차를 달려야 약사를 만날 수 있게 될는지도 모를 만큼 상황이 심각하다"고 밝혔다.
실제로 약사 구인난이 심각한 곳은 캘리포니아州·플로리다州·노스 캐롤라이나州 등 발빠른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는 지역과 웨스트 버지니아州·미주리州·메인州 등 한적한 지역들인 곳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편 약사 구인난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인 듯, 지난해 약사를 독자로 하는 '드럭 토픽'誌가 6,400명의 약사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임금수준이 지난 2002년에 비해 10% 가까이 인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CVS는 올해 2,500명 정도의 약사를 충원할 예정이다. 입사가 확정된 약사들에게는 이미 5,000~10,000달러의 보너스를 지급했다.
한 헤드헌팅업체는 "새내기 약사들의 임금수준이 8만5,000~9만5,000달러 사이에서 형성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덕규
2005.08.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