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ACE 저해제 복용 기형아 출산 유의를"
임산부가 임신 후 첫 3개월 기간 중 안지오텐신 전환효소(ACE) 저해제 계열의 항고혈압제를 복용했을 경우 기형아를 출산할 확률이 3배 가까이 증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미국 테네시州 내슈빌 소재 밴더빌트大 의대의 윌리암 O. 쿠퍼 교수팀(소아과)은 8일자 '뉴 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 최신호에 발표한 역학조사 결과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임신기간 중 고혈압 증상이 발생하는 임산부들이 전체의 5~8%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음을 감안할 때 눈여겨 볼만한 내용인 셈.
쿠퍼 교수팀은 "다른 항고혈압제들의 경우 기형아 출산률 증가와 무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지금까지 ACE 저해제는 임신 2기 및 3기에 복용했을 경우 기형아 출생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ACE 저해제가 미치는 영향은 임신 후기에 태아의 신장 기능을 저해하는 형태로 나타나는 것으로 인식되었던 탓에 이제껏 임신 1기에는 복용하더라도 안전한 것으로 사료되어 왔던 것이 현실이다.
이 때문인 듯, 미국의 경우 ACE 저해제를 처방받은 가임기 여성들의 숫자가 지난 1995년 140만명에 달했던 것이 2002년에는 270만명으로 증가했다는 통계자료가 공개된 바 있다.
한편 쿠퍼 교수팀은 테네시州에서 지난 1985년부터 2000년 사이에 출생했던 2만9,507명의 유아들에 대한 의료기록을 면밀히 관찰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이 때 당뇨병을 앓는 산모가 출산한 유아들은 조사대상에서 제외시켰다.
이를 통해 임신 1기에 산모가 ACE 저해제를 복용했던 유아들이 209명, 다른 항고혈압제를 복용한 유아들은 202명으로 파악됐다. 나머지 2만9,096명의 유아들은 산모가 임신기간 중 아무런 항고혈압제를 복용하지 않았던 부류였다.
연구팀은 또 염색체 이상이나 각종 유전성 증후군으로 인한 경우를 제외한 기형아 출생사례들을 체크했다. 그 결과 심혈관계, 근골격계, 위장관계, 비뇨생식기계, 중추신경계 등에 기형을 진단받았던 유아들이 전체의 2.9%에 달하는 856명으로 집계됐다. 또 이들 중 203명은 한가지 이상의 기형이 동시에 발생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룹별로는 ACE 저해제에 노출되었던 그룹에서 18명, 다른 항고혈압제 노출群에서 4명, 기타 대조群에서 834명 등으로 분류됐다. 눈길이 쏠리게 하는 것은 인구통계적 제반요인들과 출생년도, 생활수준, 만성질환 유무 등의 요소들을 감안했을 때 ACE 저해제 노출群의 기형아 출생률이 가장 높게 나타난 것으로 분석된 대목이었다.
ACE 저해제 노출群의 경우 기형의 유형은 심혈관계 9명, 중추신경계 3명, 신장 기형 3명 등으로 파악됐다.
특히 ACE 저해제를 복용했던 임산부들이 출산한 유아들의 경우 심혈관계 기형 또는 중추신경계 기형이 나타날 확률은 임산부가 아무런 항고혈압제를 복용하지 않았을 때에 비해 공히 4배 안팎까지 높은 수치를 보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연구결과에 대해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大의 J. M. 프리드먼 박사는 "ACE 저해제들이 임신 초기의 태아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좀 더 많은 후속연구가 뒤따라야 할 것"이라면서도 "이번 연구가 지금까지 미처 깨닫지 못했던 문제점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해 줬다"며 깊은 관심을 표시했다.
따라서 ACE 저해제를 처방받아 복용 중이었던 임산부들이나, 복용기간 중 임신사실을 알게 된 여성들은 곧바로 다른 항고혈압제로 스위치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프리드먼 박사는 피력했다. 아울러 임신 18주 전·후로 초음파 촬영이나 초음파 심장조영술 등을 통해 진단을 받아볼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덕규
2006.06.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