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美 대통령, 제약‧의료계 일갈 “버럭” 오바마
“과거 여러 해 동안 배회해 왔던 위험스런 길을 이대로 계속 따라 내려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제 개혁은 미뤄도 괜찮은 사치품이 아니라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는 필수적인 과제이며, 전체 의료 시스템을 포괄하는 총체적인 노력(broader effort)이 경주되어야만 비로소 개혁이 지속가능한 영향을 미칠 수 있게 될 것이다.”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11일 백악관에서 6개 제약‧의료 관련단체 대표자들과 가진 회동에서 내뱉은 쓴소리이다.
이날 회동은 오바마 대통령이 추진하고 있는 의료개혁이 16년 전 클린턴 행정부에서 시도했던 것과 달리 한층 절박한 상황 속에 강도 높게 진행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는 가운데 마련된 자리였다.
실제로 현재 미국의 한해 의료비 지출액은 2조2,000억 달러에 달해 전체 국내총생산(GDP)에서 점유하는 몫이 무려 16%대에 이르고 있는 형편이다. 게다가 이 수치는 올해 17.6%로 증가한 데 이어 오는 2018년에 이르면 20.3%로 더욱 치솟을 것이라는 예측이 따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 같은 절박함 때문인듯, 이번 회동에는 미국 제약협회(PhRMA)를 비롯해 미국 의료보험연합회(AHIP), 미국 의사회(AMA), 미국 병원협회(AHA), 고등의료기술협회(AMTA), 국제 서비스직노조(SEIU) 등 제약업계와 의료계를 대표하는 6개 단체의 최고위급 인사들이 자리를 함께 했다. PhRMA의 경우 빌리 타우진 회장과 릭 스미스 부회장, 리차드 T. 클라크 의장(머크&컴퍼니社 CEO) 등이 제약업계를 대표해 참석했다.
이날 자리를 함께 한 6개 단체 대표자들은 오바마 대통령이 제시한 의료개혁案과 의료보험 수혜대상 확대정책에 전폭적인 공감의 뜻을 표시하고, 추후 10년 동안 총 2조 달러 이상의 지출을 절감할 계획임을 서약하며 화답했다.
2조 달러라면 우리 돈으로는 줄잡아 2,500조원에 육박하는 천문학적인 금액이다. 이를 한가구당 금액으로 환산하면 한해 약 2,500달러 상당에 달하는 액수이다.
또 현재 미국의 의료보험 소외계층은 약 4,60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6개 단체 대표자들은 효율성 제고와 새로운 기술개발, 의료 분야의 협력 강화, 전폭적인 개혁 수용 등을 통해 오는 2019년까지 연간 의료비 지출 증가율을 1.5% 수준으로 억제할 것임을 자율적인 형식으로 결의했다. 1.5%라면 당초 예상되어 왔던 의료비 지출 증가율을 20% 이상 끌어내린 혹독한 수준의 것.
6개 단체 대표자들이 합의한 방안들은 앞으로 약가 인하와 입원 후 치료의 질 향상 및 재입원료 인하, 경쟁논리를 통한 환자 본인부담금 감액, 의료보장(Medicare) 및 의료보호(Medicaid) 부문의 재정누수 억제, 병원 서비스 개선 등의 구체적인 실행방안으로 현실에 접목되어 나갈 것으로 사료되고 있다.
이날 PhRMA의 빌리 타우진 회장은 “의료비 지출확대를 억제하기 위해 관련업계 전체의 뼈를 깎는 변화가 필요하다는 데 PhRMA는 전적으로 공감하고 있다”고 전제한 뒤 “의료보험 수혜대상의 확대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포괄적인 개혁案이 올해 안으로 최종확정될 수 있도록 하는데 측면지원과 함께 관련단체들과 협조를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아울러 의료 시스템의 개선을 위해서도 모든 노력을 강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예로 알쯔하이머 발병 또는 악화시기를 5년 지연시킬 경우 의료보장 및 의료보호 부문에서만 오는 2025년까지 1,260억 달러의 지출절감이 가능케 된다는 것이다. 알쯔하이머는 치료 및 예방법이 개발되어 나오지 못할 경우 오는 2050년에 이르면 미국에서만 환자수가 1,600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밖에도 타우진 회장은 “지난 1993년 당시 개발이 ‘현재진행형’인 항암제 신약후보물질들이 총 124개에 불과했지만, 현재는 861개에 달하고 있을 정도로 집중적인 노력이 기울여지고 있다”며 “지난해에만도 제약기업들이 총 652억 달러를 신약개발을 위한 R&D에 아낌없이 투자했을 정도”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덕규
2009.05.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