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계제로’ 화이자! 세월이 약이겠지요~
화이자社의 제프리 B. 킨들러 회장은 지난 5일 그 동안 글로벌 제약사업부를 총괄했던 이언 C. 리드 사장(57세)이 새로운 회장 겸 최고경영자로 임명되었다는 발표가 나옴에 따라 전격퇴진이 확정됐다.
돌이켜 보면 킨들러 회장 또한 지난 2006년 7월 행크 A. 맥키넬 前 회장이 산적한 문제들에 직면하자 당초 예정보다 2년 가까이 빠르게 최고경영자(CEO) 자리에서 전격적으로 물러나면서 바통을 승계한 장본인이었다.
맥키넬 회장은 재임기간 동안 40% 이상이나 빠져나간 주가의 침체와 이익성장률의 급감, 신약개발의 부진, 빅딜에 따른 비용절감 효과의 시효만료, 블록버스터 관절염 치료제 ‘쎄레브렉스’(셀레콕시브)의 안전성 이슈 돌출, 또 다른 관절염 치료제 ‘벡스트라’(발데콕시브)의 리콜 등에 직면해 결국 후임자에게 자리를 넘겨줘야 했다.
하지만 그 같은 현안들에 못지 않게 지난 1999년 회장직에 오른 뒤 2001년 1월에는 CEO까지 맡아 워너램버트社 및 파마시아社 인수, 블록버스터 드럭 ‘리피토’(아토르바스타틴)와 ‘쎄레브렉스’ 확보 등 눈부신 업적을 통해 화이자를 오늘날과 같은 글로벌 제약업계의 꼭짓점에 올려놓았던 맥키넬 회장의 그늘이 너무 짙고 방대했기 때문일까?
킨들러 회장이 취임 이래 의욕적으로 실행에 옮겼던 일련의 뼈를 깎는 비용절감 조치와 다각화 전략들은 당초 기대했던 가시적 성과의 도출로 귀결되지 못했다. 줄이은 핵심제품들의 특허만료에 따른 매출손실을 상쇄해 줄 후속신약의 개발 또한 원활하게 진척되지 못했다.
취임 후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던 지난 2006년 12월 ‘리피토’의 뒤를 이을 새로운 블록버스터 콜레스테롤 저하제로 한껏 기대를 모았던 토세트라핍(torcetrapib)의 개발 중단이 발표된 것은 킨들러 회장이 직면할 수많은 시련들의 서곡에 지나지 않았다.
사망률과 심혈관계 질환 발병률의 불균형을 사유로 자료안전성모니터링위원회(DSMB)가 권고한 개발중단 의견을 화이자측이 수용할 당시 킨들러 회장이 “놀랍고도 실망스런 결과”라며 깊은 유감의 뜻을 표시한 뒤 그리 오랜 시간이 흐르지도 않은 시점이었던 2007년 10월, 이번에는 흡입식 인슐린 제제인 ‘엑슈베라’가 마케팅 중단 결정으로 나래를 접었다.
2006년 1월 FDA의 허가를 취득하고, 같은 해 7월 미국시장에 데뷔한 후 불과 1년여만에 나온 안타까운 소식이었다. ‘엑슈베라’ 포기와 뒤이은 660여명의 재직자 감원은 의사와 환자들로부터 당초 기대했던 호응을 얻지 못함에 따라 이루어진 불가피한 결정이었다.
또 킨들러 회장이 대대적인 영업인력 투입을 통한 밀어넣기(pushing) 마케팅을 구사했던 탓인지 인력 구조조정은 ‘엑슈베라’ 포기 이후로도 빈번히 실행에 옮겨졌다.
킨들러 회장이 수장으로 최종간택되기까지 경쟁자들과 치열한 경합을 펼쳤던 것도 결과적으로 화이자에 악재로 작용했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실제로 킨들러 회장이 부회장 겸 법무담당 최고책임자로 재직할 당시 처방약 사업부문을 총괄했던 카렌 케이튼 부회장과 10년 동안 최고 재무책임자(CFO)를 도맡았던 회계通 데이비드 쉐드라즈 부회장은 CEO 경쟁에서 고배를 마신 후 회사를 떠났다. 케이튼 부회장의 경우 한때 화이자 역사상 최초의 여성 CEO 후보로 시선을 집중시키기도 했었다.
문제는 두 사람의 퇴진이 다른 고위급 경영자들의 줄이은 사표제출로 이어졌다는 사실이었다. 리더급 경영자들이 거의 3명당 2명 꼴로 화이자號에서 하선함에 따른 공백이 쉽사리 채워질 수 있기를 기대하기란 애초부터 어려운 일이었다.
이후 킨들러 회장은 악재를 오히려 회사의 경영구조를 슬림화하고, 좀 더 신속한 의사결정을 가능케 할 호재로 돌려놓기 위해 혁신성 제고와 제품력 다양화, 틈새품목 및 희귀의약품 육성 등 흔들림 없이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 나갔다.
지난해 1월 성사시킨 680억 달러 규모의 와이어스社 인수합의는 그 같은 노력의 결정판이었다. 이를 통해 동물약과 백신 등 새로운 영역에 손길을 뻗치기에 이르면서 킨들러 회장의 다각화 플랜에도 탄력이 붙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이 고개를 들었다.
2008년 8월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퀴브社와 블록버스터 항혈소판제 ‘플라빅스’(클로피도그렐)의 후속제품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아픽사반(apixaban)을 공동개발하기 위한 파트너 관계를 구축하거나, 2009년 11월 AIDS 치료제 부문의 합작사인 ViiV 헬스케어社를 글락소스미스클라인社와 손잡고 설립하는 등 이례적인 “따로 또 같이” 행보도 눈에 띈다.
하지만 화이자는 최근들어서도 관절통 치료제 타네주맙(tanezumab)과 알쯔하이머 치료제 바피뉴주맙(bapinuzumab) 및 ‘다임본’(Dimebon; 라트레피르딘), 그리고 항암제 ‘수텐’(수니티닙) 등이 임상시험에서 연이어 기대했던 성과를 도출하지 못했다.
이 중 항암제 ‘수텐’의 경우 화이자는 비단 신장암 뿐 아니라 전립선암, 비소세포 폐암, 간암, 유방암, 직장결장암 등에까지 적응증이 확대될 수 있기를 원했지만, 적어도 현재까지는 별무성과인 상태이다.
결국 이처럼 킨들러 회장을 가위눌리게 했던 산적한 문제점들은 그의 전격퇴진을 잉태하는 요인들로 작용했을 뿐 아니라 앞으로도 리드 신임회장의 어깨를 무겁게 내리누르는 짐으로 뒷심까지 발휘할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는 형편이다.
이제 내년이면 그 동안 회사 전체 실적 중 4분의 1를 차지했던 초유의 블록버스터 드럭 ‘리피토’가 특허만료시점에 도달하게 된다. 화이자로선 2010년이 결코 떠나보내고 싶지 않은 한해일 수 밖에 없는 이유이다.
글로벌 제약업계 메이저리그에서 부동의 최강자인 “레알” 화이자가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재도약을 실현하기 위해 리드 회장이 어떻게 견인차 역할을 수행해 나갈 것인지 관심깊게 지켜볼 일이다.
물론 상처를 치유하고, 희망봉을 찾아 난항을 순항으로 돌려놓기 위해서는 불가피하게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는 관측이다.
이덕규
2010.1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