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美 조제약국, 새 법 제정에 40% 이상 폐업 고심
미국에서 상‧하 양원이 ‘조제약국’(compounding pharmacy)에 대한 FDA의 감독권한을 대폭 강화하는 내용의 새로운 법을 25일 통과시킴에 따라 다수의 조제약국들이 폐업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톰 하킨 상원의원(민주당‧아이오와州)에 의해 ‘S. 959’ 법안이라는 코드네임으로 발의되고 신속한 논의를 거쳐 이번에 양원을 통과한 새 법의 명칭은 ‘의약품 품질‧안전성 보장 및 책무법’(The Pharmaceutical Quality, Security, and Accountability Act)이다.
이 법은 지난해 겨울 매사추세츠州 프래밍엄에 소재한 조제약국 ‘뉴 잉글랜드 컴파운딩 센터’(The New England Compound Center)에 의해 제조‧공급되었던 멸균주사제 타입 스테로이드제들의 세균오염으로 인해 다수의 뇌수막염 환자가 발생하고 이 중 50여명이 사망하는 사태가 빚어진 이후 발의되었던 것이다.
미국에서 조제약국은 개별 소매약국에서 조제가 어렵거나 조제에 특수한 장비를 필요로 하는 경우, 구하기 힘든 성분이 처방내역에 포함되어 있는 경우 등의 조제를 맡아 공급하는 곳이어서 일종의 도매 개념에 해당하는 업소이다.
따라서 새 법은 전통적인 방식으로 약국 내에서 이루어지는 조제행위가 아니라 규격화된 조제약(특히 멸균주사제 조제)을 대량으로 조제해 공급하는 아웃소싱 성격의 조제약국들이 주된 적용대상이 된다.
이와 관련, 텍사스州 휴스턴에 소재한 PCCA社는 법안 통과 하루 전이었던 24일 800여명의 조제약국 약사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PCCA는 총 3,800여곳의 조제약국들을 대상으로 조제원료 및 설비를 공급하면서 조제약국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훈련까지 병행하고 있는 업체이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10명당 4명 이상이 새 법이 제정되면 약국(pharmacy profession) 폐업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답변을 내놓았던 것으로 나타나 주목됐다.
아울러 41% 이상은 새 법이 적용될 경우 전통적인(traditional) 조제약국을 유지하기 위해 기존의 사업관행(business practices)을 변경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답했으며, 29%는 기존의 사업관행을 바꾸지 않겠다거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 같은 답변은 새 법이 대량으로 멸균제제들을 조제해 두거나, 처방 주문에 앞서 사전에 조제해 두거나, 조제약국이 소재한 州 이외의 지역으로 조제약을 공급하는 등의 업무를 진행하고 있는 조제약국들에 대해 ‘조제 제조업소’(compounding manufacturers) 등록을 의무화한 조항이 포함된 것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PCCA는 새 법이 조제약의 안전성을 개선하기 위해 발의되었던 것임에도 불구, 상당수의 소규모 동네약국들에 선택을 강요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제약국에서 조제약을 공급받지 못하게 됨에 따라) 오히려 조제약의 안전성이 떨어지는 상황을 감수하거나, 중요한 조제약에 대한 환자들의 접근성이 줄어들거나, 동네약국이 새 법으로 인한 부담과 비용, 약국 종업원 감축 등을 떠앉아야 하게 되리라는 것이다.
PCCA社의 짐 스미스 회장은 “새 법의 지지자들이 동네약국에는 별다른 영향이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하지만, 이번 조사 응답자들의 41%만이 새 법의 ‘조제 제조업소’ 기준에 100% 부합되는 조제약국에 종사하는 이들이었다”고 반박했다.
결국 새 법이 적용되면 상당수 약사들이 약국경영을 포기하거나, 조제약국을 통해 공급받던 조제약을 대폭 줄여야 하는 고통스런 변화를 수용해야 하는 양자택일을 강요받을 수 밖에 없으리라는 것이다.
그는 또 이번 조사결과를 실제에 적용해 보면 7,500여곳에 달하는 미국 내 전체 조제약국들 가운데 3,075곳 정도가 폐업하거나 뼈를 깎는 변화를 감수하는 등 양자택일을 할 수 밖에 없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게다가 설령 뼈를 깎는 변화를 감수하더라도 조제약의 안전성 향상효과는 전혀 기대할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실제로 이번 조사결과를 보면 51%의 응답자들이 ‘조제 제조업소’로 등록하느니 차라리 멸균조제를 중단하겠다는 의향을 밝힌 것으로 나타나 스미스 회장의 언급을 뒷받침했다.
마찬가지 맥락에서 68%는 조제약국이 소재한 州內 환자들을 위한 조제조차 “어느 정도” 또는 “완전히” 중단을 고려하겠다고 밝혔으며, 66%는 다른 州로 공급될 멸균제 사전조제(anticipatory compounding)를 중단하겠다고 답했다. 51%는 약사 자격을 유지하기 위해 차라리 멸균조제를 포기하겠다는 반응을 내보였다.
‘조제 제조업소’로 등록할 경우 85%는 약가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답했고, 73%는 조제가 가능한 의약품 수를 줄일 것이라고 밝혔다. 66%는 1명 이상 약국 종업원을 감축하겠다고 했고, 57%는 임금을 삭감할 수 밖에 없다고 피력했다. 51%는 임금삭감보다 비용절감을 택하겠다고 했으며, 40%는 결국 폐업하게 될 것이라 내다봤다.
이덕규
2013.09.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