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英, 과잉공급 약사‧인력난 개원의 ‘의약협업’
영국 왕립개원의사회(RCGP)와 왕립약사회(RPS)가 지난 17일 런던에서 수뇌회담을 갖고 획기적인(radical) 제안을 내놓아 이목을 집중시킬 전망이다.
즉, 개원의 진료현장에서 약사가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 같은 제안은 현재 영국의 개원가(開院街)가 직면해 있는 심각한 개원의 부족현상과 이로 인한 환자 대기기간의 연장, 환자진료의 질 저하 등 산적한 문제점들을 해소하기 위한 취지에서 제시된 것이다.
이와 관련, 올해 영국의 개원의 진료진은 총 3억7,000만건에 달하는 환자진료에 임해야 할 것이라는 추정이 따르고 있는 형편이다. 5년 전과 비교하면 7,000만건 이상 늘어날 것이라 예상되고 있다는 의미.
그럼에도 불구, 이처럼 개원의를 찾는 수요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서도 정작 영국의 개원의 수는 상대적으로 정체를 면치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정년이 임박한 개원의들이 적지않고, 기존인력을 대체할 의과대학 재학생 수도 충분치 못해 늘어나는 의료수요를 감당하고 환자 대기기간을 줄이는 데는 아무래도 역부족이라는 관측이다.
반면 5년 동안의 임상수련을 거친 약사의 경우 과잉공급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5년의 임상수련 기간은 의사와 비교했을 때 1년이 모자라지만, 간호사에 비하면 1년이 많은 기간이다.
왕립개원의사회와 왕립약사회에 따르면 영국에서 이미 상당수의 개원의 진료소는 약사들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따라서 이번 제안은 약사가 진료팀(general practice team)의 일원으로 전문간호사(practice nurses)와 마찬가지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자는 의미에서 나온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예를 들면 진료현장에서 매일 직면하게 되는 약물투여 이슈를 해소하는 데 약사가 개원의들에게 상당한 도움을 줄 수 있으리라는 것. 약물과 관련한 이슈는 만성질환을 앓고 있거나 다양한 약물들을 동시에 복용 중인 환자들의 경우 한층 중요한 문제라는 지적이다.
양측은 약사가 병원이나 지역 내 개국약사, 가정 내 요양 보호자 등과 긴밀한 연락을 취하면서 환자치료에 갭이 발생하지 않도록 뒷받침할 수 있을 것이라는 데 입을 모았다.
양측이 머리를 맞댈만도 한 것이 왕립개원의사회가 최근 공개한 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올 한해 동안에만 환자가 개원의 또는 전문간호사의 진료를 받기 위해 일주일 이상 대기해야 하는 건수가 총 6,700만건에 달할 것이라는 추정치가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왕립개원의사회는 국가의료제도(NHS) 예산에서 개원의 부문에 배정되는 몫을 현재의 8%에서 오는 2017년까지 11%로 늘려줄 것을 요망해 왔다. 이와 함께 차기의회 임기가 종료될 때까지 8,000명 이상의 개원의가 추가로 공급되어야 할 것이라는 점을 건의해 왔다.
왕립개원의사회의 모린 베이커 회장은 “환자들의 개원의 대기기간 연장 문제가 비단 개원가 내부의 이슈가 아니라 국가적인 논란거리로 부각된 것이 현실이지만, 환자 대기기간과 개원의 공급 모두 짧은 시일 내에 상황을 바꿀 수 없는 문제점들이라는 데 심각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다행스러운 것은 우리에게 고도로 훈련되어 해결책을 제시해 줄 수 있는 “보이지 않는 지원군”(hidden army), 즉 약사가 있다는 사실이라고 베이커 회장은 강조했다.
베이커 회장은 자신의 언급이 진료소 내부에 약국을 두자는 의미가 아니라 약사의 임상적 역량을 십분 활용해 환자들에게 도움을 주고 이미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난 개원의들의 진료부담을 덜어주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특히 천식이나 당뇨병을 앓고 있고 복잡한 약물요법을 필요로 하는 만성질환자들의 경우 약사가 잘못된 약물정보를 바로잡아 주는 것만으로도 커다란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진료팀 또한 약사의 도움을 통해 버려지는 의약품을 최소화하고, 약물관리의 향상이나 비비용지출의 최적화 등 여러 모로 부담을 덜 수 있게 될 것이고, 국가의료제도(NHS)의 재정압박 문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베이커 회장은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약사가 진료팀의 일원으로 참여해 개원가에서 환자치료의 질을 높이는 데 힘을 보탤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왕립약사회 약국위원회의 데이비드 브랜퍼드 위원장은 “약사가 환자들과 직접적으로 상담하고 진료에 도움을 줄 수 있을 뿐 아니라 개원의들의 부담을 덜어 그들이 자신을 가장 필요로 하는 부분에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뒷받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약사는 또한 다양한 직역으로 구성된 진료팀에 약물이나 처방약과 관련한 상담을 제공하고, 약화사고를 줄이는 데도 역할을 수행하는 등 윈-윈 효과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덕규
2015.0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