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이러려고 우울증 진단했나..약물치료 불허한다
이러려고 우울증 진단받았나?
세계 각국의 우울증 환자들 가운데 대다수가 최소한으로 충분한 수준의(minimally adequate) 치료조차 받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는 요지의 조사결과가 공개됐다.
21개국에서 총 5만1,547명의 주요 우울장애 환자들을 대상으로 치료율을 조사한 결과 이 같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영국 런던 킹스칼리지 정신의학연구소의 그레이엄 토니크로프트 교수 연구팀은 미국 하버드대학 및 세계보건기구(WHO) 연구팀과 공동으로 조사작업을 진행한 후 영국 왕립정신의학회(RCP)가 발간하는 학술저널 ‘영국 정신의학誌’ 12월호에 게재한 보고서에서 이 같이 밝혔다.
이 보고서의 제목은 ‘21개국 주요 우울장애 환자들에게서 나타난 불충분한 치료(Undertreatment)’이다.
보고서에서 연구팀은 “조사를 진행하는 동안 배제된 인원을 제외하고 21개 전체 조사대상 국가의 주요 우울장애 환자 총 4,331명을 대상으로 치료율을 분석한 결과 커다란 편차를 드러냈다”고 설명했다.
즉, 고소득 국가들의 경우 주요 우울장애 환자 5명당 1명 꼴로 충분한 수준의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집계된 가운데 최빈국 환자들의 경우에는 27명 중 1명만이 충분한 수준의 우울증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조사결과는 현재 전 세계 우울증 환자 수가 약 3억5,000만명에 달할 것이라 추정되고 있는 데다 우울증이 장애를 유발하는 주요한 원인으로 손꼽히고 있는 형편임을 상기할 때 주목해야 할 내용이라고 연구팀은 지적했다.
뒤이어 연구팀은 우울증이 1차 의료 단계에서 확실한 진단 뿐 아니라 약물치료 또는 심리치료를 통해 치료가 이루어질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고 있음에도 불구, 과학적으로 효능이 입증된 효과적인 약물들이 아직까지 환자들에게 충분히 공급되지 못하고 있음을 이번 조사결과가 방증한다고 풀이했다.
이번 조사는 ‘WHO 세계 정신건강 조사’에 포함되어 있는 21개국 23개 지역사회 관련자료를 면밀히 분석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던 것이다.
21개국 가운데 10개 중간소득 또는 저소득 국가들은 브라질, 불가리아, 콜롬비아, 이라크, 레바논, 멕시코, 나이지리아, 중국, 페루 및 루마니아 등이었다. 아울러 11개 고소득 국가들 가운데는 아르헨티나, 벨기에, 프랑스, 독일, 이스라엘, 이탈리아, 일본, 네덜란드, 포르투칼, 스페인 및 미국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또한 보고서에서 “최소한으로 충분한 수준의” 치료는 최소한 1개월 동안 약물치료를 받으면서 4회 이상 내원하는 내용으로 구성된 “약물치료” 또는 최소한 8회에 걸쳐 종교인, 정신상담사(spiritual advisor), 사회복지사 또는 카운슬러에게 방문해 상담을 받는 내용의 “심리치료”를 받았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규정됐다.
연구를 총괄한 토니크로프트 교수는 “한사람의 우울증 환자들도 치료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뒷받침하기 위한 국가적‧국제적 차원의 기구 설립이 필요해 보인다”며 “이번 조사결과를 보면 현재 우울증 환자들에게 제공되고 있는 치료가 대부분 증거 기반 치료기준 또는 효과적인 치료기준과 동떨어져 있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한가지 눈에 띄는 내용은 전체 우울증 환자들 가운데 절반 가량이 자신에게 치료를 필요로 하는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이 수치가 최빈국가들에서 오히려 3분의 1 정도로 낮게 나타난 부분이라고 토니크로프트 교수는 지적했다.
이 같은 사실은 우울증 환자 및 환자가족들에게 치료가 필요한 증상이 있고, 적절한 치료 및 관리법을 찾도록 지원해야 할 것임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피력했다.
따라서 자살시도로 인한 장애와 사망사례를 감소시키고 도덕과 인권을 향상시키면서 환자들이 사회의 생산적인 구성원이 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라도 우울증 환자들에게 필요한 치료가 예외없이 제공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토니크로프트 교수는 결론지었다.
이덕규
2016.1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