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환자-의ㆍ약사, 약값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50세 이상의 미국 성인들 가운데 다수가 각종 질병을 치료하거나 예방하기 위해 2종 이상의 처방용 의약품을 복용하고 있는 가운데 이들 중 상당수는 가용금액을 넘어서는 약값부담을 토로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들은 대부분 약가가 저렴한 다른 약물을 얻기 위해 의사 또는 약사에게 도움을 받지 않고 있을 뿐 아니라 아예 도움을 요청하지도 않은 채 그냥 부담을 감수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안타까움이 앞서게 했다.
미시간대학 산하 건강관리정책‧혁신연구소(IHPI)의 프리티 맬라니 교수(내과의학) 연구팀은 미국 최대의 고령자 이익대변단체인 은퇴자협회(AARP)와 미시간대학 메디컬센터의 후원으로 진행한 후 지난달 30일 공개한 ‘건강한 노화 설문조사’ 결과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설문조사는 거의 같은 수의 50~64세 및 65~80세 사이의 성인 표본집단 총 2,131명을 대상으로 온라인상에서 이루어졌다.
맬라니 교수는 “과중한 약가로 인해 다수의 환자들이 건강을 유지하거나 질병을 예방하는 데 필요한 약물들을 복용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익히 알려져 있음에도 불구, 이번에 진행한 조사결과를 보면 고령층 성인들 가운데 다수가 약가 및 약가가 저렴한 다른 약물들에 대해 의사 또는 약사와 대화하지 않고 있음이 여실히 드러났다”고 말했다.
이 같은 사실은 바꿔 말하면 환자와 의사 뿐 아니라 의료계와 의료보험회사 및 정치인들에게 커다란 기회가 잠재되어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맬라니 교수는 해석했다.
은퇴자협회의 앨리슨 브라이언트 조사담당 부회장은 “중년층과 고령층의 약제비 본인부담금 수준은 의료보험 적용범위나 제약사가 정한 약가에 따라 천차만별로 달라질 수 있다”며 “약가급등으로 인해 환자들의 본인부담금 뿐 아니라 전체적인 약값부담이 갈수록 가중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설문조사는 50~80세 사이의 성인들을 대상으로 처방약과 관련한 갖가지 이슈들이 의료보장(Medicare) 적용 이전과 적용 이후에 미치고 있는 영향들을 파악하는 데 주안점이 두어진 가운데 진행됐다.
조사결과를 보면 응답자들의 27%가 처방약 약제비가 금전적으로 크게 부담을 주고 있다는 데 한목소리를 낸 것으로 나타나 주목됐다.
응답자들 가운데 6명당 1명은 6종 이상의 처방약을 복용하고 있는 데다 1명 이상의 의사를 만나고 있어 복약관리에 고도의 복잡성이 눈에 띄었는데, 이들은 약가에 더욱 큰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이처럼 약값부담을 토로한 응답자들 가운데 49%는 그 같은 부담에 대해 의사와 상담을 나눈 적이 없다고 답해 귀를 의심케 했다.
반면 약값부담에 대해 의사와 상담한 적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들 중 67%는 약가가 한결 저렴한 다른 약물을 권고받았다고 답해 대화의 필요성을 새삼 절감케 했다. 마찬가지로 약사에게 약값부담을 토로한 적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들의 경우에도 37%가 저렴한 다른 약물을 복용토록 권고받았다고 답변했음이 눈에 띄었다.
맬라니 교수는 “이번 조사결과만 보더라도 환자들은 의료기관이든 약국이든 방문했을 때면 대화에 힘쓰고, 처방약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의견을 적극 나눠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찬가지 이치로 의사와 약사들에게도 약값에 대해 환자들과 자주 대화하도록 힘써 줄 것을 주문했다. 의사와 보조인력(clinic staff) 및 약사는 제약사들이 공급하는 여러 제품들 가운데 환자들의 본인부담금을 낮추거나 총액을 절감할 수 있는 대안격 제품들을 인지하고 있고, 따라서 환자들에게 도움을 줄 수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단적인 예로 적절하다고 판단되면 제네릭 제품들을 권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맬라니 교수는 덧붙였다.
그럼에도 불구, 의사들은 환자가 내원했을 때 보험적용 수준에 따라 환자별로 치러야 할 약값부담 관련정보에 관심을 나타내지 않는 것이 통례라고 맬리나 교수는 지적했다. 환자측이 알아서 하도록 방치하고 있다는 것.
약값부담은 또 환자들의 복약준수도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음이 이번 조사를 통해 재확인됐다. 의사의 지도를 받지 않은 채 복용량을 임의로 줄이거나, 리필처방을 받지 않거나, 복용횟수를 마음대로 건너뛰는 등의 문제점들이 눈에 띄었다는 의미이다.
맬라니 교수는 “물론 환자들의 약값부담을 낮추기 위해 정책적인 변화가 필요하겠지만, 당장은 환자들이 의사 및 약사들에게 적극적으로 도움을 구하는 일이 먼저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조사결과에 따르면 50~64세 연령대의 경우 전체의 절반 이상이 2종 이상의 처방약을 복용 중인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14%는 6종 이상을 복용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65~80세 연령대에서는 20%가 6종 이상의 처방약을 복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최소한 한가지 이상의 처방약을 복용 중인 이들은 90%에 육박했다. 이 연령대에서 지난해 4명 이상의 의사들을 만나고자 내원했다고 답한 이들은 4명당 1명 꼴이었다.
다시 말해 약값을 놓고 의‧약사와 적극 대화해야 할 필요성을 방증하는 통계수치들인 셈이다.
이덕규
2017.07.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