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WHO, 개도국 유통 의약품 10%가 기준미달·위조
전 세계 중·저소득 국가에서 유통되고 있는 의약품을 비롯한 의료제품(medical products) 10개 가운데 하나는 기준미달(substandard)이거나 위조된(falsified) 제품으로 사료된다는 추정치가 공개됐다.
바꿔 말하면 한 예로 설령 의약품을 복용하더라도 질병을 치료하거나 예방할 수 없을 것이라는 의미이다.
또한 이로 인해 개인 및 의료계에 무의미한 금전적 소모를 가져올 뿐 아니라 기준미달 또는 위조 의료제품의 사용으로 중증질환들이 유발되거나, 심지어 사망으로 귀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여기서 언급된 “의료제품”이란 의약품, 백신 및 의료기기 등을 총칭하는 표현으로 사용된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8일 공개한 새로운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WHO의 테드로스 애드해놈 게브레예수스 사무총장은 “어머니가 자식을 치료하기 위해 식품 또는 기타 기본적인 욕구를 포기하고서 자신도 모르게 기준미달이거나 위조된 치료제를 구입해 복용시킨 결과로 자녀가 사망에 이른 경우를 상상해 보아야 할 것”을 언급했다.
WHO의 게브레예수스 사무총장은 “이 같은 상황은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일 것이므로 지구촌 전체적인 차원에서 실질적인 행동에 나서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3년 이래 WHO는 기준미달 제품 또는 위조된 제품들과 관련해 1,500여건의 신고가 접수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가장 빈도높게 신고가 접수된 의료제품들은 말라리아 치료제와 항생제인 것으로 파악됐다.
전체 신고사례들 가운데 42%는 WHO 아프리카 지역 사무소에, 21%가 WHO 미주지역 사무소에, 21%는 WHO 유럽지역 사무소에 접수되었던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이 같이 접수된 신고사례들은 문제점 전체로 볼 때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수 있는 데다 실제로 문제가 발생한 대다수의 사례들은 신고가 이루어지지 못했을 가능성에 보고서는 무게를 실었다.
예를 들면 기준미달 제품 또는 위조된 제품과 관련해 WHO에 접수된 전체 신고건수 가운데 WHO 서태평양 지역 사무소로부터 올라온 것은 8%에 불과했던 데다 WHO 동지중해 지역 사무소에서 6%, WHO 동남아시아 지역 사무소에서는 불과 2%만이 접수되었을 정도라는 것이다.
WHO의 마리앙헬라 시마우 의약품·백신·제약 접근성 담당 사무총장보는 “항생제를 비롯한 각종 의료제품들이 대부분 생존과 행복을 위해 필수적인 존재이지만, 기준미달 또는 위조 의약품들의 경우 개별환자들과 환자가족들에게 비극적인 영향을 미치는 데 그치지 않고 항생제 내서으로 인한 위협을 심화시키거나, 아예 의약품이 질병을 치료하는 효과가 소실될 수도 있을 것”이라며 심각한 우려를 표시했다.
더욱이 지난 2013년 이전에는 이 같은 문제점들에 대한 지구촌 차원의 신고 시스템마저 부재했다는 것이 보고서의 설명이다.
보고서는 다행히 WHO가 ‘기준미달 및 위조 제품들에 대한 글로벌 감시·모니터링 제도’를 확립한 이후로 다수의 국가들이 의심스러워 보이는 의약품, 백신 및 의료기기들을 신고하는 데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상기시켰다.
지금까지 WHO는 141개국 출신의 규제 담당자 550명을 대상으로 훈련을 진행하는 등 이 문제에 대한 대응책을 강구해 왔다. WHO는 더 많은 사람들이 훈련을 받을 경우 더 많은 신고건수가 접수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현재 WHO는 항암제에서부터 피임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기준미달 또는 위조 의료제품들에 대한 신고를 접수받고 있다. 신고된 사례들을 보면 고부가가치 의약품 뿐 아니라 높은 인지도를 보유한 브랜드-네임 제품 등이 망라된 가운데 제네릭과 특허의 적용을 받는 제품들이 거의 5대 5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한편 WHO는 이날 ‘글로벌 감시·모니터링 제도’와 관련한 보고서를 처음으로 공개하면서 중·저소득 국가들로부터 의료제품 사용에 따른 치료 실패율이 10.5%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 같은 조사내용은 전 세계 88개 중·저소득 국가에서 유통되고 있는 4만8,000여 제품 샘플을 대상으로 품질을 조사한 후 발표된 100건 이상의 문헌자료에서 도출된 결과를 근거로 도출된 것이다.
하지만 이날 WHO는 정확한 자료가 부족했다는 점을 털어놓으면서 보다 정확한 추정치를 제시할 수 있기 위해 추후 보다 많은 후속연구가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기준미달 및 위조 의약품이 전체의 10% 정도를 점유할 것이라는 추측치는 영국 에든버러대학과 런던위생·열대의학대학에 의해 개발된 모델링 실행자료를 근거로 도출됐다.
에딘버러대학 연구팀은 매년 7만2,000~16만9,000명의 아동들이 기준미달 및 위조 항생제 사용으로 인해 감염된 폐렴을 원인으로 사망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런던위생·열대의학대학이 개발된 두 번째 모델링 실행자료를 아프리카 사하라사막 이남지역에서만 기준미달 및 위조 말라리아 치료제들로 인해 매년 11만6,000여명(6만4,000~15만8,000명)이 말라리아로 인해 사망하고 있을 것이라 추측했다. 이로 인해 3,850만 달러(2,140만~5,240만 달러)의 추가 의료비용을 환자 및 의료전문인들이 부담해야 할 것으로 분석했다.
보고서는 세계화(Globalization)가 각종 의료제품에 대한 감독을 어렵게 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도 짚고 넘어갔다.
시마우 사무총장보는 “기준미달 및 위조 의료제품이 지구촌 전체 차원의 문제라는 것이 핵심”이라며 “각국은 자국 내에서 나타나고 있는 문제의 범위를 평가한 후 개별권역 및 지구촌 전체 차원에서 협력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기준미달 및 위조 의료제품들이 유통되지 못하도록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적발기술의 개선 등을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이덕규
2017.1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