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서점가에 쌓이는 책이 있다. 새해 경제나 문화를 전망하는 트렌드 분석서도 그 중 한 종류다. 이러한 책은 베스트셀러 순위의 상위권을 차지하기도 한다. 승리를 쟁취하고 싶은 우리의 ‘욕망’이 반영된 결과다. 하지만 큰 흐름을 짚어주는 트렌드 분석서 한 권으로 자신이 몸담은 분야에서 그 흐름을 적용시킨다는게 쉽지만은 않다. 그런면에서 커다란 물결을 타고 화장품산업과 뷰티서비스 산업의 배를 띄울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다.
지난 7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제1회 화장품전문가협회 창립 컨퍼런스’에서 전미영 서울대 소비자학과 연구 교수(소비트렌드분석센터 수석연구원)는 ‘2013년 대한민국 소비 트렌드’를 조목조목 짚었다.
전 교수는 “트렌드는 3~5년 정도 이어진다”면서 불확실성의 2013년을 잡아낼 승리의 필살기로 ‘코브라 트위스트(COBRA TWIST)’를 꼽았다. ‘코브라 트위스트’는 김난도 서울대 교수가 펴낸 <트렌드 코리아 2013>에서 나온 올해의 키워드다. 이 책의 총괄 책임자가 전 교수다.
‘코브라 트위스트(COBRA TWIST)’는 날 선 사람들의 도시(City of hysterie), 난센스의 시대(OTL…Nonsense!), 스칸디맘이 몰려온다(Bravo Scandimom), 소유냐 향유냐(Redefined ownership), 나홀로 라운징(Alone with lounging), 미각의 제국(Taste your life out), 시즌의 상실(Whenever U want), 디톡스가 필요한 시간(It's detox time), 소진사회(Surviving burn-out society), 적절한 불편(Trouble is welcomed)의 머리말을 따서 만든 말이다.
이날 전 교수는 “자신이 가장 소중하다고 여기는 ‘스칸디맘’이 몰려온다”고 내다봤다.
가령, 대치동 학원가에는 학원에 이어 마사지숍과 피부과가 많다고 꼽았다. 자녀를 학원에 보내고 무료하게 기다리는 엄마가 아니라 자신을 위해 투자하는 ‘스칸디맘’이 많기 때문이다. 이들은 심플, 단순, 경쾌, 친환경적인 북유럽 스타일의 디자인을 선호한다.
전 교수는 “북유럽 스타일은 세계적 흐름으로 2013년 한국은 북유럽 스타일의 해가 될 것”이라고 보았다.
이같은 흐름은 얼마전 소망화장품이 런칭한 ‘생활에 가치를 더해주는 뷰티 &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인 ‘오늘(ONL)’에서도 나타났다. 브랜드 명인 ‘오늘(ONL)’에는 일상의 가장 소중한 시간인 오늘(Today)을 아름답게 가꿔주는 공간이란 의미가 담겨있다. 특히 ‘오늘(ONL)’의 매장 인테리어와 무드는 북유럽의 일상이 녹아있는 빈티지 풍으로 북유럽의 스칸디나비안 라이프스타일을 구현했다.
이와함께 ‘오늘(ONL)’은 퍼퓸과 빈티지풍의 소품 등으로 매장을 구성할 예정이다.
이는 라운징과 연결된다. 전 교수는 혼자만의 라운징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을 요구하는 흐름이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른 바 ‘나홀로 라운징’이다. SNS 시대에 개인은 항시적으로 온라인과 연결되어 있는데 오프라인에서까지 만남을 갖는데 의문을 갖는 사람이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결국 나만의 시간을 갖고 싶은 욕망이 마음에 잡는다. 이러한 자신만의 시간에 고급스럽고 멋지게 놀고 싶지만 경제적인 여건 때문에 사람들은 차선책을 찾는다. 그 중 하나가 자신만의 공간인 ‘욕조’에 몸을 담그면서 자신을 대접하는 느낌을 받고 싶어한다. 그 순간을 위해 방향제, 향초 등과 같은 제품에 소비자의 관심이 높아질 것이라고 전 교수는 설명했다.
여기에다 개인은 자신의 시간을 무료하게 보내기보다 취미에 몰입하면서 예쁜 제품에 관심을 갖는다. 화장품도 예쁜 미니어쳐 형태의 한정판 제품으로 소비자의 수집 욕구를 자극하고 있다.
또 한가지 주목할 점은 1인 가족의 증가다. 통계청은 1인 가구 비율이 2035년이면 34.3%에 달할 것으로 본다. 이들의 경제적 가치는 아직 발견되지 않은 신대륙과 같다.
디톡스(detoxification·해독, 제독)도 관심사다. 이는 ‘힐링’ 열풍의 연장이다. 디톡스는 몸에 쌓인 나쁜 성분인 독소를 어떻게 제거할 것인지와 독소를 비운 몸에 좋은 성분을 어떻게 채워넣을 것에 대한 관심사다.
이를테면 최근 일본 방사능 누출 사고 이후 일본에서 생산한 화장품은 몸에 안좋을 것 같아서 제품을 기피하거나, 제조연월일을 확인하고 방사능 누출 사고 이전에 생산한 화장품을 구입하는 소비자가 있다는 것이다.
전 교수는 “뷰톡스와 관련된 상품이나 서비스는 올해도 많이 등장할 것”이라고 보았다. 뷰톡스는 아름다움을 위한 디톡스를 가리키는 말로 ‘뷰티와 디톡스’를 합친 말이다.
‘사용권 이전 비즈니스 모델’ 대비
이어 전 교수는 “2013년 한국 소비자는 물질재의 다음 단계인 경험재의 가치를 느끼기 시작할 것”이라면서 “그 최초의 신호가 음식이고, 이어 공연, 고급 레스토랑, 마사지 등 다른 사람에게 티가 나지 않지만 스스로 즐기는 경험재 경향이 커질 것”이라고 보았다.
소유와 향유도 새로운 흐름이다. 전 교수는 “해외에서는 자원을 나누는 공유경제를 착한 소비로 보고 있지만, 이는 소비자가 착해져서가 아니라 더 많은 것을 더 사용하고, 만져 보고, 사고 싶어하는 욕망”이라고 진단했다. 즉, 새로운 것을 경험하려면 집에 쌓여 있는 물건을 버리거나 비워야 한다는 의미다.
따라서 전 교수는 “신상품을 계속 이용하고 싶은 업데이트에 대한 욕망으로 사람들이 렌탈서비스를 이용할 것”이라면서 “기업은 소비자가 새로운 제품 사는데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집에 쌓여 있는 제품을 지원하는 새로운 아이디어와 비즈니스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쓰지 않는 화장품이나 빈병을 교환해주는 것도 그 방법인 것.
특히 전 교수는 “소유권 이전 비즈니스 모델이 아니라 사용권 이전 비즈니스 모델을 대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가령, 개인용 제품인 화장품은 한 번 구매하면 다 쓸때까지 개인이 소유하는 제품이지만, 교환해주거나 제품을 사용하는 기계 등을 지원을 해주는 렌탈 서비스 등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런 측면에서 '리커머스(recommerce)제도'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사용하던 제품을 반납하면 새로운 제품을 살 때 할인 혜택을 주는 보상판매나 상품을 바꿔주는 교환판매다.
전 교수는 “앞으로는 우리가 생각하지 못했던 다양한 제품군도 렌탈이 될 것”이라고 보았다.
‘시즌의 상실’도 눈길을 끈다. 기존의 타임 마케팅을 수정해야 하는 시기가 왔다는게 전 교수의 진단이다. 겨울에도 여름 상품이 팔리는 시대인데다, 날씨 변화가 커 지난해 경향으로 올해 제품을 출시하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제는 소비자가 항시적으로 제품을 느낄수 있도록 업계가 준비해야 한다는 의미다. 소비자들이 언제 어디서나 자신이 원하는 제품을 쉽게 살 수 있게 만드는 숍이 필요하다고 전 교수는 덧붙었다. 그 한 가지 방법이 서브스크립션 모델로 수요를 항시화시키는 중요한 전략이라고 그는 보았다. 이와함께 전 교수는 “하루중 언제라도 바르고, 유지할 수 있는 화장품을 고민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소진 사회’는 화장품 업계에서는 ‘기회 요인’이다. ‘불타는 금요일’이라는 말이 유행하고, 카페인 함량이 높은 에너지 드링크를 마시며 밤을 세워 놀거나 공부해야 만족하는 소진사회에서 화장품 업계는 ‘불태워진’ 피부를 진정시키고, 밤을 세워도 피부를 상하지 않게 하는 제품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는 것.
“모든 산업은 패션 산업을 따라한다”
한국 사회는 난센스도 통하고 있다. 그동안 한국 사회는 난센스 보다 멋진것을 중시했지만, 이제는 개그 코드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 흐름이다.
전 교수는 “모든 산업은 패션 산업을 따라 하거나 닮았다고 하는데, 패션산업을 크게 보면 화장품도 분명히 패션 산업에 속한다”면서 “전자, 자동차, 건설, 식품 등 다양한 업계를 리딩하는 산업이 패션산업과 화장품산업인데, 패션업계는 해학적인 넌센스 코드를 잘 적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시대에는 상식 파괴 마케팅이나 역발상 마케팅이 중요하다. 가령 강력한 보습력을 가졌다는 악마 크림이나 악마의 향기를 지닌 크림 등이다.
하지만 '날 선 사람들의 도시'에 소비자는 온라인에서 자신의 안위를 걱정한다. 이 때문에 기업이나 점포가 소비자를 기억해 주기를 꺼린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고 전 교수는 덧붙였다.
이어 전 교수는 “그동안 소비자는 제품을 고르는 순간에 구매 여부를 결정했지만, 이제는 검색으로 모든 의사 결정을 끝내기 때문에 검색하는 그 순간을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전 교수는 ‘적절한 불편’의 흐름을 주목했다. 고객은 적절한 불편에 열광할 것이라는 진단이다. 그동안 기업이 고객에게 최선을 다하면서 고객은 감동을 못느끼면서, 충성도가 떨어지는 단계라는 설명이다. 즉, 이제는 기업이 고객과 밀당을 해야한다는 얘기다. 가령, 고객을 줄을 서서 기다리게 해놓고 음식을 먹게 하거나, 단 한 사람만 음악을 들을 수 있게 하거나, 주인이 열고 싶을때만 가게문을 여는 방식이다. 실제 최근 제주도에는 손님을 기다리게 하는 라면집도 생겼다. 화장품이라면 한정판을 꼽을 수 있다.
전 교수는 “고객은 한정성, 제한성에 반응하겠지만, 나쁜 남자를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품질이 좋고, 고객과 밀당을 할 수 있는 적절한 지점을 찾는 것이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전 교수는 이날 강연의 마무리에서 코브라트위스를 쉽게 기억할 수 있는 도움말을 소개했다.
“날이 곤두서고, 사람을 소진시키는, 난센스로 가득한 2013년... 소비자들은 북유럽 취향의 감성으로, 소유에 연연하지 않고 향유하며, 맛의 향연에 열광하고, 홀로 라운징을 즐긴다. 시장은 이제 시즌에 관계없이, 소비자를 적절히 참여시키면서, 그들의 몸과 마음을 디톡스 시켜줄 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