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의료
"타과에 환자 뺏기고, 수가 낮고, 감정노동까지...소청과 몰락은 예견된 결과"
소아청소년과가 비상이다. 대한소아청소년학과에 따르면 2023년도 전공의 지원율은 199명 모집에 33명만 지원해 16.6%에 불과하다. 2019년 80% 수준이던 지원율은 2020년 74%, 2021년 38%, 2022년 27.5% 등 해가 갈수록 폭락하고 있다.
66개 수련병원 중 56곳은 소청과 지원자가 아예 1명도 없었다.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는 2022년도부터 수련기간을 4년에서 3년으로 줄였지만 지원율 확대 효과는 보지 못했다.
상황이 이러자 상급종합병원인 인천 가천대 길병원은 전공의 부족으로 내년 2월까지 소아청소년과 입원 환자를 받지 않기로 결정했다. 또 서울 강남세브란스병원은 소아 청소년의 응급실 야간 진료를 중단하는 등 소청과 의사 부족으로 인한 의료공백이 점차 확대 중이다.
대한소아청소년학회는 “올해 시행한 전국 수련병원 실태 조사 결과, 24시간 정상적인 소아청소년 응급진료가 가능한 수련병원은 36%, 입원 전담 전문의 1인 이상 운영은 27%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학회는 진료 대란을 방지하고 인력난 해소를 위해 △중증도 중심의 2, 3차 진료 수가 및 진료전달체계 개편 △전공의 수련지원 및 지원 장려 정팩 시행 △인력부족 극복을 위한 전문의 중심 진료 전환 △수가 정상화로 관리∙중재 중심의 1차 진료형태 변화 △소청과 필수의료 지원 및 정책 시행 전담부서 신설 등을 강력하게 촉구했다.
하지만 많은 소청과 전문의들은 소아청소년과 몰락이 예견된 결과이며 당분간 하락세를 면치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 소청과 전문의는 “만 18세까지 진료를 볼 수 있는 과이지만 실제로 방문하는 환자들은 3세 미만의 영유아가 대부분”이라며 “그나마 혜택은 거의 대부분 대형아동병원들 차지고, 출산율이 매년 최저치를 경신하는 상황에서 5살만 되도 감기에 걸리면 내과나 이비인후과를 가는 현실인데 뭘 할 수 있겠느냐?”고 토로했다.
소청과는 기본적으로 진료비가 수입의 전부인데 수가 자체가 턱없이 낮아 환자를 많이 봐야 병원을 유지할 수 있는 구조다. 그런데 코로나19 유행 이후 환자 수도 급감했다.
감정 노동이 심한 것도 소청과를 기피하는 이유 중 하나라는 지적이다. 또 다른 소청과 전문의는 “아이들은 병원이 무서워 소리 지르고, 울고, 난리치는 경우가 많은데 힘 들긴 하지만 이건 이해할 수 있고, 또 대부분의 보호자들도 상식적이다”고 먼저 전제했다.
이 전문의는 “하지만 간혹 막말에 욕설에, 폭력까지 서슴지 않는 갑질 보호자들이 기운 빠지게 한다”면서 “맘카페에 올리고 보건소에 신고하겠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당장이라도 소청과를 관두고 싶다”고 말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도 14일 성명서를 내고 소청과 전공의 미달 사태 해결을 촉구하고 나섰다.
대전협은 “소청과 전공의 지원율 하락은 전공의들의 합리적인 선택의 결과”라며 “미래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대전협은 소청과 전공의 미달 원인은 저출산, 낮은 수가, 쉽지 않은 개원, 높은 채용 문턱뿐 아니라 소아 진료가 그만큼 위험부담이 크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대전협 성명서에서 “의료인은 신이 아니기 때문에 모든 상황을 예측할 수가 없다. 건강했던 환아가 바이러스성 감염 이후 갑자기 중환자가 되기도 한다. 마취를 하다가 심정지가 오기도 한다. 영유아는 환아 상태가 급격히 악화될 가능성이 언제나 존재한다. 애타는 아이 부모의 마음을 그 누구도 온전히 헤아리기 어렵겠지만, 의료인도 이런 상황 속에서 자괴감을 느낀다”고 전했다.
대전협은 해결방안으로 상급종합병원 전문의 채용을 제안했다. 이를 위해 보험수가 가산 및 획기적인 국고 지원이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
또 일정 병상 수마다 전문의를 채용할 수 있는 기준 마련도 필요하다고 전했다. 배출되는 소청과 전문의들이 다른 영역의 진료를 담당하는 것이 아니라 전문성을 살려 소아 진료 영역에서 활약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더 이상 전공의에 대한 기형적인 의존은 안된다고 못박았다.
대전협은 “정부가 전문의 채용 국고보조, 수가 인상, 정책수가 도입 등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 상급종합병원이 소청과 입원전담전문의를 충분히 채용, 우리 아이들이 아플 때 제대로 치료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상훈
2022.1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