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의료
정확한 약 이해는 환자ㆍ약사 모두 중요
"모든 환자가 암 환자인 만큼 항암제 관리에 있어 약사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국립암센터 개원 이래 9년째 약제과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김영주 과장은 환자가 약을 제대로 쓸 수 있도록 관리하고 상담하는 약사의 역할을 강조한다.
국립암센터 약제부가 사용하는 약품 중에 70% 이상이 항암제에 해당한다.
100여종에 이르는 마약류 종류만큼 환자들이 복용하는 약의 양도 일반 병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5~6배, 주사제도 2~3배 정도 많다.
약사들의 역할이 중요시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오남용 막으려면 약물과 환자 관리가 필수
마약류는 그 위험성과 부작용이 크기 때문에 마약류 관리의 중요성 또한 두말할 나위 없다.
김영주 과장은 "마약류의 도난이나 남용을 막기 위해서 철저한 약품관리와 정확한 복약상담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말한다.
그중 정확한 약품관리를 위해서는 매일 약품 수량을 확인하는 작업이 필수이다.
국립암센터 약제부서의 마약관리업무는 수기인수인계장부 작성, 경구마약조제, 사용량 집계, 약가산정, 마약장부 작성, 잔량 관리 등으로 일 평균 350여분의 시간이 소요된다.
김 과장은 "약품의 수량을 확인하고, 장부에 기재하는 것은 쉬운 일 같으면서도 결코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며 "가장 기본이면서 가장 중요한 업무이기 때문에 매일 3차례에 걸쳐 약품의 수량을 일일이 확인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약제부에 근무하는 30여명의 약사들은 매일 마약류 수량확인 등 관리를 하고 있으며, 이 업무는 많은 시간과 인력이 소요된다.
때문에 약제부는 사용량 관리와 장부작성을 전산화하고, 마약투약과정을 전산화하는 등 전산화 작업을 통해 관리업무에 소요되는 시간을 단축해나가고 있다.
처음 암센터가 개원됐을 때 업무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여러 부분에서 업무개선이 필요했다.
김 과장은 "그중 하나가 관리업무의 효율성"이였다며 "2002년 당시 일부 전산화 작업을 시도했고 이로써 업무소요 시간을 절반 가까이 줄이는 효과를 봤다"고 설명했다.
병원 내 보유하고 있는 마약류의 관리만큼 환자들이 약을 잘 복용하는 지 관리하는 업무도 중요하다.
김 과장은 "암 환자는 한번에 많은 양의 약을 장기간 동안 복용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며 "게다가 퇴원하는 환자의 경우 혼자 약을 복용해야 하기 때문에 복약상담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우선, 환자가 약을 잘 복용할 수 있도록 올바르게 교육하려면 약사들이 먼저 많은 공부를 해야 한다.
항암제 종류에 따라 사용방법과 복용방법도 다르고, 부작용도 많이 발생하는 만큼 약에 대한 이해와 효율적으로 상담하기 위한 방법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김 과장은 "다행히 약사들이 마약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고 사명감을 가지고 공부하고 있다"며 "그래서인지 이 병원에서 종양전문약사(BCOP)가 6명이 배출됐고, 현재에도 그중 4명이 근무하고 있다"고 말했다.
복약상담 내용을 "복약안내서"에
모든 복약지도의 취지가 '올바른 약 복용'인 것처럼, 암 환자들이 약을 잘 쓸 수 있도록 하는 게 이 병원 약사들의 몫이다.
때문에 약사들은 마약류에 대한 이론적 지식뿐만 아니라 환자들의 약의 복용을 얼마나 잘하고 있는 지 현황을 수시로 조사하고 있다. 그 결과를 토대로 문제점을 파악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약의 성분과 부작용, 섭취 방법 등이 게재된 ꡐ복약안내서ꡑ를 함께 제공하는 것도 환자의 약에 대한 이해와 올바른 약 복용을 돕고 있다.
김 과장은 "특히 외래환자의 경우에는 처방약을 조제 받고 난 뒤에 스스로 약을 복용해야 하는 만큼 약에 대한 상세하고 쉬운 설명이 중요하다"며 "복약상담시 환자들이 숙지해야 할 정보를 게재해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김 과장이 복약지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은 올바른 복용과 치료여부는 환자의 약에 대한 지식과 깊은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이 약을 왜 먹어야하는지, 먹으면 어디에 좋은지를 알 때와 알지 못할 때, 과연 어느 경우에 환자가 약을 더 잘 복용할까요? 당연히 필요성을 느끼는 환자 아니겠어요? 게다가 복약상담시 어떤 부작용이 생길 수 있는지, 부작용이 생기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미리 알려줘야 환자가 당황하지 않죠."
부작용에 대해 몰라서 생명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치게 될 사태를 사전에 방지해주는 것이 복약지도라고 한다.
게다가 간이식환자의 경우 평생 약을 복용해야 한다. 때문에 김 과장은 "이들에게 약은 필수적인 것이므로 정확한 교육과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처럼 암 환자가 많은 이곳은 항암제에 관련해 약사가 관여할 부분이 많다.
김 과장은 "항암제는 위험하고 다루기가 까다롭고, 부작용도 많다"며 "이러한 전반적인 부분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약사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환자와 의료진의 매개자 역할
약을 제대로 쓸 수 있게 하는 약사의 역할이 강조되는 만큼 병원 내 다른 의료진들과의 교류도 활발하다. 약사들의 사명감을 느끼게 하는 부분도 해마다 증가하는 항암요법 복약지도 건수에서 나타나고 있다.
김 과장은 "항암요법 복약상담 건수가 개원 당시인 2001년에는 300여 건이었는데, 작년에는 5000건이 넘었다"며 "월 300~400건의 복약상담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복약상담 건수는 처방환자 수의 증가도 일부 포함되지만, 무엇보다 의사 등 다른 의료진이 의뢰한 복약상담건수로 병원 내 의료진들의 약사 신뢰도가 증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약사는 환자와 의료진을 동시에 만납니다. 이들의 매개역할을 할 수 있죠. 의료진들의 신뢰를 얻는다는 것은 약에 대한 전문가로서의 역할을 키워나가고 있다는 자부심을 느끼게 하죠."
남은 과제...인력확충ㆍ인재양성ㆍ전산화
김 과장은 앞으로도 국립암센터의 약제부가 암에 관한 전문가로서의 역할을 담당하는데 힘써 근무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남은 과제가 아직 많다고 한다.
우선, 환자교육을 위한 상담을 늘리기 위해 인력의 보충이 필요하다.
김 과장은 "오랫동안 일하면서 느낀 점은 복약상담이 더 강화돼야 한다는 것"이라며 "환자들의 올바른 약사용을 위해서는 상담 시간과 횟수를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물론 인원 보충은 약제부내에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지만, 시간을 갖고 해결해야 할 점이라고 지적했다.
또 약에 대해 책임을 진다는 마음을 가진 훌륭한 약사를 양성하는 것이다.
환자들의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약에 대해 정확히 알고, 평가하고 분석하는 과정이 점점 중요시 되고 있다.
때문에 김 과장은 "약에 대해 책임을 질 수 있는 훌륭한 약사를 양성해야 하고, 이는 환자뿐만 아니라 약사 스스로를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조제시스템의 자동화다. 앞서 말한 것처럼 마약류 관리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자동화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 과장은 "약사들의 역량에 맞는 업무를 주고 싶다"며 "자동화 시스템이 확대되면 약사들이 약품 수량을 세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자동화 시스템을 통해 약사들이 임상연구나 환자교육, 약물평가 등에 더 집중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곧 약사 개인 뿐 아니라 환자의 건강과 우리나라 암 연구의 발전을 위해서도 필요하다는 의미다.
암 환자들만 있는 국립암센터 특성상 병원 내 분위기가 다소 어둡다.
그렇지만 이곳에서 근무하고 있는 약사들은 그만큼 환자의 소중함을 알고 자신의 역할을 정확히 수행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일한다.
양금덕
2008.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