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의료
[탐방] 24시간 약국 "불황엔 장사 없다"
지난달부터 개설약사의 대부분은 약국경영 상황이 갈수록 안좋아지고 있다고 말한다.
많게는 40~50% 가까운 매출감소를 얘기하는 곳도 있고, 대부분 10~20% 가량은 떨어졌다고 얘기한다. 1월 설연휴 이후 급격한 하강곡선을 그리고 있다는 것이 중론.
그렇다면 전국에서 몇되지 않는 24시간 운영 약국의 상황은 어떨까? 대표 지역으로 통하는 서울 논현동 24시간 약국 밀집지역을 찾아가 봤다.
◇ 24시간 약국 "역사 20년 넘어"
서울 강남구 논현동 교보타워사거리와 논현역 사이 대로변에는 3개 정도의 24시간 운영약국이 있다. 인터넷이 발달하고, 응급상담전화가 도입되면서 서울에서는 '언제든 찾아갈 수 있는 약국'으로 알만한 사람은 이미 다 아는 곳.
이 지역에 24시간 약국이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25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금은 자리를 뜬 ㅇ약국이 이 지역에서 최초로 24시간 약국을 도입했다. 그러다 하나둘 늘어난 것이 지금에 이르고 있다.
처음 자리를 잡은 터줏대감격인 ㅇ약국은 이미 자리를 비웠고, 1999년 문을 연 ㅈ약국이 현재로서는 규모나 역사면에서 터줏대감격이다.
논현동에 24시간 약국이 등장한 이유는 무엇보다 야간 수요가 있기 때문. 이 일대는 새벽 5~6시까지도 사람들로 붐비는 곳이다.
취객과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업소 종사자가 주요 고객이고, 주로 찾는 제품도 숙취해소 음료나 간장약, 위장약, 피임약 등이다.
◇ 입소문 영향도 커
"주간보다는 야간에 방문하는 사람이 조금 많은 편이고, 일반약 위주이기는 하지만 매출 역시 야간이 조금 많다고 볼 수 있습니다."
24시간 약국을 운영중인 B약사는 방문객을 기준으로 보면 6:4 정도로 야간이 많다고 귀띔했다.
500미터 조금 넘는 이곳 대로변에 의원급 의료기관은 100개 가량이 있다. 하지만 성형외과나 안과, 치과의원이 중심이라 처방전 수요는 많지 않은 것이 이 곳의 특징이다.
자연스럽게 약국도 처방전 위주라기 보다는 일반의약품을 비롯한 의약외품, 위생용품의 매출이 높은 편이다.
"처음 와서는 우리 약국도 보통의 약국처럼 낮에만 문을 열었죠. 그러다 주변에서 심야에도 약국문을 열면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라고 얘기하더군요."
이 지역 터줏대감으로 통하는 A약사는 자신도 처음에는 이 일대가 밤마다 이렇게 불야성을 이룬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전했다.
그러다 주변 지인들의 조언으로 개국 두달만에 심야 24시간 운영체제를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일요일이면 주변 각지에서 찾아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주로 복통이나 설사에 필요한 응급약이나 어린이 해열제를 찾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A약사의 설명.
서울 강북이나 강서는 물론 분당, 광주, 용인, 일산 등 휴일에 찾아오는 사람의 지역은 거의 구분이 없다고.
더불어 인근 종합병원이나 휴일에 진료하는 의원에서 처방전을 받은 환자가 찾는 경우도 많다.
당번약국이 있기는 하지만 24시간이라는 장점 때문에 인근 병원 응급실이나 의원에서 진료를 받은 환자가 처방전을 들고 찾아온다는 것이다.
◇ 불황 여파 '예외는 없다'
24시간 운영체제라고는 하지만 이곳도 전반적인 경기침체의 영향에서 안전하지 않다.
우선 아직도 밤늦게까지 사람들로 붐비는 곳이지만 활동인구가 예전만 못하고, 고정 고객이라 할 수 있는 주변 업소 종사자들도 상당수 자리를 떴다.
"대략 20% 정도는 줄었다고 봐야죠. 계속 이렇게 되면 24시간 운영체제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고 봅니다."
약국 이용자가 감소한 탓에 무엇보다 당면과제가 된 것은 인력 운영이다. 24시간 체제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야간에 근무할 약사를 구하는 일.
상대적으로 구하기 힘들기 때문에 24시간 약국 야간 근무약사의 경우 인건비가 많게는 50% 가까이 높다는 것이 주변 관계자의 말이다. 그마저도 선뜻 하려고 나서는 사람이 없어 문제는 더 심각하다.
상대적으로 약국 근무자가 많은 약국은 아르바이트와 같은 임시방편을 동원중이고, 개설약사가 주·야간 교대로 근무중인 곳은 피로도가 날로 쌓이고 있다.
"밤낮없이 365일 운영 체제라 사람을 구하는 일도 힘들죠. 24시간이라는 특수성이 있어 급격하게 위축되는 일은 없겠지만 걱정은 됩니다."
C약사는 전반적인 약국 경기가 안좋아지면서 상대적으로 24시간 운영 약국의 고민은 더욱 많아진다고 전했다.
근무시간이 곱절이니만큼 사람을 구하는 일부터 운영부담까지 생각해야 된다는 것이다.
심야약국 근무가 쉽지 않아 근무약사의 경우 일이 손에 익었다 싶으면 1~2년만에 관두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전반적인 약국경영이 24시간 약국에도 운영부담으로 작용하고 있고, 개설약사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임채규
2009.03.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