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의료
"60년 병폐 없애려면 아픔도 필요하다"
2011년은 약사사회에 큰 태풍이 몰아친 한 해로 기억될 것이다.의약품의 안전한 사용이라는 대명제가 흔들렸고, 의약품을 공산품 수준으로 인식하는 정부의 몰이해를 확인했으며, 대기업 배 불리기와 의약품 광고 확대를 위한 정부의 꼼수로 이해되는 정부의 의약품 약국 외 판매 정책은 약사라는 전문가 자존심을 심각하게 훼손했다.이 와중에 신문, 방송 등 언론은 약사의 치부를 적나라하게 파헤쳤으며, 이를 확대․재생산해 약사를 무능하고, 욕심 많고, 몰지각한 부류로 만들었다.언론은 중립적으로 찬성과 반대 의견을 내보내지 않고, 의약품을 약사 손에서 빼앗아 편의점 등에서 판매하는 것이 전 세계적 대세인양, 국민을 위하는 양 보도했다. 게다가 현안과 상관없는 약사의 치부를 통해 이미지를 추락시켜, 그들의 주장을 합리화하는데 사용했다.
◇ 무엇이 문제인가?
언론에서 나타난 가장 큰 문제는 약국 내 무자격자의 의약품 판매다. 약국 내에서 일반인이 의약품을 판매하는 것과 약국 외에서 일반인이 의약품을 판매하는 것과 아무런 차이가 없다는 주장이었고, 실제 약국 내 무자격자가 의약품을 판매하는 것을 촬영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두 번째 문제는 조제실 내 무자격자의 조제 행위이다. 보조만 해야 할 종업원이 약사도 없는 조제실에서 조제 행위를 하고, 약사는 밖에서 투약만 하는 것이다.
세 번째는 판매하는 양에 대해 제제를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약국 내 무자격자의 만행이 대부분이지만 의약품의 위험성에 비해 매출을 위해 판매량을 늘리고, 달라는 의약품의 양에 대해 제어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네 번째는 위생이다. 조제실의 폐쇄화와 맨손조제, 비위생적인 투약병 등은 위생적이어야 할 약사의 이미지와 전혀 상반되는 모습이었다.
이런 모습이 방송과 신문에 보도되면서 약사의 위상은 땅에 떨어졌고, 약사의 주장이 사회에서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 원인 중 하나가 되었다.
이런 문제들이 갑자기 생겨난 것은 아니다. 무자격자의 의약품 판매 행위는 약 60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으며, 조제실 내 무자격자의 조제 행위도 의약분업 이후 만연되어 왔다. 국민의 위생 수준은 점점 높아지는데 약국의 현실은 그에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데 문제가 있다.
◇ 방어적 자세보다는 공격적 자세로
전문가는 자신의 전문 분야에서 일반인보다 한 단계 높은 수준의 전문성을 유지해야 한다.
전문성은 외부의 요구가 있기 전에 스스로 노력해 발전시켜야 인정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방어적인 자세보다는 스스로에 대한 공격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우선 약국 내 무자격자 퇴출에 높은 단계의 자정 노력이 있어야 한다. 60년 묵은 병폐가 사라지려면 지금보다 더 큰 아픔을 감내해야 한다.
먼저 실시해야 할 것은 지역 약사회 임원들이 먼저 무자격자 고용을 하지 않아야 한다. 자정 노력의 선두에 서야 할 지역 약사회 임원이 무자격자를 고용하거나, 가족이나 전산직원이 의약품을 판매하는 것을 방치한다면, 그 어떤 자정 노력도 물거품이 될 것이다.
작은 경범죄가 많은 도시에 중범죄 역시 많다고 한다. 지역 약사회 임원이 먼저 약사 가족이나 일반 종업원이 의약품에 쉽게 손대는 것을 막아야 한다. 종업원은 곧 미래의 잠재적 고객이고, 약사에 대한 이미지, 의약품에 대한 이미지를 각인하고 전파하는 매개체가 된다.
약사도 아닌 그들에게 의약품을 쉽게 만지게 하는 것은 결국 의약품이 별 것 아니라는 인식을 하게 된다. 제도적으로는 무자격자를 고용하다가 적발되면 강력한 처벌을 해야 한다. 원 스트라이크 원 아웃, 단 한번의 적발로도 면허 정지 또는 개설을 취소해야 한다.
두 번째는 약국 내 적용되는 제도의 변화를 요구해야 한다. 제약회사는 KGMP를 통해서 좋은 의약품 만들기에 노력하고 있고, 성분의 종류, 함량은 물론 위생까지도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다.
약국의 KGPP는 이런 위생적인 측면을 강하게 강화해야 한다. 모든 의약품은 환자에게 전달되기 전까지 사람의 손에 의해 만져지는 상황은 없어져야 한다.
또한, 의약품이 생산 포장단위로 투약될 수 있도록 제도개선을 해야 한다. 정제, 캡슐제 등은 모두 PTP형태로 생산, 투약될 수 있어야 하며, 반 알 처방은 심평원을 통한 통계를 기반으로 다소비 반 알은 제약회사에서 생산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어린이는 기본 시럽제로만 처방하도록 해야 하며, 가루 처방을 원천 금지하고, 시럽제의 종류를 늘려야 한다.
시럽제도 최소용량으로 생산하게 해 생산단위로 투약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이 모든 것은 생산부터 환자에게 도달할 때까지 의약품이 위생적으로 관리되어야 한다는 대원칙 아래 제도를 맞춰가야 한다. 일부분은 약사의 양심에 의해 일부분은 제도적 받침 아래 의약품의 위생을 준수해야 합니다.
세 번째는 약사가 양심적이어야 한다. 환자의 건강을 위해 의약품의 투여량을 스스로 관리해야 한다. 환자의 요구에 따라 무제한 약을 주는 것은 의약품의 안전성 관리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또한, DUR의 시행에 맞춰 적절한 의약품 사용량을 준수해야 할 것이다.
네 번째는 의약품 판매가격의 현실화가 필요하다. 의약품 판매자 가격표시제는 약국 간의 과도한 경쟁으로 이미 마진율이 제로에 가까우며, 약국 간의 가격 차이는 환자들의 불신으로 이어지고, 의약품을 마트 상품처럼 느끼게 하고 생명을 다루는 의약품이라는 것을 잊게 만든다.
의약품 가격은 정부와 시민단체, 관련단체의 협의체를 구성해 합리적 마진율을 정하고, 전국 모든 약국에서 동일한 합리적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환자들이 의약품을 구매할 때 조건으로 가격이 아닌, 건강을 줄 수 있는 의약품인지 약사와 상담을 해 질적인 선택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다시 한번 강조하자면, 약사는 전문가로서 일반인보다 관리와 위생 측면에서 한 단계 높은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전문가로 자처하기 위해 자정 노력을 기울임과 동시에 제도적 개선에도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김성진 <약사의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 대표>
임채규
2012.0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