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의료
[기고]약사,책임감 갖고 폐의약품 처리 적극 참여해야
가정 내 폐의약품의 올바른 폐기를 이끌어내기 위해서 약사들의 보다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폐의약품이란 병이나 상처의 예방 및 치료를 위해 먹거나 바르거나 주사하는 일체의 의약품이 유통기한이 지나 성질이 변하여 사용할 수 없게 된 것을 말한다.
이러한 폐의약품은 하수도나 생활 쓰레기 등을 통해 함부로 폐기해서도, 나중에 먹기 위해 집에 보관해서도 안 된다.
하수도로 흘려 보낼 경우 정화되지 않아 수질오염을 일으키고, 생활쓰레기와 함께 종량제 봉투에 버릴 경우에는 저온소각으로 인해 불완전 연소하게 되어 유독물질을 발생시키기 때문이다.
집에 보관하는 경우에도 보관 환경에 따라 약품이 변질되어 안전성을 보장할 수 없게 되고 자의적인 복약으로 인해 의약품의 오남용 및 약화사고의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따라서 의약품은 구매 시 권고되었던 복용 및 사용 기한이 경과하게 되었을 경우 반드시 폐의약품 수거함이 비치되어있는 약국이나 보건소에 가져다 주어서 폐기해야 한다.
가정 내에서 발생하는 폐의약품을 따로 수거하여 처리하는 제도가 우리나라에 도입된 지 올해로 5년이 되었다.
“가정 내 폐의약품의 올바른 사용과 폐의약품 회수처리 사업”이라는 이름 하에2008년 환경부와 보건복지부가 공동주관으로 사업의 골자를 수립하였고 서울시에서 시범적으로 시행한 뒤, 2009년에는 광역시와 수도권으로 그리고 2010년에 이르러서는 전국적으로 확대 시행하게 되었다.
그런데 전국적인 사업 시행 2년을 맞은 지금, 과연 우리 국민이 생활 속에서 폐의약품을 얼마나 올바르게 처리하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지난 9월 한 달 동안 100여명의 시민을 상대로 자체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폐의약품 수거 사업에 대해 ‘알고 있다’고 답한 사람은 56%였다 (이는 2010년에 자원순환연대에 의해 수행된 전국적인 설문조사 결과인 54.8%와 거의 차이가 없다).
또, 복용하지 않고 남은 약은 어떻게 최종 처리하고 있는지 물었던 결과 41%가 ‘버리지 않고 보관한다’, 36%가 ‘종량제 봉투에 버린다’라고 답했다. ‘약국이나 보건소에 가져다 준다’라고 답한 비율은 12%에 그쳤다.
약국이나 보건소에 가져다 주지 않는 이유로는 ‘특별히 버리기 위해 신경 쓰지 않아서’ (48%)와 ‘귀찮아서’ (23%)가 과반의 응답을 차지했다.
이러한 실망스러운 결과는 폐의약품 수거 사업의 홍보부족 문제를 여실히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통계적 오류를 감안하더라도 대다수 국민들은 의약품이 언제 ‘폐’의약품이 되는지, 그런 의약품들을 왜 제대로 버려야 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버려야 하는지 모르고 있다. 혹여 안다고 하더라도 여러 가지 핑계들로 그것을 실천에 옮기지 않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국민들의 인식부족과 실천력 결여 문제는 사업의 주체인 정부 관련 부처와 의료 관계자들이 가정 내 폐의약품의 올바른 취급 및 폐기 방법에 대해서 보다 적극적이고 효과적으로 대중에게 교육•홍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업의 시행을 각 지방자체단체의 청소행정과(환경과)와 보건정책과(보건소)가 나누어 맡다 보니 책임소관도 불분명해지고 지역별로 정책을 홍보하고 교육하는 데에 들이는 노력도 (혹은 들일 수 있는 여력도) 제각각이다.
또 정책을 홍보하는 데에 있어서 홍보 대상의 특성에 대한 고민 역시 부족하다. 가령, 농촌지역의 노인분들은 의료시설에 방문하기 어려워 한 번 사둔 의약품을 오래 보관해 두고 복용하는 경우가 많아 약품 오남용 및 약화사고 위험에 취약하다.
따라서 이런 분들에 대해서는 ‘폐의약품 올바르게 버리기’에 대한 홍보가 보다 절실하지만 지방 재정과 인력 한계 문제로 해당 지역에서는 제대로 문제를 다루지 못하고 있다.
사업의 성공을 위해서는 정부부처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약사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홍보(복약지도)라고 생각된다. 현재 우리의 법과 제도는 약사의 폐의약품 회수처리 프로그램 참여를 자율에 맡기고 있다.
따라서 시민이 가져온 약품을 받지 않아도, 수거함을 아예 비치하지 않거나 눈에 띄지 않는 곳에 비치하여도, 또 복약지도 시에 의약품의 폐기단계까지 지도하지 않아도 아무런 제제가 없다.
반면, 프랑스에서는 약사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시발점이 되어 1993년부터 일찌감치 폐의약품 회수∙순환 프로그램(Cylcamed)을 시행해 왔다. Cyclamed는 소비자는 폐의약품의 포장을 벗기지 않고 약국으로 반환하고, 약사는 환자가 약국에 가지고 오는 폐의약품을 선별하고 회수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때 약사는 어떠한 보상 없이 회수프로그램에 참여하여야 한다. 결국, 폐의약품의 회수는 2007년에 약사의 직능 상 의무사항이 되었고, 2009년 7월 17일에 공중보건법으로 제정되기에 이르렀다.
뿐만 아니라, 제조업자에게도 회수함 제공 및 폐의약품 보관, 운반, 소각처리 등의 의무사항을 규정하였으며 이를 위반한 약사나 제조업자에게 벌칙을 부과하는 조항도 함께 제정하였다.
폐의약품의 회수는 현실적으로 국민들이나 약사들에게 귀찮고 불편한 일이다. 하지만 올바르게 수거되고 처리되지 않을 시에는 국민 건강과 환경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국민들은 주의를 기울여 가정 내 의약품을 잘 관리하고 주기적으로 폐의약품을 약국에 반환하는 수고를 감수하고, 약사들은 수거함을 눈에 띄는 곳에 비치하고 복약지도 시에 약품의 폐기 시기와 방법에 대해서 지도하려는 노력을 기울일 때에 비로소 우리는 폐의약품 회수처리 사업을 성공으로 이끌 수 있을 것이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건강과 환경을 위해서 약사들이 직업적 책임감을 갖고 폐의약품 수거 및 처리 사업에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해주길 바란다.
이권구
2012.1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