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의료
한약사의 일반의약품 판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번호부터 새롭게 선보이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는 약계 현안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마련됐다.
첫번째 순서로 약사사회에서 최근 당면 문제로 인식되는 한약사의 일반의약품 판매에 초점을 맞춘 의견을 게재한다.
①
규정 미비를 정당으로 해석 ‘지나친 비약’
복지부 차원 근본적 대책 필요
- 이민재 <대한약사회 미래전략본부장>
한약사의 일반의약품 판매 논란이 8월 폭염보다 더 뜨겁다.
인천지검 부천지청의 무혐의처분 결정 이전에도 논란은 있었지만 최근 복지부 한의약정책과에서 한약사의 일반의약품 판매에 대한 처벌규정이 없다는 회신을 내놓은 이후 한약사들의 도를 넘어선 일반약 판매를 바라보면서 약사들은 전문 직능인으로서 자존심에 커다란 상처를 입었다.
결국 약사사회 내부 여론은 그 어느 때보다 강경해졌으며 대한약사회 조찬휘 회장은 한약사의 일반의약품 판매를 중대한 약권침탈 행위로 규정,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한약사 문제를 해결하는데 회세를 집중한다는 담화문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한약사 일반의약품 판매 논란은 어디서부터 시작된 것인가?
시간을 거슬러 1993년 약사-한의사간 한약조제권으로 인한 치열한 논쟁이 있었던 한약분쟁의 결과로 인해 1994년 한약조제의 전문가를 양성한다는 명분아래 한약사 직능이 탄생했다.
그러나 한방의약분업은 구체적인 시기가 명기되지 않은 채 시행이 요원해졌고 기형적인 한약사제도가 고착화되면서 그동안 2,000여명이나 배출된 한약사들은 전문지식도 없는 상태에서 피임약, 지사제 등은 물론 심지어 수면유도제까지 무분별하게 판매하여 국민건강은 심각한 위기에 직면하게 되었다.
더구나 복지부는 혼란을 더욱 부추겼다. 한의약정책과는 2012년에 한약사의 일반의약품 판매행위에 대해 약사법76조에 의거 행정처분이 가능하다는 유권해석을 내놓았지만 최근에는 일반의약품을 판매한 한약사의 처벌규정은 없다고 입장을 선회함으로써 한약사의 일반의약품 불법 판매를 조장하고 있다.
이는 한약사는 ‘입법취지에 따라 한약 및 한약제제에 대한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는 약무정책과의 유권해석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으로 정부 부처 내에서 마저 각기 다른 유권해석을 내려 극심한 혼란을 초래하고서도 이에 대한 합당한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일부 한약사는 현 상황을 악용하여 한약사의 일반의약품 판매는 정당한 것으로 한약사 업무가 한약 및 한약제제를 조제·판매하는 것을 넘어 한약제제가 아닌 일반의약품을 판매하는 것 또한 법에 명시된 그대로의 본래의 역할과 업무를 수행할 뿐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약사법 제2조제2호의 “약사”와 “한약사”의 업무범위의 구분은 정의 규정으로 약사법령 전체의 해석지침이 된다는 법제처의 법령해석을 상기하지 않더라도 한약사 제도 도입과 약사법의 입법취지를 고려할 때 약사법이 의약품 판매 조항에 대해 명시적으로 업무범위를 구분하지 않았기 때문에 모든 일반의약품을 판매할 수 있다는 저들의 주장은 지나친 자의적 확대해석에 불과한 것이다.
한약사라면 한약의 생산·제조·유통 및 한약 조제·판매 등을 담당하여 한약학의 과학화와 한약의 세계화에 기여해야 한다는 한약사의 본래 취지를 다시 생각하여 한약사 스스로 자신의 정체성과 한약사 면허를 스스로 부정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인천지검 부천지청의 한약사 일반의약품 판매에 대한 무혐의 결정은 약사법의 한약사 일반의약품 판매에 대한 처벌규정이 미비하다고 판단한 것일 뿐, 규정의 미비를 법적으로 정당하다고 받아들인다면 이는 논리의 지나친 비약이자 개념을 혼동하는 것이다.
약사·한약사의 면허범위에 대한 논쟁은 차치한다 하더라도 안타까운 점은 국민들이 한약사를 통해 일반의약품을 구입하는 경우 약물을 복용 중에 다른 약물 병용은 가능한지, 부작용은 무엇인지에 대한 정확한 복약지도를 받을 수 없다는 점과, 방문한 약국에서 약사가 아닌 비전문가에 의해 일반의약품을 구입하는 정당하지 못한 현실에 따른 국민들의 불안감을 어떻게 해소할 수 있을지 이에 대한 정부의 생각이 무엇인지 묻고 싶다.
지금이라도 복지부는 한약사의 면허범위를 넘어선 일반의약품 판매 행위에 대해서 약사법 제76조에 의한 업무정지 또는 제79조에 의한 자격정지의 행정처분이 가능함을 각 보건소에 알려 현 상황이 악화되는 것을 막아야 할 것이다. 법률적인 상식이 조금이라도 있는 공무원이라면 행정형벌과 별도로 행정처분이 가능하다는 것은 충분히 알고 있을 것이다.
한약사 배출인원은 매년 증가하고 있으며, 빠른 시일 내에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논란은 해를 거듭할수록 증폭되어 국민건강 또한 한층 더 위협받게 될 것이다. 복지부는 현 상황을 수수방관하는 것을 즉각 중단하고 약사와 한약사간 서로를 더욱 깊은 반목으로 내몰지 않도록 근본적인 대책을 수립하여야만 한다. 이는 약사·한약사의 업권을 지키기 위한 이권다툼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건강과 사회정의를 실현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②
장기적으로는 약사법 개정할 문제
당장은 ‘한약만 다루라’ 집중
- 백승준 <약사의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 대표>
한약사 문제의 발단은 한약분쟁이다.
90년대에 이른바 ‘한약분쟁’이 발생하고 이로 인해 많은 약사들의 마음에 생채기가 생겼다. 문제를 매듭짓는 과정에서 출구전략으로 의료이원화 고착과 한약사라는 신직종이 탄생하게 되었다. 과정이 졸속으로 진행되면서 약사법 상에서도 기존 약사법에서 ‘약사와 한약사는 각각의 면허범위에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는 수준의 개정만이 이뤄졌다.
‘한약사’라는 제도는 의료이원화와 의약분업을 맞아 한방분업을 염두에 두고 출발했다. 하지만 한방분업이 요원해지면서 잠재적인 문제점을 계속 안고 제도가 운영돼 왔다.
한방분야가 의료제도권 안으로 흡수되지 않고 따로 운영되면서 사회적인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한약사는 자리를 잡지 못하게 됐다. 또, 계속 배출된 한약사는 설 자리가 없어지게 된다.
처음에는 한약국을 통해 한약만 취급하려 하다가 이마저도 어려워지자 약사법 상의 맹점을 이용해 의약품을 취급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됐다. 약사를 고용해 처방 조제를 하고, 청구하는 지경에 이르게 되면서 문제는 더욱 심화됐다.
여기에는 최근 약사 인력을 구하기 힘들게 된 것도 하나의 배경이 됐다.
약대 6년제 시행에 따라 2년간 신규 약사 인력이 배출되지 않는 상황에서 팜파라치와 약사사회 내부의 자정운동으로 카운터, 즉 불법판매자의 입지가 좁아지자 이를 대신해 일부 약사들이 한약사를 고용해 면허범위 이외의 업무를 요구하게 됐다. 급기야 한약사들이 약국과 일반의약품에 대한 정기세미나를 개최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결국 약사들이 한약사 본래의 역할에서 벗어난 불법판매자와 면대업자를 양성하게 된 모양새다.
이 과정에서 ‘무혐의’ 관련 결정이 나오면서 한약사의 일반의약품 판매 문제는 확대됐다.
지난해 2월 인천지방검찰청 부천지청은 의약품 조제의 경우 약사 및 한약사가 각각 면허의 범위에서 의약품을 조제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으나, 의약품 판매의 경우 각각 면허범위에서 판매할 수 있다는 제한이 없어 한약사가 면허범위 외의 일반의약품을 판매하더라도 처벌할 수 없다며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
이렇게 되자 전문지식이 없는 한약사들의 일반의약품 판매가 확산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고, 방치할 경우 약화사고가 발생할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8월 법제처는 약사법 제2조 제2호의 ‘약사’와 ‘한약사’의 업무범위의 구분은 정의규정으로 약사법령 전체의 해석지침이 된다고 해석하기도 했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약사법 개정이다. 하지만 최종 개정까지는 시간이 필요한 사안이므로 당장은 ‘한약사는 한약만 다루라고 만든 직종’이라는 점에 충실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약사의 한약조제와 관련한 헌법소송에서 헌법재판소는 ‘민족전통의 약학을 연구·발전시키기 위해 한약사를 신설하고 한약사로 하여금 한약을 표준화하며 약성 독성검사를 하고 신약을 개발할 수 있도록 연구하게 하며, 한약조제를 전담하게 함’이라고 판단했고 ‘유사직종간의 마찰 해소와 국민건강의 제고, 한약의 과학화와 전문화를 도모하기 위한 법률의 입법 목적’을 언급했다.
약사의 한약사 고용 부분에 대해서는 약사회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다. 그동안 전문언론에 일반의약품 판매를 종용하면서 한약사를 구인하는 광고가 만연하도록 방기한 것에 대해서는 약사회가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장기적으로 약사법 개정은 면허 범위에 의한 의약품 판매 범위를 규정하고, 이와 관련한 벌칙 조항을 구체화하는 방향으로 개정돼야 한다.
임채규
2014.08.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