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을 밝히는 과학의 힘’을 이끄는 국과수 대모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정희선 원장
입력 2011.03.18 11:16 수정 2011.03.20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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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리나라 법의학을 조명한 인기드라마 ‘싸인’의 배경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하 국과수)이다. 드라마의 인기 때문인지 국과수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이 그 어느 때 보다도 크다. 정말 정치적 이해관계가 얽힐까, 국과수의 원장은 어떤 사람일까 등등.

국과수의 원장은 드라마와 달리 의사도 아니고 남자도 아니다. 차분한 말투 속에 뜨거운 열정을 가진 국과수 정희선 원장은 약사고 여자다.

국과수 원장실에 들어서면 가장 눈에 띄는 것이 한쪽 벽면에 걸린 액자 속 글귀다. ‘진실을 밝히는 과학의 힘’. 국과수의 존재 이유를 설명한 말이다.

“우리 국과수 사람들은 과학자예요. 드라마에서는 사건 현장을 가서 수사도 하고 범인을 쫓기도 하지만 실제 국과수 연구원들은 과학에 바탕을 두고 증거를 분석해 범죄를 밝히는 일을 하지요.”

우리가 들으면 알만한 숭례문 화재, 발바리, 서래마을, 강호순, 이천냉동창고화재 등의 사건을 해결하는데는 국과수의 공이 컸다.

“강호순의 범죄를 밝히는데 국과수의 증거가 결정적이었어요. 강호순이 증거를 거의 남기지 않았는데  그가 입었던 옷에서 정말 눈곱만큼의 혈흔을 발견한 거예요. 그 혈흔을 분석한 결과, 강호순이 죽였던 다른 여자의 DNA가 검출됐죠. 이를 바탕으로 추궁하니 그때서야 자백을 하더랍니다.”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은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하다. 이렇게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은 일이 늘상 일어나는 곳이 국과수다. 그러나 국과수 연구원들은 드라마처럼 화려한 조명을 받지도 않고, 일이 깨끗하고 좋지도 않다.

“국과수 일이 참 험해요. 국과수에서 가장 깨끗한 일이 뭔지 아세요? 소변실험에요, 소변.  대부분 혈액, 위 내용물 검사 등 험한 일을 하고 있지요.”

일이 험해서일까. 처음 국과수에 입사했을 때 담당 국장이 정 원장에게 한 가지를 부탁했다. 최소한 3년만 있어달라고. 3년을 지내고 나서도 아니다 싶으면 그때 그만두라고 했다.

약학대학 재학 시절, 국과수 소장의 강연을 듣고 국과수의 매력에 이끌려 입사했지만 곧 국장이 왜 3년만 버티라고 했는지 알 정도로 일은 고됐다.

대신 험한 만큼 일에 대한 매력도 넘쳤다. 다양한 분석 실험을 통해서 미지의 물질을 찾는 기막힌 기회와 사건을 해결하는 순간의 벅찬 성취감은 정 원장을 3년이 아니라 33년간 국과수에 남아있게 한 원동력이 됐다.

“약학을 기초로 국민의 안전에 기여한다는 자부심과 일에 빠져있다 보니 어느새 시간이 그렇게 흘렀네요.”

현재 국과수 내에 근무하고 있는 약사는 대략 30여명이다. 대부분 약물을 분석하고, 상호작용을 알아내고, 결정적 증거를 찾는 일을 매일 하고 있다. 감정결과가 중요한 국과수에서 연구원 한명, 한명이 모두 우수한 과학자다.

특히나 정 원장은 국과수에서 약학인이 할 수 있는 분야는 무척 다양하다고 말했다. 마약분석과, 약독물과 등에서 약학 지식을 십분 발휘할 수 있다. 일례로 벤졸의 성분인 톨루엔을 흡입할 경우 본드 흡입처럼 환각상태에 빠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해 향정약으로 분류하게 한 것도 국과수 내 약사들의 힘이 컸다.

분명히 약국이나 제약회사, 병원에서 일하는 것보다 일은 험하고 고되다. 그러나 범죄를 밝히고, 범죄자를 반드시 찾아내는 국과수는 꼭 필요한 곳이다. 최근에는 한국의 과학수사가 국제사회로부터 인정도 받아 그 위상도 높아지고 있다.

뉴질랜드에서 지진으로 대형 참사가 일어나자 뉴질랜드 총리가 인터뷰 도중 한국의 국과수로부터 사상자의 신원확인에 도움을 받고 싶다고 요청할 만큼 한국의 과학수사는 국제사회에서도 높이 평가받고 있다.

이처럼 국제범죄, 참사현장 등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과학수사를 점점 많이 원해 세계 속에 우뚝 서는 것이 정 원장의 목표이자 앞으로 국과수의 목표다.

“만약 다시 직업을 택할 수 있다면요? 국과수가 없으면 모를까, 저는 다시 국과수를 택하게 될 거예요. 제 운명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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