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의료
'아' 다르고 '어' 다른 복약상담 테크닉
"어떻게 오셨어요?" "고속버스 타고 왔어요" 위의 경우는 약사들이 복약상담을 위해 환자들을 응대할 때 일어나는 사건이다.
이런 경우를 요새 유행하는 말로 붙여보자면 그야말로 "급 황당"한 경우인 것. 빈번하게 일어나는 것은 아니지만 때에 따라 약사들의 당황하는 모습이 아파서 예민해져 있는 환자들을 더욱 더 불안하게 만들 수 있어 세심한 주의가 요구되는 중요한 경우이다.
본지가 연재하고 있는 병원약사들의 실제 사례들을 중심으로 엮어지고 있는 '공부합시다'의 복약상담 편(홍경란 약사의 사례)에 게재되기도 했던(본지 8월10일자 참조) 실제 환자 유형들을 살펴보면 개국 약사들이 겪는 사례와 크게 다르지 않다.
약국에서 겪는 몇가지 황당 유형들을 살펴보고 올바른 복약상담의 해법을 찾아보자.
CASE 1. 약사 : 어떻게 오셨어요?
환자 : 고속버스 타고 왔어요.
☞ 환자의 질환이나 약력을 미리 알고 가지 못했을 경우 첫 질문에 해당하는 사례다. 이럴 때 대개의 환자들은 자신의 병명 또는 처방전을 내밀지만 위와 같이 황당한 답변으로 대신하는 경우도 있다.
홍경란 약사는 "이럴 때엔 '입원 전에도 드시던 약이 있습니까?'라고 묻는 것이 제일 무난하다"고 조언했다. 평생 복용해야하는 약에 대해 "평생 먹어야 되는가"에 대한 환자의 질문 속에는 불안함과 부담이 함께 작용하고 있는 것.
CASE 2. 환자 : 평생 먹어야 하는 약인가?
☞ 만약 환자가 당뇨, 천식, 협심증 등 만성 내과 질환 환자일 경우 장기치료를 해야하고 복용약도 많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상황에서 약사가 "예"라고 말하는 것은 맞는 답변일 수 있으나 성실한 답변은 아니다. 만약 약사가 확실하게 지속복용의 이유를 자신 있게 답변하지 못하거나 불성실하게 얼버무린다면 환자의 복약순응도 예후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럴 때에는 "지속적으로 드셔야하는 약"이라고 환자에게 우회적으로 말한 뒤 "약을 드시더라도 증상이 조절되고 합병증이 생기거나 악화되는 것을 막는 것이니 약의 종류나 내용은 진료 결과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주지시켜야 좋다.
CASE 3. 약사 : 혹시 ‘인(P)’라고 들어보셨습니까?
환자 : 사람 인(人)이요?
☞ 환자에게 해당하는 질병과 복용할 약의 상관관계 등에 대해 설명해주면 약을 더 잘 복용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이런 경우에는 "인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 인’이고, 환자 분께 다음으로 중요한 인은 ‘인산’ 또는 영어로는 ‘P’로 표시하는 것으로서 우리 몸에 필요한 성분 중 하나로 너무 많아도 안되고 적어도 안 되는 중요한 성분입니다.
만성신부전 환자에게 흔히 높아서 문제가 되며, 높은 인산 수치는 뼈를 약화시키게 됩니다"라고 설명하면 효과적.
CASE 4. 환자 : 술 먹어도 됩니까?(술 좋아하는 환자)
☞이러한 질문들은 남성 환자들이 흔히 묻는다. 간혹 "일년에 몇 번 정도는 과음해도 되는 것 아니냐" 혹은 "한 잔도 안되냐"면서 약사가 호응해주길 유도질문을 하는 경우도 있다.
술에 관한 질문에서 약사는 환자의 심리를 짚어주면서도 단호한 입장을 취하는 것이 필요하다. 환자의 질환과 연관지어 술이 미치는 영향을 이야기 해주는 것도 중요하겠다.
예를 들어 통풍환자라면 요산 수치를 높여준다, 당뇨환자라면 혈당에 나쁜 영향을 준다는 것 등도 좋다.
CASE 5. 환자 : 약은 오래 안 먹어도 되요. 제게는 해결책이 있어요. 이 책(성경책) 안에 있지요.
☞ 종교에 심취한 환자 중 극히 일부는 약 복용의 의미를 잘 모르고 종교적인 힘에 의지해 보려 한다.
대부분의 약의 기대효과를 설명하면 수긍하는 경우가 많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이렇게 난감한 상황일 때에는 "하나님께서 도와주시는 것이 중요하지요, 그런데, 저도 하나님이 보내서 온 약사입니다. 약 처방을 내신 분도 하나님을 믿는 신자 분이실 수 있습니다"라고 응대하면서 모든 일이 신의 뜻 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임을 이해시킨다.
CASE 6. 환자 : 이 약이 엄청 맛이 안 좋아요. 쓰고 매워요.
☞ 알약을 물과 함께 삼켜 복용하지 않고 씹어 먹으면 약효가 더 좋다고 오해를 하고 있는 환자다.
이럴 때엔 알약이 왜 알약으로 나와 있는가에 대한 설명을 효과와 함께 설명해주면 환자가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따라서 "씹어 드시지 않아도 대부분의 약은 위에서 금방 녹고, 씹어서 드신다고 더 효과가 잘 나는 것은 아닙니다. 입안에 안 좋은 증상이 생길 수도 있고, 일정하게 약효가 지속되도록 만들어진 약이 씹음으로써 약효가 너무 강하게 날 수도 있습니"라고 하는 것이 좋다.
CASE 7. 약사 : 이 약(글루코바이)은 음식을 복용하면서 드셨나요? 환자 : 네, 밥 먹다가 씹어서 먹었어요.
☞ 약의 복약지도 사항에 '씹어 복용하지 마십시오'라는 문구를 보고 '누가 약을 씹어 먹겠나' 하고 약사들은 생각할 지도 모른다. 이에 대해 홍 약사는 "이러한 생각은 착각"임을 분명히 했다. 실제 그런 환자가 있기 때문에 그런 문구가 있는 것이기 때문.
약사가 주의사항이나 부작용을 선택할 때 단순한 생각으로 중요한 문구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밥 먹다 씹어 먹었다고 고백하는 환자에게 "씹어 드셨다고요? 그럴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그냥 물로 드세요"라고 말하면 곧바로 환자는 이렇게 답할 것이다. "난 또 밥 먹으며 먹으라고 해서 반찬처럼 씹어서 먹는 줄 알았지."
김정주
2006.08.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