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의료
시스템 개선·파트너십 활용·강점 집중
의약분업 이후 처방 조제를 넘어 다양한 수익구조를 갖추기 위한 취급 품목의 다각화가 약국가의 화두로 등장한지 여러 해가 지났다. 본지가 두 번의 신년특집을 통해 진단해 본 약국경영 성공전략에서도 다각화는 대형화, 인테리어 강화, 전문성 강화, 소비자 중심 서비스 마인드 확충 등과 함께 중요한 과제로 지적됐다. 하지만 너도나도 다각화를 부르짖어 왔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통해 뚜렷한 성과를 본 사람은 많지 않다. 과연 다각화는 여전히 약국경영활성화의 대안이 될 수 있는지, 어떻게 진화해 가야 할 것인지 진단해봤다.
<연재 순서>
① 약사 정체성 존립 위한 ‘약국네트워크’ 유지의 키워드
② 약국... ‘건강’의 드넓은 블루오션으로 나가라!
③ 끊임없는 혁신 & New-age 약사에서 희망 찾는다!
지난 두 번의 기획 연재를 통해 약국의 다각화가 큰 틀에서 왜, 어떤 방향으로 나가야하며, 그런 다각화들의 가능성은 어디서 발견될 수 있는지를 살펴봤다. 하지만 정작 많은 분들이 “그런 거창한 이야기들을 하지 않아도 그 동안 숱한 품목들을 시도해 봤지만 큰 성과를 보지 못했다. 결국 이상적인 이야기일 뿐 현실과는 동떨어진 주장이다”는 반응을 보였을지도 모른다. 그럼 도대체 약국이 다각화에 성공하기 어려운 원인이 도대체 어디에 있으며,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이론적으로는 다양한 품목을 취급하면 그만큼 더 다양한 고객들이 약국을 찾아야 하는 것이 정석이고 기존 고객들도 다양한 선택의 폭을 가질 수 있으니 약국매출이 높아지는 것은 당연한 결과가 돼야 한다. 또 건강/뷰티 관련 관심이 높아지고 노령사회가 도래하고 있으니 건강기능식품이나 한약, 약국화장품 등을 들여놓으면 매출이 쑥쑥 올라가는 게 마땅한 일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다.
진열·관리·품목순환 부실
우선 약국가에서 가장 손쉽게 발견할 수 있는 문제가 바로 디스플레이와 인테리어, 그리고 포스 등 약국관리 시스템의 부실함이다. 최근 온누리 등 체인약국의 노력으로 상당수 약국들이 이 부분에 경쟁력을 높여가고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약국들은 이 부분에서 낙제점을 받을 수밖에 없다. 답은 바로 인근에 있는 24시간 편의점이나 대형마트를 가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그들이 고객의 동선이나 심지어 시선의 높이, 품목간의 연계성까지 감안하며 적절한 곳에 품목을 배치하고 또 수시로 판매 데이터를 분석해 계절, 매출추이에 따라 시시각각 품목과 배치를 변화시키는 것에 비하면 대부분의 약국은 전혀 관리가 되고 있지 않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제품의 순환도 문제다. 약국의 주요 품목군인 의약품과 의약부외품은 그 특성상 식품이나 기타 공산품에 비해 제품의 개선이나 신제품 출시에 의한 순환 속도가 느릴 수밖에 없었다. 한마디로 안쓰면 너희들 생명에 문제가 생기니 공급 되는대로 쓰라는 식이었다. 특정 도매의 특정 사원과의 끈끈한 인간관계에 의존하는 제품 유통시스템도 이런 문제를 부추긴다. 약국도 새로운 제품에 대한 적극적인 선별을 통한 순환에 충분한 노력을 기울이지 못하고 있다.
인터넷의 활성화로 고객의 눈높이가 폭발적으로 높아지기 시작한 2000년 즈음 의약분업이 시작됨으로써 약사들이 스스로 이러한 부분에 노력을 기울일 시간적 여유와 동기가 부족해진 것도 문제를 심화시킨 한 원인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점차 의약품의 상대적 시장가격은 낮아지고, 고객은 약국의 이런 사정을 봐주지 않는다는 점이 문제다.
후발 진출... 전문성·상담력도 부족
그럼 건강기능식품이나 화장품 같은 품목들은? 이 품목들의 유통채널을 약국시장이 독점적으로 선점했다면 상황은 좀 달랐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이미 방판이나 전문점, 뒤이어 등장한 인터넷과 TV 홈쇼핑이 약국보다 먼저 유통을 점령해 버렸다. 가격측면에서도 열세다.
대약 엄태훈 기획실장은 “약국이 다각화를 시도한 품목들은 이미 약국 외의 채널들이 강력한 유통망을 형성해 버린 경우가 많습니다. 약국이 유통채널로서의 편의성이나 효율성이 떨어지다보니 뒤늦게 시장에 진입했다고 해도 고객들은 빼앗아 올 수 없는 없다”고 단적으로 지적했다. 시장의 선점에 실패한 상태에서 지금까지와 같은 다각화는 성공이 힘들다는 것이다.
전문성과 상담력의 부족도 문제다. 약사가 전문성이 부족하다니 무슨 소리냐고? 물론 약사의 의약품에 대한 전문성은 높다.
하지만 그것과 건기식이나 화장품에 대한 전문성과는 차이가 있다. 충청대 피부미용학과 김상현 겸임교수는 “피부관리나 화장품에 관한한 오히려 약사나 의사와 같은 전문가들이 소비자인 일반인보다 상식과 전문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지적했다.
특히나 요즘 소비자들은 타 서비스분야에서 제공하는 고객 위주 상담이나 서비스에 익숙해져 약국이나 의원의 딱딱하거나 고압적인 상담에 거부감까지 갖게 된다.
취재과정에서 보게 된 DOP 홍성광 약사의 한 중년 주부에 대한 여성폐경기 상담은 자녀문제와 남편문제를 거쳐 심지어는 인생상담까지 장장 30분을 넘어 갔다. 상계온누리약국 박지남 약사도 처방전의 정보를 보고 “어디어디가 안좋으세요?” 하며 환자의 증상을 묻고 환자가 궁금해 하는 증상에 대해 일반인이 이해하기 쉬운 말들로 꼼꼼히 설명해 주는 성의가 담겨 있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많은 약국들이 바쁘다는 이유로, 혹은 어색함이나 상담력의 부족으로 형식적인, 혹은 판매를 위한 상담이나 권유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냉정한 평가... 혁신 노력만이 해법
이런 원인들은 사실 잘 알고 있으면서도 근원적인 해결이 쉽지 않은 문제다. 또 오랜 세월 현실적인 한계들 속에서 고착된 사람의 스타일이라는 것을 순식간에 바꾼다는 것도 어려운 일이 분명하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성공적인 다각화를 통한 보다 밝고 보람찬 약국과 자신의 장래를 꿈꾸는 약사라면 좀 더 솔직한 심정으로 이런 문제들에 대해 스스로의 성적표를 엄격하게 매겨볼 필요가 있다. 소비자로서 자신이 백화점이나 편의점, 커피전문점과 같은 타 유통채널에서 받고 있는 서비스들을 상기하며 잔인하다 싶을 만큼 엄정한 평가를 해 봐야 한다.
그리고 그들과 경쟁해도 뒤지지 않을 만한 수준으로 앞서 지적된, 혹은 지적되지 않은 서비스 부분에 대해 자신과 자신의 약국을 스스로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우선 기울여야 한다. 혼자의 힘으로 힘든 부분은 체인이나 전문 경영컨설팅의 도움을 받거나 약국관리나 전문품목에 전문성을 가진 믿을만한 파트너를 채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김상현 교수는 “화장품의 경우 가까운 친척 중 믿을만한 젊은 여성 중 미용에 관심이 많은 사람에게 교육기회를 부여하고 약국에서 별도로 화장품 상담/판매를 맡기는 것도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추천했다.
제품 순환 문제는 최근 급성장한 인터넷 쇼핑몰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한 대안이 될 수 있다. 홍성광 약사는 “인터넷 쇼핑몰은 회전일이 없기 때문에 공급자들이 수입이나 생산공급에 좀 더 적극성과 과감성을 가질 수 있도록 해줌으로써 보다 다양한 제품의 공급을 가능케 했다. 약사들도 이를 적극 활용한다면 소비자들의 다양한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는 아이템들을 갖추는데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엄태훈 실장도 유통채널의 선점 측면에서 아직 의약부외품 시장은 약국에 우선권이 많이 남아있는 만큼 이 시장을 적극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강점 특화·동업 통한 시너지도...
또는 무조건 다양한 품목을 취급하는데만 치중해 어는 것에도 집중하지 못하는 것 보다는 자신의 전문성이 어디에 있는지를 파악해 일반약이면 일반약, 건기식이면 건기식 등 특정 분야에 특화된 약국운영에 집중하는 편이 효과적이다.
나아가 ‘내 약국’만을 고집하며 나홀로 약국의 현실적 한계들에 짓눌리기 보다는 경영, 품목관리, 상담, 조제, 건기식, 화장품 등 각각의 분야에 전문성을 가진 마음이 잘 맞는 약사들 끼리 모여 규모나 자금력 측면의 시너지 효과를 추구하고, 전문성과 서비스 측면에서 전체적인 완성도를 높이는 것도 바람직한 선택이 될 수 있다. 이 경우 덤으로 일년 365일 약국에 매여 지내야 하는 어려움도 해소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는 장점까지 따라온다.
이런 변화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약국이 현실에 안주하거나 미온적 변화에 그친다면 약국에 미래는 있을까? 대약 엄태훈 실장은 “약사회는 가급적 극단적인 소수를 제외한 모든 회원들이 다각화와 경영활성화에 성공해 약국네트워크를 유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지만 스스로 변화를 거부하는 이들에게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미 시대 변화에 민감한 약국들은 나름대로 다양한 변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한 새롭게 배출되는 신세대 약사들은 이 무섭게 변화하는 시대 환경 속에서 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사회가 요구하는 서비스를 체득하고 변화에 적극적인 체질을 갖고 약국의 새로운 트랜드를 신속하게 구축해 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지호
2008.0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