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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화사고 보험 "정의가 애매하다"
최근 약화사고에 대한 의식이 높아지면서 관심이 급증하고 있는 약화사고 보험이 명확한 보상기준이 부족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가입은 늘고 있지만 약관상 보상규정이 애매모호하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지적.
약화사고 보험은 크게 2개 상품군으로 구별된다. 3년~10년 안팎의 가입기간에 따라 납입한 보험료의 70~90%를 환급받을 수 있는 환급형과, 연단위 체결로 환급금은 없는 소멸성으로 나눠진다.
지금까지는 약국이나 약사가 개별적으로 재고 의약품과 근무약사 수 등에 따라, 월납입금 5만원에서 10만원이 넘는 수준에서 관련 계약을 체결하는 환급형이 주류였다.
하지만 약화사고 보험 가입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보험가입 효율을 높이고 비용을 줄이자는 취지에서 각 약사회별 소멸성 단체가입이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다.
◇ 인천시약 단체가입 성사
지난 9월 인천시약사회에서는 L사의 '사업번창 안심보험'에 200명에 가까운 단체가입을 성사시켰다. 또 최근 구성된 대한약사회 민생회무TFT에서도 회의를 통해 약화사고 단체보험가입을 우선과제로 선정했고, 단위 약사회로는 전북약사회와 고양시약사회 등도 가입을 추진중이다.
인천시약사회가 약사회 단위로는 단체가입을 처음으로 체결한 L사의 약화사고 보험은 1년계약에 보험료는 3만원 상품이다. 환급형이 아닌 소멸성으로 1년 3만원이라는 비교적 저렴한 비용에 1인당 사고 2천만원, 사고당 1억원까지 보상이 되는 상품이다.
◇ 약관상 보상규정 '애매모호'
약화사고 보험은 현재 인천시약사회가 단체가입한 L사 상품과 함께 경상지역을 중심으로 가입이 많은 D사의 상품을 포함해 2개 업체의 상품이 집중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이들 2개 상품은 약화사고 보험을 위해 구체적으로 특화된 상품이라기 보다는 의약품을 포함해 신체 상해, 약국내 사고 등을 모두 포함하는 화재보험의 성격이 강하다. 또 중복지급이 되지 않아 2개 이상의 보험에 가입하는 것이 별다른 의미가 없다.
일부 관계자은 이들 상품의 보험 약관에 나와 있는 '보상하는 경우'와 '보상하지 아니하는 경우'에 대한 정의 부분이 불명확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이들 보험상품의 약관은 정상적인 조제행위를 통해 발생한 '우연한 사고'에 대해서만 보상을 하고, '고의적'으로 일어난 사고에 대해서는 보상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실수로 일어난 사고'나 '돌발적인 사고' 등 약화사고 성격에 맞는 구체적인 약관상 정의는 거의 없는 상황이다.
상식적으로 고의적으로 약화사고를 일으킬 일은 없다는 가정 아래, 실수와 같은 이유로 일어난 약화사고를 '우연한 사고'로 해석할 수 있느냐가 보험가입의 화두가 되는 셈이다.
단체가입을 추진중인 한 약사회 관계자는 "보험사를 통해 약관상 보상하는 사고의 정의를 명확히 구분을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이에 대해서는 신통찮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면서 "적절한 보상에 대한 고민보다 상품판매가 우선시 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전했다.
또다른 한 지역 약사회 관계자도 "대부분의 보험이 화재보험 성격이 강하고, 약화사고에 대한 부분은 보상 규정이 미약하고 애매하다"고 설명하고 "단체가입을 준비하기 위해 관련 설문조사를 진행하려다 마땅한 상품을 찾지 못해 일정을 미뤘다"고 전했다.
◇ 특화보험 도입 필요
약화사고 보험은 약국 시설이나 의약품, 신체상해, 약국에서 발생하는 사고보다는 '약에 의한 사고'에 초점을 맞춘 상품이 필요하다. 이에따라 단체가입을 추진중인 각 약사회에서는 보험사를 상대로 특화된 상품의 개발을 주문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한 약사는 "약화사고 보험은 상황이 발생했을 때 당사자와 합의를 슬기롭게 이끌어 내고, 적절한 보상금을 지급하는데 필요성이 있다"면서 "건물이나 설비, 의약품에 대한 화재보험은 일반적인 보험으로도 보상이 가능하겠지만 약화사고 보험으로 특화된 상품이 없어 가입이 망설여진다"고 전했다.
이 약사는 "지금까지 살펴본 약화사고 보험의 경우 확실한 잣대가 부족한 것 같다"라고 전하고 "규정상 '우연한 사고'의 범위는 해석하기 나름이라 막상 상황이 발생하고 나면 이 부분 때문에 논쟁이 있지 않을까 염려된다"고 전했다.
임채규
2008.1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