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의료
"드링크 팔며 주민번호 받아라…황당하다"
"드링크 한병 사는 사람에게 주민등록번호를 받으라니 말이 되는 이야기입니까"
일선 약국에서는 최근 바뀐 부가가치세 관련 법령에 따라 모든 현금매출과 관련해 구매자의 신상정보를 물어야 하는 황당한 일이 반복되고 있다.
부가가치세 관련 법령이 바뀌면서 지난달 1일부터 약국이 현금매출명세서 제출 업종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만약 부가가치세 신고에서 현금매출명세서를 제출하지 않거나 실제 수입금액과 제출자료가 다를 경우 0.5%에서 1%의 가산세가 부과된다.
쉽게 말해 모든 현금매출과 관련해 구매자의 주민등록번호를 확인해 반영해야 하고, 이를 어길 경우 가산세로 불이익을 받게 되는 것이다.
지난 6월초 기획재정부는 현금매출명세서 제출 업종에 약사 등 전문직종을 대거 포함시켰다. 포함된 업종은 변호사, 심판변론인, 변리사, 회계사, 세무사, 경영지도사, 기술지도사, 감정평가사, 손해사정인, 통관업, 기술사, 건축사, 도선사, 측량사, 공인노무사, 약사, 한약사, 수의사 등이다.
약사는 7월 1일부터 간이과세사업자 예외 업종으로 분류되면서 간이과세사업자 적용이 사라졌고, 자연스럽게 이들 현금매출명세서 제출 전문직종에 포함됐다.
하지만 해당된 전문직종 가운데 약사는 약국을 통한 거래금액이 크지 않은 소매업에 가까운 형태라 포함시키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대부분의 전문직종은 거래금액이 크고 소수를 상대로 하지만 약국은 반대라는 것이다.
더욱 문제는 대부분의 약국에서 이같은 사실을 모르고 있어 부가세 신고작업에 들어갈 경우 현금매출명세서를 맞추기 위해 경우에 따라서는 상당히 많은 개인정보를 필요로 할 가능성도 있다.
이에 대해 한 개국약사는 "약국은 다른 전문직종과 달리 동전 거래도 많은 직종 아니냐"면서 "어떻게 이런 매출자료를 전부 제출하라는 것인지 이해가 안된다"라고 전했다.
이어 "몇백원, 몆천원 지불하는 구매자가 이런 정보를 아무렇지 않게 알려주겠느냐"면서 "도대체 약사와 약국의 운영형태에 대해 1초라도 고민을 한 법령인지 모르겠다"라고 지적했다.
개인정보를 묻고 반영하는 업무가 늘어나는 것도 문제지만 매출과 관련한 모든 개인정보를 어떻게 모두 처리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또다른 개국약사는 "세무사로부터 개인정보로 처리가 불가능한 경우 국세청에서 부여한 번호로 현금 영수증 처리를 하라고 전해 들었다"면서 "매월 모아서 처리하라고 하지만 과연 가능한 일인지 모르겠다"라고 전했다.
이와 함께 "이런 법령이 시행되고 한달이 지나도록 약사회는 무엇하고 있는가"라면서 "강력하게 현실에 맞게 조정해야 한다는 뜻을 전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제도가 시행된 상황에서 당장은 약국을 배제하는 일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 세무사는 "다른 직종은 거래를 시작하면서 이미 일정 수준의 개인정보를 받는다"면서 "하지만 약국은 거래 금액이 크지 않은 소매업종이라는 만만찮은 일"이라고 전했다.
이 세무사는 "일단 제도가 시행된 상황에서 약사만 빼달라고 하는 일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소액, 다수 거래인 약국 운영형태를 집중적으로 이해시켜야 가능한 부분"이라고 전했다.
임채규
2010.08.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