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의료
법원, 약국개설 공간 기능적 독립이 '잣대'
일부 병원으로 사용되고 있는 복합건물, 병원과 약국이 별도의 출입문을 사용하더라도 법원은 약국 예정지가 건물 내 의료기관과 공간적 기능적으로 독립을 우선으로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지법 행정1부(고규정 부장판사)는 윤모(46) 씨가 부산 북구보건소장을 상대로 제기한 약국개설등록신청거부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A빌딩은 건물 소유자인 주식회사 B그룹으로부터 김모씨가 건물 일부인 지하 1층, 지상 1층(응급실), 지상 2~10층, 11층 일부를 임차해 운영하는 병원이 개설 돼 있었다.
또한 건물 1층에는 편의점, 커피전문점이, 11층 일부에는 치과의원, 12층은 미용실, 태권도장, 사무실, 13층은 골프연습장, 학원, 음식점등이 있었다.
부산 북구보건소는 약사법 20조 5항에 의거 해당 상가는 의료기관의 시설 내에 위치한다며 개설 불가 판정을 내렸다.원고 윤씨는 약국 예정지가 병원 출입구와 거리를 두고 별도의 문이 따로 있고, 대로변에 있어 병원 이용과 관계없이 누구나 쉽게 출입할 수 있으며, 입점 건물은 여러가지 용도로 사용되는 복합건물임을 이유로 보건소가 약국 개설 신청을 불허한 것은 위법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걷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약국 출입문과 인접한 이 건물 전면 출입구를 이용하고, 병원 응급실이 1층 전체 공간에서 주차 타워를 제외하고 약 50%를 차지하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약국 예정지는 건물 내 병원과 공간 및 기능적으로 독립돼 있지 않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 외에도 외부간판을 보면 이 건물 전체가 병원 및 그 부속시설로 보이고, 약국 옆에 있는 편의점 상호가 병원 이름과 유사한 점, 이 사건 병원이 총 14층 중 지하 1층~지상11층, 14층의 일부까지 사용하고 있는 점 등을 판단의 근거로 들었다.
이어 "1층 편의점, 커피숍, 11층 치과의원은 병원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주로 이용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 라며 "건물 구조를 살펴보면 위치와 구조상 약국 위치가 병원과 공간적으로 독립돼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이 사건의 소송 대리인측 관계자는 "다른 병원들의 유사한 사례들을 입수해 제시했던 만큼 약국개설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재판부가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이번 판결은 1층에 응급실이 있느냐 없느냐가 약국개설 가능한지 여부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를 말해주는 사례"라고 했다.
이와 반면 지난해 10월 경기 성남의 한 복합상가 내 내과의원과 어학원이 들어선 7층에 점포를 임대해 약국개설등록을 신청했으나 성남시가 이를 반려하자 신청자가 소송을 냈다.
수원지법은 최근 같은 층이라도 일반 점포와 함께 입주해 있고, 병원과 특별한 인적 관계가 없다면 약국개설을 불허한 조처는 잘못됐다는 판결이 나왔다.
재판부는 "약사법상 약국개설장소 제한 규정은 의료기관과 약국 간의 담합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며 "다중이용시설 내 같은 층에 의료기관과 약국이 들어섰다는 것만으로 개설을 불허한 것은 재량권을 남용했다"고 판시했다.
박재환
2011.04.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