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CRO 시장 1조원 눈앞…'규모'보다 글로벌 '연결'이 관건
2024년 71개사 매출 9835억원…전년 대비 20.9%↑
복합제·특수제형으로 초기임상 다변화…호주 CTN·세제지원 부상
씨엔알리서치·LSK·디티앤씨알오 등 사업영역별 경쟁력 다변화
입력 2026.10.06 06:00 수정 2026.10.06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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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태곤 서울부민병원 임상시험센터장이 서울성모병원 임상약리과 개설 20주년 ‘AI 신약개발 규제과학 학술심포지엄’에서 발표하고 있다.©약업신문=권혁진 기자
9월 30일 서울 강남구 엘리에나호텔에서 열린 ‘AI 신약개발 규제과학 학술심포지엄’ 현장.©약업신문=권혁진 기자

국내 임상시험수탁기관(Contract Research Organization, CRO) 시장이 1조원을 눈앞에 두고 있다. 시장 규모는 커졌지만 경쟁 기준은 달라지고 있다. 단순 임상 수행을 넘어 글로벌 개발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연결·관리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KoNECT)에 따르면, 2024년 국내 소재 임상 CRO 71개사의 매출은 9835억700만원으로 전년 대비 20.9% 급증했다. 양적 팽창과 함께 제약·바이오 기업의 해외 임상 수요가 늘면서, 데이터 품질 관리 등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는 고도화된 전문성이 요구되고 있다.

약업신문은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KoNECT) 실태조사, 호주 TGA 제도 및 ICH 가이드라인 등을 종합해, 전환기를 맞은 초기임상 시장 현황과 토종 CRO들이 직면한 글로벌 경쟁 과제를 짚어봤다.

제네릭 넘어 복합제·특수제형…초기임상 판 바뀐다

 

국내 초기임상 시장은 제네릭 중심에서 복합제와 특수제형 중심으로 옮겨가고 있다. 이런 변화는 최근 열린 학술심포지엄에서도 확인됐다.

홍태곤 서울부민병원 임상시험센터장은 9월 30일 서울 강남구 엘리에나호텔에서 열린 'AI 신약개발 규제과학 학술심포지엄'에서 '국내 초기 임상시험 현재와 나아갈 길'을 주제로 발표했다. 홍 센터장은 제네릭과 개량신약을 중심으로 한 시장 변화를 짚었다.

 

홍 센터장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생물학적동등성시험(생동성시험)은 2021년 505건이다. 올해 1~9월에는 150건으로 집계됐다.

2021년 시험이 급증한 데는 직접 생동 여부에 따라 약가를 차등한 2020년 7월 약가제도 개편이 영향을 미쳤고, 올해 8월부터는 산정률을 낮추는 개편이 진행 중이다.

홍 센터장은 "약가 정책 변화로 단순 제네릭 중심의 개발 환경이 달라지고 있다"며 "복합제와 제형 변경 등 개발 난도가 높아지는 만큼 이를 뒷받침할 초기임상 수행 역량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서울부민병원 임상시험센터의 수행 실적을 소개했다. 센터의 임상 1상 수행 이력에는 고지혈증 3제 복합제 11건, 구강붕해정 21건, 서방형 제제 3건 등이 포함됐다. 올해 피타바스타틴·에제티미브 복합제 생동성시험은 16건으로 제시됐다.

항암제 생동성시험은 지난해 EGFR 티로신키나아제억제제(TKI) 계열 폐암 치료제가, 올해에는 전립선암 치료제와 ALK 억제제 계열 폐암 치료제 등이 포함됐다.

홍 센터장은 "단순 제네릭을 넘어 복합제와 제형 변경 등으로 개발전략이 다양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이를 지원할 초기임상의 전문성도 중요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호주로 향하는 초기임상…CTN·세제지원이 유인

신약개발 기업의 초기임상 무대는 해외로도 확대되고 있다. 특히 호주는 국내 바이오기업이 초기임상 국가로 검토하는 주요 지역 중 하나다.

호주 의약품관리청(TGA)은 미승인 의약품·의료기기 등 치료용 제품(therapeutic goods)을 사용하는 임상시험에 대해 현지에서 임상시험신고(Clinical Trial Notification, CTN) 제도를 운영한다.

CTN 방식에서는 신고 단계에서 TGA가 임상시험 데이터를 직접 평가하지 않는다. 임상 개시 절차는 인간연구윤리위원회(HREC)와 시험기관 승인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호주 정부는 연구개발(R&D) 세제지원도 실시한다.

현행 R&D Tax Incentive에 따라 합산 매출(aggregated turnover) 2000만 호주달러 미만의 적격 기업은 기업세율에 18.5%포인트를 더한 환급형 세액공제를 적용받을 수 있다. 개발 초기 현금 부담이 큰 바이오벤처에는 이런 절차와 비용이 임상 국가 선정의 변수가 될 수 있다.

다만 적합한 임상 국가는 적응증과 임상 단계, 환자 모집 가능성 등에 따라 달라진다. 국내 CRO 입장에서는 임상을 국내에 유치하는 것만큼 고객사가 해외로 나간 뒤에도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는 역량이 중요해지고 있다.

 

해외 임상 늘수록 품질·규제 대응이 경쟁력

해외 임상이 늘면서 글로벌 규제환경에 대응하는 CRO의 역할도 커지고 있다.

국제의약품규제조화위원회(ICH)의 임상시험관리기준 'ICH E6(R3)'은 스폰서가 CRO 등에 임상 업무를 위탁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다만 시험대상자 보호와 데이터 신뢰성을 포함한 최종 책임은 스폰서에게 남는다고 명시한다.

이에 따라 서비스 제공자의 적합성 평가와 주요 위탁업무에 대한 감독도 요구된다. CRO 선정 기준도 비용과 인력에서 다국가 프로젝트 관리, 국가별 규제 대응, 데이터 품질과 재위탁 관리 능력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해외 사이트와 현지 규제를 연결해 임상 프로젝트의 연속성을 확보하는 능력이 중요해지는 이유다.

비임상부터 임상까지 개발단계를 잇는 역량도 경쟁 요소다. 후보물질의 독성·효력 평가부터 임상시험계획(IND), 초기임상과 후속 글로벌 임상까지 개발과정이 이어진다. 단계별 데이터를 다음 개발전략으로 연결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비임상부터 풀서비스까지…CRO 경쟁축 넓어진다

국내 CRO들도 사업영역별 경쟁력을 확대하고 있다.

씨엔알리서치는 임상 운영, 데이터 관리(DM), 통계 분석, 인허가(RA)까지 아우르는 풀서비스(Full-Service) CRO다. 국제 임상 데이터 표준(CDISC) 기반의 자체 IT 플랫폼으로 데이터 관리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최근 일본 EPS 그룹 한국법인(EPSI Korea) 지분을 인수해 한·일 기업의 교차 진출과 다국가 임상시험 지원을 추진한다.

LSK글로벌파마서비스(LSK Global PS)는 2000년 설립된 1세대 풀서비스 CRO로, 임상 운영, 데이터 관리, 통계, 약물감시(PV) 등을 수행한다. 국제의약품규제조화위원회 임상시험관리기준(ICH GCP)에 기반한 표준작업지침(SOP)을 구축해 임상시험 전 과정을 관리한다. 대만 지사 등 해외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다국가 임상시험을 지원한다.

서울CRO는 차병원·차바이오그룹의 의료 및 연구 인프라를 연계한 임상 CRO다. 병원 임상의 자문과 임상시험센터를 바탕으로 진료 현장을 반영한 임상시험계획서 설계와 시험 수행을 지원한다. 세포·유전자치료제(CGT) 등 첨단바이오의약품 분야에서도 임상 전략 수립과 인허가(RA)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한다.

디티앤씨알오는 비임상 GLP 시험부터 생동성, 초기·후기 임상시험까지 신약 개발 전 주기를 지원하는 풀서비스 CRO다. 자체 PK·PD(약동학·약력학) 센터를 운영하며 비임상 유효성·독성 데이터를 초기 임상시험계획(IND) 설계로 연계한다. 모기업 디티앤씨(Dt&C)의 ICT를 접목한 스마트 임상 플랫폼으로 개발 기간과 비용 단축을 돕는다.

바이오톡스텍은 독성·안전성약리 등 비임상 GLP 분야의 인증과 시험 수행 이력을 갖춘 CRO다. 2015년 미국 FDA의 GLP 현장 실사를 받았으며, 미국·일본·유럽 등의 허가 당국에 수백 건의 자료를 제출한 이력이 있다. 피부·안점막 자극시험, 유전·면역독성시험 등을 통해 합성의약품과 바이오의약품의 안전성을 평가한다.

코아스템켐온은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사 코아스템과 비임상 CRO 켐온이 합병해 출범했다. 독성·유효성·약물동태 등의 평가 서비스를 제공하며, 의약품 외에 건강기능식품·화장품·의료기기도 평가한다. 올해 1월에는 식약처 주관 ‘줄기세포 기반 배자발생 동물대체 독성시험법 개발 연구’ 과제의 주관연구기관으로 선정됐다.

안병진 씨엔알리서치 사장은 "국내 임상 CRO 시장은 이제 1조원에 가까워졌다"며 “앞으로는 국내에서 축적한 임상 수행 경험을 초기임상과 해외 임상, 규제 대응까지 확장해 제약바이오기업의 글로벌 개발을 함께하는 산업으로 한 단계 더 성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채규 디티앤씨알오 대표이사는 "국내 CRO 산업은 단순 수탁을 넘어 신약개발 전반의 효율성을 높이는 핵심 산업으로 자리잡고 있다"며 “비임상과 임상, 인허가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통합 역량이 CRO 경쟁력을 가를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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