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껍데기는 가라” 26조원 ADC 시장, 개발사 난립 속 선별 기준은?
ADC 시장 급성장에 개발사 난립…투자자는 데이터 투명성 따져야
'표적 발현·치료역·초기 임상 데이터 가치'가 ADC 경쟁력 핵심
작년 글로벌 ADC 시장 최대 26조원 추산…엔허투 등 블록버스터 매출 확대
입력 2026.06.29 06:00 수정 2026.06.29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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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atGPT(AI로 생성한 이미지)
자임웍스 의약화학 부문 라파엘레 콜롬보 총괄이 25일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열린 ‘제52차 대한암학회 학술대회’에서 발표하고 있다.©약업신문=권혁진 기자

제약바이오 업계에 그야말로 ADC(항체약물접합체) 열풍이 불고 있다. 시장의 관심이 커진 만큼, ADC라는 이름표만 붙여 기업가치를 키우거나 투자유치에 나서는 행태를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쏟아지는 기업들의 ADC 신약 개발 발표 속에서 투자자는 어떤 기업을 진짜 경쟁력 있는 ADC 개발사로 봐야 할까. 지난 25일 ‘제52차 대한암학회 학술대회’에서는 이 질문에 답할 최소한의 판단 기준이 제시됐다.

글로벌 ADC 신약개발 기업 자임웍스(Zymeworks) 의약화학 부문 라파엘레 콜롬보(Raffaele Colombo) 총괄은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열린 학회에서 ‘차세대 항체약물접합체: 혁신적 항체 엔지니어링과 링커-페이로드 설계’를 주제로 발표하며 차세대 ADC의 핵심 조건을 설명했다.

자임웍스는 이중특이항체와 ADC 플랫폼 기반 항암 신약개발 기업이다. 자체 개발 HER2 표적 이중특이항체 ‘지헤라(Ziihera, zanidatamab-hrii)’는 재즈 파마슈티컬스(Jazz Pharmaceuticals)를 통해 미국에서 상업화됐다. 지헤라는 2024년 11월 FDA로부터 가속승인을 받았으며, 2025년 담도암 적응증에서 순제품매출 약 2500만 달러(약 383억원)를 기록했다.

ADC는 암세포 표적을 인식하는 항체에 약물 성분인 페이로드(payload)를 링커로 연결한 치료제다. 항체는 암세포를 찾아가는 운반체 역할을 하고, 링커는 항체와 페이로드를 연결하며, 페이로드는 실제 약리 작용을 담당한다. 

콜롬보 총괄은 “ADC는 중요한 치료제이지만 매우 복잡한 약물”이라며 “차세대 ADC는 새로운 표적, 새로운 페이로드, 새로운 링커, 환자 선별 바이오마커, 약동학·약력학(PK/PD)에 대한 이해가 함께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간 최대 26조원 시장으로 커진 ADC”

ADC가 열풍인 이유는 ADC 치료제 시장이 이미 대형 시장으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별 추정치는 다소 다르지만, 2025년 글로벌 ADC 시장 규모는 약 145억~169억 달러(약 22조3000억~25조9000억원) 수준으로 평가된다. 시장조사기관 그랜드뷰리서치는 2025년 ADC 시장을 약 145억 달러(약 22조3000억원)로, 글로벌마켓인사이트는 약 169억 달러(약 25조9000억원)로 추산했다.

대표 제품 매출도 이미 블록버스터급이다. 각사 발표에 따르면, 2025년 매출 기준, HER2 표적 ADC ‘엔허투(Enhertu)’는 약 49억8200만 달러(약 7조6500억원), 같은 표적인 ‘캐싸일라(Kadcyla)’는 약 20억2500만 스위스프랑(약 3조8300억원)을 기록했다.

이어 CD79b 표적 ADC ‘폴라이비(Polivy)’는 약 14억7000만 스위스프랑(약 2조7800억원), TROP2 표적 ADC ‘트로델비(Trodelvy)’는 약 14억 달러(약 2조1500억원), 넥틴-4 표적 ADC ‘패드셉(Padcev)’은 약 2212억엔(약 2조1100억원) 매출을 올렸다. 투자자와 시장이 ADC에 주목하는 이유다.

투자자 관점에서 콜롬보 총괄의 핵심을 정리하면 세 가지다. △환자 종양 내 표적 발현 수준 △페이로드와 링커 조합의 치료역 확보 가능성 △초기 임상 데이터의 용량·독성·환자 선별 전략 제시 여부다.

이 외에도 △단일 후보물질을 넘어 후속 파이프라인으로 확장할 수 있는 플랫폼 설계 역량 △ADC의 약동학·약력학(PK/PD) 및 조직분포 해석력도 중요 요소로 꼽힌다.

“유명·최초 표적보다 ‘좋은 표적’인지 봐야”

ADC 기업은 HER2, TROP2, EGFR, HER3, CLDN18.2 등 다양한 종양 표적을 내세운다. 그러나 유명하거나 세계 최초 표적이라고 좋은 ADC가 되는 것은 아니다.

콜롬보 총괄은 핵심은 해당 표적이 암 조직에는 충분히 발현되고, 정상조직에는 상대적으로 낮게 발현되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상조직에도 표적이 많으면 항체가 암이 아닌 조직에도 결합할 수 있다. 이 경우 페이로드가 정상조직에 노출되면서 독성 부담이 커진다. 반대로 암 조직에서 표적 발현이 낮거나 환자마다 편차가 크면 임상 반응률이 흔들릴 수 있다.

콜롬보 총괄은 “ADC 표적을 평가할 때는 종양 내 발현량, 정상조직 발현, 원발암과 전이암 간 차이, 발현 균질성, 내재화 속도까지 함께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즉, ADC 표적 경쟁력은 ‘무슨 표적인가’보다 ‘암 조직에 충분히 발현되고 정상조직 독성을 줄일 수 있는 표적인가’에 달려 있다는 것.

“강력한 페이로드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페이로드는 ADC에서 실제 약효를 담당하는 약물이다. 기존 ADC에서는 미세소관 저해제, 토포아이소머레이스 I(TOP1) 저해제 등이 폭넓게 활용돼 왔다. 최근에는 RAS 저해제, 단백질분해제, ATR 저해제, STING 작용제 등 다양한 기전의 페이로드로 개발 영역이 확장되고 있다.

그러나 새로운 페이로드라는 말만 보고 긍정적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 더 중요한 것은 해당 페이로드가 표적, 암종, 환자군에 맞게 설계됐는지다. 강력한 페이로드를 붙여도 정상조직 노출이 크면 독성이 먼저 문제가 된다.

콜롬보 총괄은 “강력한 페이로드가 항상 더 좋은 ADC를 의미하지는 않는다”며 “임상 용량, 정상조직 표적 발현, 종양 침투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링커도 같은 맥락이다. 링커는 항체와 페이로드를 연결하고, 원하는 위치에서 약물이 방출되도록 조절하는 장치다. 단순히 안정성이 높다고 좋은 링커가 아니다. 혈액에서는 버티고, 종양세포 또는 종양 환경에서는 적절히 방출돼야 한다.

그는 “더 안정적인 링커가 항상 더 나은 답은 아니다”라며 “링커 안정성은 최대내약용량보다 안전성 프로파일에 더 큰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임상 데이터는 반응률보다 지속 가능성”

ADC 기업 임상 발표에서 투자자가 가장 먼저 보는 수치는 객관적반응률(objective response rate, ORR)이다. ORR은 암 크기가 일정 기준 이상 줄어든 환자 비율이다. 중요한 지표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ADC에서는 같은 반응률이라도 용량 감량, 투약 중단, 3등급 이상 이상반응, 혈액독성, 위장관 독성, 안구독성, 폐독성을 함께 봐야 한다. 높은 반응률이 나와도 환자가 약을 오래 유지하기 어렵다면 상업적 가치는 제한될 수 있기 때문이다.

환자 선별 기준도 중요하다. 표적 발현이 높은 환자만 포함했는지, 낮은 환자에서도 효과가 있었는지, 검사법과 컷오프가 명확한지 확인해야 한다. 이는 후속 임상과 허가 전략을 좌우한다.

학회에서 약업신문과 만난 비상장 항암신약 기업 사업개발(BD) 임원은 “ADC 신약이 시장에서 자리 잡으면서 관련 개발을 내세우는 기업이 빠르게 늘고 있다”며 “이런 흐름 자체는 산업 저변 확대라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충분한 기술 축적이나 개발 전략 없이 ADC라는 이름만 앞세워 투자 유치나 시장 기대감 형성에 집중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이 때문에 오랜 기간 ADC 기술을 진지하게 축적해 온 기업들의 가치가 함께 묻히는 점은 아쉽다”며 “경쟁력 있는 ADC 기업이라면 표적 선택 이유, 페이로드와 링커 설계 근거, 환자 선별 기준, 독성 관리 전략 등 데이터를 투명하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ADC 후보물질 개발, 공동연구, 투자, 기술도입 등을 통해 ADC 영역에 진입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GC녹십자, HK이노엔, 삼성바이오에피스, 삼진제약, 셀트리온, SK플라즈마, 유한양행, 일동제약·아이디언스, 종근당, 한미약품 등이 꼽힌다.

항체·링커·페이로드 등 ADC 핵심 기술을 앞세운 전문기업들도 가세하고 있다. 동아에스티·앱티스,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 아이엠바이오로직스, 에이비엘바이오, 에이피트바이오, 에임드바이오, 오름테라퓨틱, 와이바이오로직스, 인투셀, 카나프테라퓨틱스, 티씨노바이오사이언스, 트리오어, 피노바이오 등은 항체, 이중항체, 링커, 페이로드, 약물접합 플랫폼, 항체-분해약물접합체(DAC) 등으로 개발 저변을 넓히고 있다.

‘제52차 대한암학회 학술대회’ 현장.©약업신문=권혁진 기자
‘제52차 대한암학회 학술대회’ 현장.©약업신문=권혁진 기자
‘제52차 대한암학회 학술대회’ 현장.©약업신문=권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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